박지원 "박근혜 검증 안 하면 야당이라 할 수 없어…검증 계속할 것"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06.1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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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말하는 것이 네거티브인가”

ⓒ 시사저널 유장훈

지난 6월6일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결산하는 자리였다. 박대표는 지난 한 달여 동안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4·11 총선 패배 이후 위기에 빠진 민주당을 이끌어왔다. 그동안 그는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칼을 휘둘러왔다. 비대위원장으로서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가진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박대표는 새누리당을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의 1인 정당’이라고 지적하면서 ‘인사 독식’을 비난했다. 그는 또 ‘종북 논란’과 관련해 박 전 위원장이 국가관을 거론한 데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당초 박대표는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새누리당의 제명 움직임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박근혜 전 위원장이 직접 ‘제명’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서자 “종북주의 등 사상을 문제 삼아 국회의원을 제명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인터뷰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청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가졌다.

비상대책위원장 임무를 마무리하게 되었는데.

지난 한 달여 동안은 국회 공백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을 시작으로 해서 정국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전당대회도 국민의 관심을 고조시켜 흥행 대박의 성과를 거두고,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서는 합리적인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고 지도부에 있으면서 이른바 ‘저격수’로 불리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나?

물론 부담스럽다. 왜 ‘저격수’라고 하는지 용어도 불만스럽다. 그렇지만 야당은 야당다워야 하는 것 아닌가. 현재 이명박 정부를 청산해야 하는 입장에서 야당은 과거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 물론 대선 경선을 거치고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후보들은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집권했을 때 향후 5년간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고나가겠다고 밝힐 것이다.

얼마 전 후배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기도 했는데.

초선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이었는데, 당초 대북 정책에 대한 강의를 준비했다가 현장에서 좀 더 치열해야 한다는 말을 강조했다. 이제 (후배들이) 나설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에는 박지원만 보인다”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건 아니다. 지금까지는 과도기였다. 18대 국회도 아니고 19대 국회도 아니었다. 의원들이 입주도 제대로 안 되었고, 원 구성도 안 되었으니까 그런 것이다. 앞으로는 내가 잘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잘하도록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 아니겠나.

정보력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 뛰어난 정보가 어디서 나오는지 다들 궁금해하는 것 같다.

뭐가 뛰어난가. 그냥 하는 소리이다.

평소 주변으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인가?

그렇다. 부지런히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의심스럽다는 감이 잡힐 때 기자들처럼 꾸준하게 쫓아가다 보면 그렇게 된다.

일각에서는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인맥으로부터 정보를 듣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나.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면 전화도, 만남도 다 알게 된다. (몰래는) 못 한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

정치권에서는 ‘박지원 X파일’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박근혜 전 위원장에 대한 검증과 관련해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 있을지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인데.

나도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박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무궁무진한 검증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 아닌가. 본인도 어떤 의미에서 보면 내가 검증을 해주는 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나. 다 나올 이야기 아닌가.

새누리당 내에서도 “어차피 받을 검증이라면 일찍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그렇다. 말을 해줘야 한다. 자기들이 지금 안 하고 있는 것이다. 제일 큰 문제가 박 전 위원장은 과정을 이야기하지 않고 결론 때 한마디 툭 던지는 것으로 마친다는 점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은 것 같다. 인도 최초의 여성 총리를 지낸 인디라 간디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감옥에서 온 아버지 네루 총리의 편지를 통해 역사 교육을 받아 훗날 인도를 이끄는 훌륭한 지도자가 되었다. 그런데 박 전 위원장은 6년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12년간 장기 집권을 했기 때문에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고 국정의 모든 면을 손바닥 보듯이 알고 있었다. 또 과묵했다. 그러니까 듣고만 있다가 ‘임자가 맡아서 해라’ 이런 마지막 한마디로 결론을 내렸다. 과거에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 과정에서 민주적인 절차가 결여되고 불법적인 요소가 있더라도 이해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무리 목적이 좋다고 해도 과정이 민주적이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없다.

박 전 위원장은 전자에 가깝다는 것인가?

그렇다. 과정과 관련해서 ‘과연 대통령으로서 소통을 하겠느냐’ 이런 문제가 있다.

앞으로도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검증은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인가?

그렇게 해야 한다. 안 하면 야당이 아니다.

일각에는 네거티브 공세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글쎄, 그것이 왜 네거티브인지 모르겠다. 내가 볼 때는 검증이다.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네거티브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박 전 위원장이 박태규씨와 만났다는 주장과 관련해 검찰에 고소까지 하는 등 법적으로 문제를 삼고 있는데.

최근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한 TV와 인터뷰를 하면서 ‘만나서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느냐’ 이것을 추궁했기 때문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느냐는 말을 안 했다. 단지 만났다고만 한 것이다. 만난 것은 여러 사람이 증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 좀 빠져나가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는 어떨 것 같나?

잘 모르겠다.

전당대회 초기부터 이른바 ‘이·박(이해찬·박지원) 연대’를 두고 말이 많았는데.

그건 순수한 동기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박 담합’을 했다면 의원들이 (원내대표 선거 때) 1차에 끝냈어야 하지 않나. 그렇지 않았다. 전당대회도 마찬가지 아닌가.

담합은 아니라는 것인가?

당연하다. 당 내부 문제이고 전당대회 과정에 있으니까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6월9일 (당 지도부가) 결정이 되면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그것이 더 큰 민주주의이다.

전당대회 이후 당내 갈등이 계속되지는 않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 민주당은 (화합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 전통이 그대로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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