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표 보면 백악관 주인 보인다?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2.06.24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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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경합 지역 경제 회복에 따라 재선 기대감…실업률 7.5% 이상 되거나 급등할 땐 다시 ‘빨간불’

ⓒ AP 연합

최근 들어 미국 대통령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경제 문제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에 주목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11월6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탄생할 것인지를 미리 예측해보려면 미국의 경제 지표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8년 이래 2008년까지 16번 실시되었다. 그 가운데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 경우는 일곱 번이었다. 단 두 번만 재선에 실패했다. 비운의 주인공들은 1980년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후보에게 패배한 민주당의 지미 카터 대통령과 1992년 아버지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다. 현직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있듯이 현직 대통령의 재선 성공률은 이처럼 비교적 높은 편이다. 재선에 실패한 지미 카터 대통령과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모두 경제 악화 때문에 낙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40여 가지 경제 지표 중 일자리에 초점

뉴욕타임스는 대통령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데 참고할 경제 지표로 43가지를 들었고, 대선 결과와 들어맞은 일치율을 근거로 해 순서까지 매겼다. 그 결과, 선거 결과와 가장 가깝게 들어맞은 경제 지표는 ISM 제조업 지수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해의 1월부터 9월까지의 지수를 평균한 제조업 지수를 참고로 하고 있다. 제조업 지수에 따라 예측한 선거 결과가 들어맞는 일치율은 46%이다. 거의 절반을 맞힌 셈이다. 그만큼 미국 경제의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제조업의 활황 또는 불황 여부이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일치율이 높은 것은 일자리 상황이다. 고용 증감과 실업률의 상승 또는 하락 여부가 각 40%의 일치율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밝혔다. 일자리 상황은 미국 유권자들이 가장 널리 체감하고 있는 것이기에 대선 표심의 향방을 가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자리 상황 외에도 경제 성장률을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변화도 흔히 적용되는 경제 지표로 꼽히는데, 일치율은 일곱 번째로 생각보다는 낮은 편이다.

대통령 선거 결과와 실업률을 비교해보면 7.5% 이상의 실업률을 기록할 경우 재선된 현직 대통령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실업률이 급등했을 경우 대부분 재선 또는 재집권에 실패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선에 실패한 현직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 대통령의 경우 당시 실업률이 7.5%를 기록하고 있었다. 취임할 때와 선거를 치른 해의 실업률이 7.5%로 변함이 없었다. 이 때문에 7.5% 이상의 실업률을 기록한 상황에서 재선 또는 재집권에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는 하나의 기준이 생겼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8.2%이다. 만약 이 기준이 들어맞는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하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일치율이 40%이기 때문에 오바마 낙선이 기정사실로 굳어지지는 않고 있다.

대통령의 여론 지지율과 당락의 상관관계

대통령의 업무에 대한 여론 지지율과 경제 정책 지지율 등을 살펴보아도 백악관 주인의 윤곽이 드러난다는 관측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재선에 실패했던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과 재선했던 빌 클린턴, 아들 조지 워커 부시 대통령의 당시 상황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현재 상태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낙선될 위험 수위에 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업무 지지율, 경제 정책 지지율, 국가 방향에 대한 여론 등을 평가한 항목에서 낙선했던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보다는 좋은 상태이고, 오히려 재선되었던 아들 부시 대통령 때와 흡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6월 하순 현재 지지 ‘48% 대 불신 46%’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낙선했던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41% 대 52%’로 부정 여론이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반면에 재선했던 클린턴 대통령은 ‘52% 대 40%’로 가장 좋았고, 아들 부시 대통령은 ‘47% 대 46%’로 오바마 대통령과 비슷했다. 승부를 가른 것으로 보이는 경제 성과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43% 대 52%’로 부정적 평가가 많아 재선을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낙선했던 아버지 부시 시절에는 ‘21% 대 73%’로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오바마의 성적표는 그보다 훨씬 좋은 편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비해 경제 호황을 누렸던 클린턴 대통령은 경제 성과에서 ‘53% 대 38%’로 역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고, 아들 부시 대통령은 ‘41% 대 53%’로 오바마 대통령과 비슷했다.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미국 국민의 여론은 항상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나 큰 변수가 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경제 회복세가 주춤거리고 있어 재선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경고를 듣고 있으나, 대선 승부를 가를 경합지 6개 주에서 일자리 상황과 경제 회복이 다른 지역들보다 좋아 재선 기대를 높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트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경합지에서도 오바마 경제 정책의 실패로 경제가 나빠졌다면서 정권 교체를 외치고 있지만 경합 지역의 같은 공화당 출신 주지사들마저 “우리 지역 경제는 좋아졌다”라며 딴소리를 하고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 11월6일 대통령 선거의 승부를 가를 플로리다, 오하이오, 버지니아, 아이오와, 위스콘신 등 경합 지역들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회복세가 다른 지역보다 낫기 때문이다. 버지니아의 실업률은 2009년 7.1%였으나 현재는 5.6%로 떨어져 미국 전체에서 아홉 번째로 낮은 호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아이오와는 6.3%에서 5.1%로 하락해 경합지 가운데 가장 좋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상황을 보이고 있다. 경합지 중에서 격전지로 꼽히는 오하이오는 실업률이 2009년 10.6%였으나 현재는 7.4%로 급락해 있다. 미시건은 롬니의 출생지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했던 8백50억 달러 규모의 자동차업계 구제금융으로 GM과 크라이슬러가 되살아나 이를 반대했던 롬니 후보가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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