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총선 전 ‘비박 단일 후보’ 만들자며 입당·출마 권유"
  • 김지영 기자·이하늬 인턴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2.06.2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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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연구소' 출범시킨 정운찬 전 총리 | ”“동반 성장 위해서라면 어떤 자리도 마다하지 않겠다”

ⓒ 시사저널 유장훈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지난 6월19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동반성장연구소’를 창립했다. 지난 3월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에서 물러난 지 3개월 만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동반 성장’ 깃발을 치켜들고 돌아온 것이다.

이날 창립식에는 정 전 총리의 은사인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이석연 전 법제처장, 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노회찬 통합진보당 의원 등 1천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는 축사를 통해 “정운찬 전 총리는 정치권에서 미묘한 존재이다. 대선 정국에서 국민들의 새로운 갈망을 폭발시킬 수 있는 ‘제3의 태풍’이 나와야 하는데, 정 전 총리가 ‘태풍의 눈’이 되어달라”라고 대선 출마를 권유해 주목되었다.

<시사저널>은 창립식 다음 날인 6월20일 오후, 서울 강남에 있는 정 전 총리의 개인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이날 정 전 총리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총선 전에 ‘비박(非朴, 비박근혜) 주자들 가운데 한 명을 뽑아 경선을 치르자. 대선 주자로 출마해달라’고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친이계 핵심’인 이의원이 새누리당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1 대 1로 맞설 수 있는 ‘비박 후보 단일화 작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정 전 총리는 또 “서울대 출신들이 안철수 원장을 도와달라고 찾아온 적이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자신의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동반 성장을 위해서라면 어떤 자리도 마다하지 않겠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라며 여전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6월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동반성장연구소 창립식에서 조순 전 경제부총리(오른쪽)와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연구소 창립식이 성황리에 끝난 것 같다. 

최근 몇몇 고등학교에서 강의를 했는데 학부모, 학생, 교장선생님 등이 오셨다. 종교계 인사들과 경기고등학교·서울대 상대 동기들, 세종시 사람들도 오셨다. 자발적으로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예상보다 많이 오셔서 솔직히 나도 놀랐다. 동원된 사람도 없는데 그 정도면 많은 것 아닌가.(웃음)

이인제 대표가 ‘대선 정국에서 태풍의 눈이 되어달라’고 주문했는데.

이인제 대표와는 개인적으로 잘 모른다. 고향이 충남이라는 것 외에는 이대표와 10분 이상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다. 그래도 평소 이대표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창립식에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셔서 솔직히 당황했다. 

지난 3월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직에서 물러날 때, 갖가지 관측이 나왔다.

동반성장위원장직은 월급이 없는 자리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느냐’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는 힘들다. 사회가 붕괴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대기업이 끊임없이 방해했다.

대표적인 예가, 위원회가 열린 첫날 5분도 안 되어서 어떤 기업측 대표가 ‘동반성장위원회가 법적 근거를 갖고 있느냐’라고 질문했다. ‘동반 성장할 준비가 정말 안 되어 있구나’라는 생각이 처음부터 들었다. 초과이익 공유제 얘기가 나오자마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자본주의 용어인지 사회주의 용어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동반 성장에 저렇게 비협조적인가 싶어 안타까웠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선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한 테이블에서 만나 현안을 논의한 적이 없다. 대기업측에서 안 나오거나, 늦게 나왔다.

위원장 사퇴를 처음 결심한 시기는 언제인가?

지난해 12월13일과 올해 1월17일이 대기업 반발의 클라이맥스였다. 초과이익 공유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로 했던 날이다. 이익 공유제가 싫으면 협력 이익 배분제로 하자고도 했다. 그런데 전경련이 대기업 대표들한테 오지 말라고 통보해서 보이콧당했다. 보이콧당하기 전부터 대기업들의 반발을 접하면서, 나는 (위원장직을) 1년 했으면 많이 했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동반 성장 문화를 조성하고 확산시켰다고 보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지난 3월 초에 대통령에게 갔다. 동반 성장 지원을 전폭적으로 늘려달라고 했는데, 묵묵부답이셨다. 안 그래도 그만두려고 했었는데, 대통령의 의중을 보니 의지가 결연하지 않았다. 대기업이 이렇게 반발을 하고, 대통령의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내가 아무리 뛰어봐야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소 설립은 언제 구상했나?

위원회를 그만둔 다음이었다. 동반 성장이라는 화두는 계속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반 성장이 필요한데 그냥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내 나름으로 기여할 곳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구소 창립준비위원회) 스태프들이 열심히 해주었다.

동반성장연구소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위원장 시절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정했다. 그 효과가 무엇인지 연구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투자가 부진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기업은 돈이 많은데 투자 대상이 없고, 중소기업은 투자 대상은 있는데 돈이 없다. 대기업에게는 투자 대상을 만들어주어야 하고, 중소기업에게는 돈이 들어가야 한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 82개를 선정했기 때문에, 이제 대기업은 거기에 못 들어간다. 대기업이 올렸던 이익을 중소기업이 올릴 수 있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 선정의 경제적 효과가 무엇인지 연구할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인 동반 성장 문화를 조성하고 확산시킬 것이다.

국민들이 동반 성장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이것을 해야 한국 경제가 발전한다는 정도는 인식하는 것 같다. 이제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동반 성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홍보해야 한다. 

동반성장연구소가 출범하자 ‘대선 행보에 나선 것이 아니냐’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생을 동반 성장을 연구하며 일하고 싶다. 지금 내가 60대 중반(64세)이지만, 15년을 더 할지 20년을 더 할지는 모른다. 다만, 힘이 닿는 한 동반 성장을 위해서 일하려고 한다. 시골 촌놈이 대학 교수, 대학 총장, 총리까지 되지 않았나. 그 과정에서 수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것을 갚으려고 한다. 그러려면 내가 잘하는 분야로 갚아야 하지 않겠나. 지난 20년 동안 내가 쓴 글을 보니까, 대부분이 금융 개혁과 재벌 개혁이었다. 동반 성장과 통하는 맥락이다.

‘무엇이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 말씀에 동감한다. 동반 성장을 위한 것이면, 무엇이든지 다 할 생각이 있다. 동반 성장을 위해서라면 어떤 자리도 마다하지 않겠다. 그러나 어떤 자리이냐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화제를 바꾸어, 총리 시절 ‘세종시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난 자리는 전혀 없다. 말씀을 많이 안 하셔서 그런지, 나에게는 실수를 안 하는 분으로 각인되어 있다. 앞으로는 자기 의견을 표출해서 여러 사람에게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 자기 생각을 개진해서 사회에서 활발하게 토론이 벌어져야 한다고 본다. 소통을 활발하게 했으면 좋겠다.

“안철수 캠프 지휘해달라는 요청도…”

김문수 경기도지사측에서 자신과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 등 비박 주자 3인이 자체 경선을 통해 후보를 단일화하자고 제안했다.

비박 주자들의 단일화는 이재오 의원의 아이디어였다. 지난 4월 총선 전에 이의원이 나에게 ‘비박 주자들 중에서 한 명을 뽑아 박 전 대표와 (당내) 경선을 치르자. 정총리도 새누리당에 입당해서 출마하시는 게 어떠시냐’고 제안해왔다. 그 제안에 대해 나는 ‘한번 생각해보겠다’라고만 답했다. 별 의미가 없었다. 그런 제안을 받은 다음 다시 전화가 왔고, ‘충분히 생각해보지 못했다’라고 했더니, 이후부터 김지사 등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각자 나오더라. 

정가에서는 정 전 총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접촉했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다. 지난 2월 서울대 졸업식장에서 공식적으로 만났을 뿐이다. 안원장은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남에게 베풀 줄 안다. 재산 3천억원 중에 1천5백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또한 젊은이들을 걱정해준다. 현실 감각도 있는 것 같다. 가령, ‘동물원식 생태계는 안 된다’라고 말하지 않았나. (안원장은 “외국 기업 환경은 생태계인 반면 우리 기업 환경은 동물원이다. 생태계는 상생할 수 있지만, 동물원은 대기업인 강자가 독점하고 독차지하는 구조로 중소기업을 어렵게 한다”라고 비유한 바 있다.) 그래서 좋아한다. 다만 대선 출마 의사가 있다면, 각종 현안에 대해 좀 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정운찬-안철수의 코드가 맞다’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 면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안원장은 부잣집 아들이었고, 나는 그 반대가 아니었나.(웃음)

최근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 세 사람이 내 사무실로 찾아왔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안원장을 도와달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나는 안원장이 좋다. 좋은 사람인 것 같다. 다만 자기 의견을 표출했으면 좋겠다. 내가 도와줄 수 있다면 돕겠다. 직접 돕는 것보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소개도 하겠다’라는 견해를 전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들이 ‘안원장이 국정 경험이 부족한데 총리님께서 좀 보충해주시면 안 되겠느냐’라고 하더라. 한마디로 ‘안원장을 위한 대선 캠프를 만들어서 지휘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분명히 말했다. ‘동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 어떤 후보와도 접촉해서 도와줄 수 있다’라고 했다. 그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안원장과 어떤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나는 다른 사람의 프라이버시에 대해 잘 못 물어보는 스타일이다.(웃음)

정말 중요한 것은 동반 성장이다. 동반 성장이 없으면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동반 성장을 위하는 일이라면 여야를 막론하고 조언해줄 용의가 있다.

종북(從北)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분단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종북은 민감한 문제이다. 어느 정당이든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것은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보수든 진보든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국민들의 합의이다. 자기 머릿속에서 북한을 좋아하는 것까지 어떻게 하겠느냐. 하지만 그 생각이 행동으로 나타나면 안 된다. 종북적 행동이 있다면 용납할 수 없다. 가령 공식 행사에서 의도적으로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그러나 특정인을 놓고서 종북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경제 위기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유럽 통합은 재정 통합이 없이는 안 된다. 더 나아가서 정치적 통합이 없이 유럽 통합은 안 된다. 경제학자들이 ‘재정은 그냥 두고 화폐만 통합하면 오래 가기 어렵다’라고 충고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적정 통화 지역(optimal currency area)이라는 용어가 있다. 동일한 통화를 어느 지역까지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유럽 통화를 너무 광범위하게 통용하려는 욕심을 부렸다.

지나친 말인지 모르지만, 통화 통합이 되면서 독일이나 프랑스 등 잘사는 나라의 소비 생활을 (그리스 등 다른 나라들이) 더 쉽게 카피(모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스 사람들이 막 썼다. 자기 생산 능력을 초과하는 것이었다. 그리스 정부가 복지 등으로 막 써버린 것이다. 생산 수준에 비해서 생활 수준이 너무 높아진 것이다. 과거에는 각국마다 다른 통화를 쓰니까 환율 인상 등으로 해결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환율 조정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굉장히 어렵다. 재정 통합이 없다면 위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통합을 통한) 유럽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 유럽 수출이 17% 줄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유럽연합(EU)이다. 유럽 경제가 요동치면 한국 경제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되고 싶다’고 자주 피력할 정도로 열혈 야구팬인데, KBO가 최근 ‘제10구단 창단 유보’ 방침을 정했다.

제10구단 창단을 유보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말이 안 된다. 그 사람들의 논리는 자꾸 팀만 만들면 어쩌느냐, 기술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한다. 경제 이론과 관계없이, 나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고 말하고 싶다. 야구단이 많아지면 진출할 곳이 많아지기 때문에 더 많은 학생이 야구를 할 것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3~5년 정도 지나면 그것이 보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미 제9구단을 만들었기 때문에 10구단도 만들어야 경기 운용이 원활해진다. 

삼성이나 롯데 같은 대기업 구단은 모기업이 없는 중소기업이 구단을 만들면 잘 운용될 것인가 걱정하는 듯하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대기업은 야구단을 창단하는 것조차 막고 있다. 대기업은 교체되지 않는 권력이다. 교체되지 않을 뿐 아니라 경쟁이 없는 권력이다. 대기업은 야구 시장에서조차 경쟁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야구 시장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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