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 지상 검증 시리즈⑤┃안철수 원장은 티가 없을까
  • 이승욱·이규대 기자 ()
  • 승인 2012.06.25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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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김문수 경기도지사 / ②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 ③정몽준 의원 / ④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 대통령 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바짝 다가오면서 ‘장외 블루칩’으로 불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안원장이 언제쯤 본격적으로 대선 경기장에 뛰어들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그 순간부터 그에 대한 검증도 본격화하리라는 사실이다. ‘대권 잠재 후보’로서 안철수 원장의 아킬레스건이 될 만한 4대 요소를 미리 점검해보았다.

ⓒ 시사저널 유장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치권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정치인 안철수’는 그야말로 유령에 가깝다. 여론조사 지지율 ‘빅3’를 다투는 유력 대권 주자임에도, 기본적인 정책 노선부터 자신을 보좌할 세력에 이르기까지 안원장을 둘러싼 많은 부분이 안개에 싸여 있다. 그럼에도 안원장은 야권을 대표하는 대선 주자이자 향후 대선 판도에서의 최대 변수로 우뚝 서 있다.

대선을 약 6개월 남긴 현재까지도 안원장은 결심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심중에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 어떤 행보를 계획하고 있는지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선 정국을 향해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는 정치권은 극도의 불확정성에 시달린다. 야권의 대주주인 민주당은 더욱 애가 탄다. ‘안철수 덫’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무기력한 상황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7월부터 본격적인 경선 국면으로 접어드는 만큼, 최근 민주당의 대선 주자들은 잇따라 안원장을 향한 공세를 펴는 한편 그의 경선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뿐만이 아니다. 정치권 안팎에서 안원장의 등판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력 대권 주자인 만큼 충분한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것이 유권자들을 위한 도리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안원장측은 “아직 출마 여부도 결정하지 않았는데 검증을 운운하기는 이르다”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모든 것은 안원장의 출마 결심이 선 이후의 일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안원장이 대권 결심을 굳히는 그 순간부터 대대적인 ‘검증’의 격랑에 휩싸일 것이라는 사실이다. <시사저널>은 ‘정치인 안철수’의 아킬레스건으로 대두될 만한 핵심 쟁점 네 가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았다.

1. 안철수연구소 BW 저가 발행 논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위치한 안철수연구소. ⓒ 시사저널 유장훈
안철수 원장의 최대 강점은 역시 ‘도덕성’이다. 깨끗하고 정의로운 인물이라는 이미지는 안철수연구소의 성장에도 큰 자산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지난 2001년 9월, 안원장의 도덕성과 관련해 처음으로 잡음이 인 적이 있다. 이 문제는 한동안 묻혀 있다가 안원장이 대선 주자로 발돋움한 이후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바로 안원장이 안철수연구소로부터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으로 발행받아 큰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1999년 10월, 안철수연구소는 안원장을 대상으로 25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한다. BW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새로운 주식을 인수할 권리가 부여되는 채권을 말한다.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이 해당 주주에게, 향후 유리한 조건에서 새로운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채권을 제공해 돈을 빌리는 방법이다. 그런데 당시 안철수연구소는 BW 발행으로 증자에 나서야 할 정도로 재정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자금 융통을 목적으로 BW를 발행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안철수연구소측은 “BW를 발행한 것은 코스닥 상장 이후 안원장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였다”라고 밝혔다. 코스닥 등록을 하고 일반 주주에게 공모를 받게 되면 자연히 안원장의 지분은 줄어들게 된다. 당시 CEO였던 안원장이 최대 주주의 지위를 위협받을 경우 적대적 M&A(인수·합병)에 취약해진다. 이 때문에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BW 발행을 통해 향후 안원장이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는 것이 안철수연구소측의 해명이다.

처음 BW 발행 당시 발행가액은 주당 5만원이었으나, 이후 안철수연구소는 코스닥 상장에 대비해 무상 증자 및 액면 분할을 거쳤다. 상장을 앞두고 공모 주식 수를 늘려서 적정 유통 주식 수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이로 인해 신주인수권 행사 가격은 주당 1천7백10원으로 낮아졌다. 그리고 2000년 10월, 안원장은 25억원 가치의 신주인수권을 모두 행사해 1백46만주로 전환한다. 그런데 이 1백46만주가 1년 후 안철수연구소의 코스닥 상장과 맞물려 ‘대박’을 터뜨렸다. 코스닥 상장을 거치며 무려 3백36억원의 가치를 갖게 된 것이다.

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 전후에는 일부 벤처기업에서 BW를 헐값에 발행하는 수법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것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바 있었다. 안원장이 BW 매입을 거쳐 1백46만주를 새로 얻는 데 든 돈은 25억원에 불과했다. 안원장이 경영권 방어를 명목으로 BW를 저가에 발행해 코스닥 상장 후 큰 이익을 얻는 ‘배임’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불거진 배경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안철수연구소는 “BW 발행 가격은 주당 5만원으로, 당시 외부 전문 기관으로부터 받은 주식 평가액인 3만1천9백76원보다 오히려 높은 가격이다. 안철수연구소의 BW 발행은 다른 경우와 달리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에서 의결했으므로 배임도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도덕적이고 정직하다는 이미지는 안철수 원장이 지닌 큰 정치적 자산이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이 의혹은 지난 2월 강용석 의원이 안원장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이 공소시효(7년)가 지난 데다 이를 정지할 만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안원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BW 매입 과정에 위법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안원장을 소환하거나 서면 조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이 남아 있다는 지적은 계속된다. 의혹의 핵심은 1999년 10월 당시 BW의 행사가액을 5만원으로 책정한 것이 적절했는지의 여부이다.

행사가액이 5만원보다 높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당시 안철수연구소가 계속적인 성장 국면에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실제로 당시 안철수연구소는 매출액 및 당기순이익 면에서 성장세에 있었다. 특히 1998년 5억원대였던 당기순이익은 1999년 이후 30억원대 이상으로 뛰어오른다. 1998년 유상 증자 당시 투자사로부터 1주당 5만원씩을 투자받았던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5만원이라는 행사가액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상장 전까지 안철수연구소 주식이 장외의 ‘대장주’로 인정받으며 높은 가격에 매매되었다는 정황을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안철수연구소측은 적절한 가격이었다고 주장한다. 외부 전문 기관으로부터 3만1천9백76원을 객관적인 적정 가격으로 평가받았음에도 오히려 행사가액을 더 올려 책정했다는 것이다. 이후 코스닥 상장으로 안원장이 큰 이익을 본 것은 자본 시장 논리에 의한 것일 뿐 법적·도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참고해볼 만한 것은 삼성SDS의 사례이다. 마찬가지로 비상장사였던 삼성SDS의 BW 발행은 여러 모로 안철수연구소의 BW 발행 형태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서울고등법원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아들 이재용씨 등에 삼성SDS BW를 공정한 행사 가격보다 낮게 발행해 부당한 이익을 얻게 한 혐의를 인정해 유죄 판결했다. 대법원이 “BW 발행가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따져보지 않고 무죄 판결한 항소심 판단은 위법이다”라고 선고하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후 내려진 판결이었다. 결국 BW의 행사 가격 산정이 적절했는지의 여부를 놓고 복잡한 법리 공방을 벌인 끝에 삼성측의 유죄가 인정되었다. 이런 사례를 참고하면, 안철수연구소의 BW 행사 가격 산정이 적절했는지 또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2. 안철수 부부 서울대 채용 특혜 의혹

KAIST 교수로 재직하던 안철수 원장과 그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난해 함께 서울대 정교수로 임용되었다. 정년이 보장되는 서울대 정교수직에 부부가 함께 임용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오연천 서울대 총장이 안원장 부부에게 특혜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었다.

그러나 서울대측은 절차 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대는 ‘전임교수 특별 채용에 관한 규정’ 제2조에 근거해 새로운 학문 분야 또는 대학의 발전에 필요한 특수한 분야의 연구 및 강의를 담당할 자를 임용하는 경우 전임교수를 특별 채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이에 근거해 안원장과 김교수를 각각 융합과학기술, 생명공학정책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담당할 적임자로 보아 채용했고, 채용 과정 또한 정년보장교원임용심사위원회 심의 등 제반 절차에 따라 진행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KAIST 재직 시절 각각 5호봉, 7호봉에 해당했던 안원장과 김교수가 서울대에서는 각각 23호봉, 21호봉 대우를 받는다는 점을 들며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서도 서울대측은 “새로 임용되는 모든 교수의 호봉 산정은 공무원 보수 규정 등 관련 법규에 따른다. 누구의 재량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 또한 “KAIST와 서울대의 교원이 받는 연봉 기준은 서로 달라 단순히 호봉 기준만으로 두 대학 교원의 처우 수준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교수가 과연 정년이 보장되는 정교수로 특채될 만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년보장교원임용심사위원회 심의 과정에서도 김교수의 독창적 우수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알려진 만큼, 안원장 부부의 채용 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3. 깨끗한 이미지 및 진실성 논란

안철수 원장은 규칙을 준수하는 원칙주의자이자 거짓 없는 진실한 인물로 세간에 알려져 있다. 또 의대 재학 시절 무료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공급했다든지, 최근 거액의 사재를 기부해 공익 재단을 설립하는 등의 선행을 한 점은 안원장이 지닌 공적 헌신성을 드러내는 증거로 평가받는다. 이는 ‘정치판은 더럽다’라는 통념과 대비되며 안원장의 인기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흰 옷에 묻은 얼룩이 더욱 눈에 띄듯, 안원장이 지닌 지금의 깨끗한 이미지가 향후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안원장의 이미지를 향한 ‘흠집 잡기’ 시도가 계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4·11 총선 당시 투표하고 있는 안철수 원장과 김미경 교수(왼쪽). ⓒ 시사저널 사진자료
‘주식 무상 배분’ 논란이 대표적이다. 안원장은 지난 2000년 10월 자신이 보유한 주식 8만주를 전체 직원 1백25명에게 무상으로 분배했다. 당시 안원장은 회사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회사를 키우기 위해 피땀을 아끼지 않은 임직원들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회사 주식을 나누어주겠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안원장이 무상 배분한 8만주가 당시 안철수연구소 발행 주식의 1.5%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생색내기’라는 주장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2000년은 안원장이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지분을 대거 확보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경영권 확보를 명목으로 BW를 통해 1백46만주의 주식을 취득하던 당시, 직원들에게 소량에 해당하는 8만주를 무상 분배한 것이다. 안원장의 주식 분배가 과연 큰 의미가 있는지 반문이 나오는 이유이다.

당시 벤처업계에서는 성과급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주식을 분배하는 일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원장의 경우가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 초에는 ‘룸살롱 거짓말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안원장은 지난 2009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단란주점에 가본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패널의 질문에 “뭐가 단란한 곳이죠?”라고 되묻는 등 이를 부인하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신동아>는 한 컴퓨터 보안업체 관계자의 증언을 인용해 안원장이 룸살롱에 간 의혹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안원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4. ‘비정치인’ 출신의 정치력 한계

한 번도 정계에 몸담은 적이 없었던 안철수 원장의 이력은 오히려 그가 유력 대권 주자로서의 위치를 지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기성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실망한 광범위한 무당파층의 지지가 그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한 번도 정계에 몸담지 않은 탓에, 과연 ‘정치인 안철수’가 뛰어난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정치의 생리를 이해하고, 이를 조정하거나 수습하는 능력이 있는지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선을 불과 6개월 남겨둔 지금 시점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출마 사실에 대해서조차 확답을 피하는 등 대선 정국을 혼돈 속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계속되는 안원장의 애매한 행보를 짜증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지금까지 안원장이 유지해온 ‘무당파성’이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9월 안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할 무렵,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 김종인 전 청와대 수석 등이 안원장의 ‘멘토’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안원장을 향해 기대를 품은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이 보수 성향의 대표적 인사들인 윤 전 장관과 김 전 수석을 용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원장의 정치적 ‘스탠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높아졌다. 당시 논란은 안원장이 이들을 두고 “3백명의 멘토 중 한 명이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수그러든 바 있다. 향후 안원장이 대선 출마를 밝히고 정책 노선이나 측근 인선이 구체화되기 시작하면 비슷한 논란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만일 안원장이 특정 사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개진하게 되면 고건 전 총리의 사례처럼 그를 지지했던 한쪽 축이 무너지거나 진보와 보수 모두가 등을 돌릴 위험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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