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자동차 점유율 쑥쑥 오른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07.0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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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풍동이 하반기 수입차 격전지 될 전망…경기 불황에도 수요 더 크게 늘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지구에 새롭게 조성된 수입차 매장 거리. ⓒ 시사저널 전영기

경기도 일산(고양시 풍동 지역)이 올해 하반기 수입차들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지난 6월27일 찾은 풍동 지역에는 BMW·렉서스·크라이슬러 등 수입차 브랜드 마크가 붙은 전시장이 도로 한쪽 편에 늘어서 있었다. 그 옆으로도 다른 수입차 전시장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 현장에는 재규어 랜드로버, 닛산 등의 마크가 붙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최근 수입 자동차 전시장이 이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4~5개월 전부터 수입차 전시장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도 여러 곳에 수입차 전시장이 세워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운행 중인 자동차 10대 중 1대는 수입차

BMW 전시장은 대지 면적 2천1백58㎡(약 6백54평)에 3층 규모로 지었는데, 일산에 있는 수입차 브랜드 전시장 중 가장 규모가 크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일산 풍동은 최근 수입차 브랜드들이 전시장을 이전하거나 이전을 계획하고 있을 정도로 새롭게 떠오르는 격전지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 경기도 분당에 이어 일산이 수입차 격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수입차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과 주변 지역으로 공급처를 확대하는 것이다. 국토해양부에 등록한 수입차 통계를 보면, 지난 한 해 수입차 판매 대수는 10만5천대인데, 서울·경기 지역에서 가장 많은 4만여 대가 팔렸다. 또 수도권에서 차량을 이용하지만, 취득세나 국·공채 비용이 저렴한 이유로 경남 지역에서 등록한 기업체 차량까지 합치면 서울·경기 지역의 수입차 수요량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수입차 브랜드가 전시장을 확대하는 이유는 경기 불황에도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자료를 보면, 2007년 5만여 대이던 수입차 판매 대수가 2009년에는 6만대, 2011년에는 10만대로 꾸준히 늘어났다. 올해 국산 자동차의 판매 대수는 1백55만대로 지난해보다 2.1% 감소할 전망이지만, 수입차 시장은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는 올해 이미 5만대가 팔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자료를 보면, 올해 5월까지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5만1천여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2천여 대)보다 21%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국산 자동차 판매 대수가 60만대에서 56만대로 6.3%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대 돌파를 앞두고 있다. 도로에 다니는 자동차 10대 중 1대는 수입차가 되는 셈이다. 올 상반기에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9.9%까지 치솟았다. 4.9%이던 2009년에 비하면 3년 사이에 두 배가량 늘어난 수치이다.

수입차 소비 3대 트렌드…젊은 층, 개인, 디젤

비싼 가격이나 애프터서비스(A/S) 불안 등으로 수입차를 꺼렸던 인식은 최근 크게 변했다. 2천만~3천만원대 수입차가 대폭 보급된 것도 소비자 인식 변화에 영향을 미쳤지만, 소비자가 스스로 연비, 디자인, 성능, 유지비 등을 꼼꼼히 비교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말 결혼하면서 수입차를 구입한 김현지씨(32·가명)는 “닛산의 큐브라는 소형 자동차를 2천만원 초반대에 샀다. 동급 국산 자동차보다 성능·디자인·연비 면에서 매력적이었다. 국산 자동차에 비해 옵션과 애프터서비스센터도 적지만, 닛산은 특정 시기마다 전화를 걸어와 차량을 점검해준다. 소비자는 항상 관리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중에 차를 바꿀 때에도 수입차를 구입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수입차에 대한 거부 반응이 적어지면서, 소비 형태도 바뀌고 있다. 대형차를 선호하던 소비자가 최근 소형차로 움직이고 있다. 2010년까지만 해도 배기량 2천~3천cc 수입차가 전체 수입차 판매량의 40%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2천cc급 이하 차량이 42%로 역전했다. 같은 기간에 24.5%이던 3천~4천cc급 판매량은 계속 낮아져 20%까지 떨어졌다.

고급 승용차를 찾던 과거와 달리 디젤차를 찾는 경향도 최근 나타난 특징이다. 판매되는 수입차 상위 10대 중 4대는 디젤 차량이다. BMW 관계자는 “5나 3 시리즈 디젤차가 인기이다. 유지비가 적고 연비가 좋다. 또 2천cc 이하급 자동차를 찾는 소비자도 최근 부쩍 늘어났다”라고 말했다.

기업(법인)이 수입차를 사는 주 소비층이었지만 최근에는 개인 수요층이 더 넓어졌다. 2010년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국내에 판매된 수입차는 모두 24만7천대이다. 이 중에 기업 수요는 11만6천여 대, 개인 수요는 13만대이다. 박은석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차장은 “지난해부터 개인 수요가 법인 수요를 역전하기 시작했다. 지난 2~3년 사이에 20~30대 젊은 층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수입차를 구입하는 주 연령층이 과거 40~50대에서 20~30대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0~12년 개인이 구입한 수입차 13만대 중에 가장 많은 4만4천대는 30대가 구입했다. 40대는 3만6천대, 50대가 2만4천대, 20대와 60대가 각각 1만대를 구입했다. 폭스바겐의 골프, 닛산의 큐브 등과 같은 소형차가 젊은 층의 수요를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뉴 C클래스 쿠페, 폭스바겐 뉴 피사트, BMW 5시리즈 투어링.

국내에는 한때 렉서스 붐이 일 정도로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그러나 토요타 자동차 리콜 사태, 엔고 현상, 대지진 등으로 일본 자동차의 수요는 크게 줄어들었다. 2009년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 27.9%를 차지하던 일본 자동차는 2011년 18%까지 떨어졌다. 그 수요가 유럽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유럽산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에 62%에서 74%로 상승했다. 지난해 판매 순위에서도 BMW·메르세데스 벤츠·폭스바겐·아우디 등 유럽 자동차 브랜드가 1~4위를 차지했다. 수입차 100대 중 24대는 BMW, 15대는 벤츠, 12대는 폭스바겐이다. 그 다음이 아우디(11대), 토요타(8대) 순이다.

올 하반기에는 유럽산 수입차 ‘질주’ 예상

이와 같은 소비 흐름을 읽은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은 올 하반기를 판매 호기로 보고 있다. 당장 7월부터 한국-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자동차 관세가 추가로 인하될 예정이어서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은 가격 인하와 중·저가 모델 출시를 서두르는 분위기이다. 벤츠는 차값을 평균 1.4% 내렸다.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도 다음 달부터 1.5% 정도 내린다.

2009년부터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BMW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다. BMW 관계자는 “한국에서 11개 차종 52개 모델을 선보였는데, 올 하반기에 7~8개 모델을 추가한다. 5시리즈 투어링, 6시리즈 쿠페 등 레저 수요에 맞춘 차량이다. 1995년부터 디젤차 시장을 이끌었던 BMW는 레저형·가족형 자동차 시장을 개척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벤츠는 이미 일산 마두동에 전시장을 운영하며 수도권 수요층을 겨냥했다. 올해 1만7천대 판매를 목표로 삼은 폭스바겐도 가족형 세단 판매에 주력하기로 했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상반기에 선보인 시로코 R-라인, 골프 카브리올레 등 신차의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가족형 세단으로 인기를 끈 파사트의 신형 모델로 하반기를 공략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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