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딴소리’하는 보험사들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
  • 승인 2012.07.10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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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부지급률 의무 공시하게 한 결과 상당한 사례 불거져

 

사례 1 강원도 원주에 거주하는 심 아무개씨(33)는 수년 전 한 손해보험사의 태아보험에 가입했다. 보험료는 월 4만원 정도였다. 심씨는 가입 당시 보험설계사에게서 “모든 질병에 대해 보장받을 수 있다”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는 아이가 선천성 질환을 가지고 태어나 수술을 받게 되자 보험사에 치료비를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심씨는 “보험사에서 선천성 질환이 면책 사항으로 되어 있고 이런 사항이 약관에도 기재되어 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소송을 해도 증거가 부족해 이기기 어렵다고 한다”라고 하소연했다. 

사례 2  인천에서 20년 가까이 보험설계사로 일해온 조 아무개씨(57)는 최근 일을 그만두었다. 판매 수당으로 매달 수백만 원을 벌었지만 고객 민원을 해결하느라 이보다 더 많은 돈이 빠져나갈 때도 많아서다. 민원이 발생하면 회사는 돌변하기 일쑤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설계사에게 지급한 수당을 환수하는 것은 물론 고객이 손해 본 비용까지 물어주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조씨는 “설계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불완전 판매에 따른 영업정지와 회사의 수당 환수이다. 보험사가 모든 잘못을 일방적으로 설계사에 전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보험회사들은 올 들어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온 사업비 논란이 크게 불거진 탓이다. 보험 고객들은 이제 고금리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면 매달 10%가 넘는 사업비를 떼인 후 나머지 금액만 투자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따라 연금보험 판매가 최근 들어 지난해 동기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소비자들이 보험회사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또 있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것이다. 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 감언이설로 가입시켜놓고 막상 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딴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결정적인 사유가 없는데도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곳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보험금 청구 건수의 10% 정도를 거부하는 곳도 있을 정도이다. 금융 당국이 올해부터 보험금 부(不)지급률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한 결과이다.  

금융지주 계열·외국계, 보험금 지급 거부 많아 

보험금 부지급률은 직전 3년간 고객이 청구한 보험금 중 보험회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지급하지 않은 비율이다. 보험 사기나 실효 계약, 보험 기간 만료 등 고객이 잘못했을 가능성이 큰 부분은 모두 제외되었다. 소비자 민원이 가장 많은 항목이어서 금융감독원이 올해부터 해마다 한 차례씩 공시하도록 했다. 

보험금 부지급률이 가장 높은 생보사는 우리아비바생명(9.48%)이었다. 이 회사 고객들은 지난 3년간 총 1만9천7백4건의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1천8백67건이 거부되었다. 다음으로 KB생명(4.63%), 하나HSBC생명(3.50%), AIA생명(3.26%) 등의 순이었다.  

대형 금융지주회사 계열사의 보험금 지급 거부 비율이 높았고, 삼성·대한·교보 등 대형사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생보사의 지급 거부 건수만 놓고 보면 대한생명(4천8백71건)에 이어 삼성생명(4천61건), 교보생명(3천7백5건) 등의 순이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차티스손보(6.51%), 에이스손보(3.50%) 등 외국계 회사의 부지급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그린손보(2.65%)와 메리츠화재(2.36%), 흥국화재(1.87%), 삼성화재(1.61%) 등도 보험금 지급 거부가 많은 편이었다. 손보사의 지급 거부 건수로는 메리츠화재(2만9천8백84건)와 삼성화재(2만7백70건)가 수위를 다투었다.  

금감원은 보험금 부지급률 외에 보험금 불만족도를 별도로 공시하도록 했다. 보험금 청구 건수 중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아 보험사 또는 고객이 계약을 해지한 비율이다.  

생보사 중에서는 △동부생명(6.72%) △우리아비바생명(4.61%) △에이스생명(4.75%) △하나HSBC생명(4.04%)이, 손보사 중에서는 △악사다이렉트(5.81%) △에이스손보(1.68%) △그린손보(1.26%) 등의 보험금 불만족도가 높았다.  

이번에 불완전 판매 계약 해지율도 처음 공개되었다. 전체 보험 계약 중 자필 서명 등이 없어 계약이 취소되었거나 고객이 상품 계약에 대한 불만 때문에 계약을 해지한 비율이다. 설계사를 통한 불완전 판매 계약 해지율이 높은 보험사는 △대한생명 1.83% △동양생명 1.58% △우리아비바생명 1.39% △신한생명 1.18% △KDB생명 1.05% △알리안츠생명 1.03% 등이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사가 여러 핑계를 대면서 보험금 지급을 지연시키는 사례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주요 불만족 지표를 모두 공개하는 한편, 개별 금융회사 검사 때에도 자료로 활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설계사도 고달프다… “손해나는 달 부지기수”

 

사실 보험설계사들도 혹한기를 보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보험회사와는 차원이 다른 고민이다. 지난 4월부터 저축성 보험의 설계사 수당이 이원화된 데다 고객 민원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종전까지는 보험 상품 판매와 동시에 각 설계사에게 수당을 모두 지급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종전 수당의 최대 70%까지만 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나머지 30%에 대해서는 해마다 나눠서 지급하는 식이다.  

설계사들은 종전까지 저축성 보험 한 건을 판매하면 수당으로 월 보험료의 최대 5~6배를 받아왔다. 예컨대 한 고객이 매달 100만원씩 붓는 연금 상품에 가입했다면 설계사는 그 다음 달에 최대 5백만~6백만원을 수당으로 받는 것이다. 하지만 수당을 나눠 지급하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설계사들은 실제 손에 쥐는 돈이 적어졌다. 한편으로는 이행지급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되고 있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다. 이행지급보증보험이란, 설계사가 유치한 보험이 고의든 아니든 해약되었을 때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지급한 보험 모집 수당을 회수할 명목으로 설계사에게 가입시키는 것이다. 연 0.993% 수준인 보험료는 설계사 부담이다. 각 보험사가 손해율에 따라 기본 보험 요율을 할증하거나 할인해준다.  

보험사들은 또 설계사가 과거에 받았던 수당을 환수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고객의 심각한 민원이 발생하면 이를 자사 손실로 처리하지 않고 설계사 수당을 환수해 고객에게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불완전 판매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수천만~수억 원씩 개인 빚을 지는 설계사도 속출하고 있다. 한 보험설계사는 “과거에는 매달 몇만 원짜리 보장성 보험을 파는 데 주력했는데 수년 전 변액보험이 등장하면서 수백만 원대 보험을 파는 분위기로 확 돌아섰다. 현재 실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펀드가 대부분인데 고객이 불완전 판매를 당했다고 주장하면 꼼짝없이 물어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설계사는 “보험사들은 과거 출근수당이나 장학수당 같은 명목으로 설계사에게 일정액을 지원했는데 요즘에는 이런 제도가 다 없어졌다. 보험사들도 고객이 거세게 항의하면 모두 설계사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것이 문제이다”라고 전했다.  

강원도 원주에 거주하는 심 아무개씨(33)는 수년 전 한 손해보험사의 태아보험에 가입했다. 보험료는 월 4만원 정도였다. 심씨는 가입 당시 보험설계사에게서 “모든 질병에 대해 보장받을 수 있다”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는 아이가 선천성 질환을 가지고 태어나 수술을 받게 되자 보험사에 치료비를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심씨는 “보험사에서 선천성 질환이 면책 사항으로 되어 있고 이런 사항이 약관에도 기재되어 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소송을 해도 증거가 부족해 이기기 어렵다고 한다”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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