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바퀴’들의 질주 경쟁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07.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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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 친환경 타이어·공기 없는 타이어 부문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

ⓒ 금호타이어 제공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1975년 서울 출생 2000년 연세대학교 생물학과 졸업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 입사 2005년 미국 MIT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2005년 금호타이어 경영기획팀 부장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이사 2008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 2010년 금호타이어 한국영업본부 상무 2011년 금호타이어 한국영업본부 전무 2012년~ 금호타이어 한국영업본부 부사장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국내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타이어업계의 양대 기둥이다. 이들 기업의 오너가(家) 3세 경영인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올해 경영 일선에 나섰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41)과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38)은 신규 해외 시장 발굴과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실천 방법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조사장은 기획에 주력하는 책상형 경영인이고, 박부사장은 영업에 무게를 둔 맨발형 경영인이다. 신제품 개발을 두고 두 경영인 사이에 미묘한 기 싸움도 감지된다.

한국타이어의 조사장은 조양래 회장의 차남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이다. 금호타이어의 박사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이들은 다른 재벌가 3세처럼 미국 유학파이다. 조사장은 미국 보스턴 칼리지(boston college)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연세대 생물학과를 나온 박부사장은 미국 MIT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조사장은 1998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했고, 홍보, 마케팅, 경영 기획 등의 부서를 거쳤다. 박부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입사했고, 경영 기획, 전략 경영 부서를 돌았다. 현재 조사장은 경영기획본부를, 박부사장은 한국영업본부를 책임지고 있다. 모두 26세에 입사했고, 30대에 임원이 되었다.

한국타이어, 세계 5위 달성 목표

한국타이어는 한 해 9천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며, 매출의 70~80%를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기업이다. 금호타이어는 한 해 6천5백만개의 타이어를 만들며, 매출의 60~65%를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인다. 두 회사는 1970년대에 수출을 시작했고, 현재 세계 타이어업계 10위권을 오르내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경영 능력을 검증받아야 하는 3세 경영인에게 신규 해외 시장을 발굴하는 것은 일종의 숙제와 같다. 조사장은 한국타이어를 2014년까지 세계 5위의 기업으로 키울 전략을 세웠다. 10억 달러(상각 전 영업이익), 타이어 생산량 1억개를 달성하는 ‘5-1-1’ 전략을 펴고 있다. 이를 위해 조사장이 낙점한 신규 시장은 북아프리카이다. 2009년 이집트에 지점을 설립했다. 그러나 조사장은 이집트 등 해외 출장을 거의 다니지 않았다. 이주학 한국타이어 대리는 “조사장은 영업이 아니라 기획 업무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해외 출장을 다니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의 박부사장은 발로 뛰며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참관한 후 호주로 날아갔다. 박부사장이 신규 시장으로 꼽은 호주는 장거리 이동이 많아 인구 대비 타이어 소모량이 많은 나라로 꼽힌다. 금호타이어 호주법인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매출이 71% 이상 증가했고, 현지 시장 점유율 8%로 세계적인 타이어업체인 브리지스톤과 던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강규진 금호타이어 과장은 “박부사장은 현지 업무 보고를 직접 받기 위해 호주로 출장을 갔다. 그 지역은 올해도 10% 이상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신제품 개발을 두고 두 사람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박부사장은 지난 6월21일 신제품을 발표했다. 이례적으로 인천공항 아시아나항공 격납고에 행사장을 마련해 직접 프레젠테이션까지 진행했다. 박부사장은 “신상품 출시를 기점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최고의 제품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매진하겠다”라고 밝혔다.

공기 없는 타이어 시제품. ⓒ 한국타이어 제공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1972년 서울 출생 1996년 미국 보스턴 칼리지 경제학과 졸업 1998년 한국타이어 입사 2001년 한국타이어 광고홍보팀장 2004년 한국타이어 마케팅부본부장 상무 2006년 한국타이어 경영기획본부장 부사장 2012년~ 한국타이어 경영기획본부장 사장

금호타이어, 신제품 내놓고 도약 다짐

박부사장이 공개한 신제품은 친환경 타이어(에코타이어)이다. 친환경 타이어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모든 타이어업체가 최근 생산량을 늘려가는 제품이다.

그 일주일 후, 한국타이어는 공기 없는 타이어를 공개했다. 공기 없는 타이어는 공기를 주입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이어서 펑크나 공기압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외국 타이어업체들도 개발하고 있는 제품이다. 그러나 충격 흡수가 좋지 않아 승차감이 떨어지고, 소음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 아직은 시제품이어서 본격적인 생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 현대차와 공동으로 개발했음에도 현대차와 사전 협의 없이 시제품을 발표해 현대차의 불만을 샀다. 조사장이 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는 2008년 공기 없는 타이어의 구조·재료·제조 방법 등에 대한 특허를 출원해놓고도 한국타이어가 깜짝 공개하면서 선수를 놓친 셈이 되었다. 같은 공기 없는 타이어라도 한 단계 우수한 제품을 내놓아야 할 판이다. 공기 없는 타이어를 개발 중이던 금호타이어는 현재 개발을 일시 중지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시장성을 따져보기 위해 개발을 잠정 중단했다. 특허 문제는 양산 단계에 들어갈 때 따져볼 일이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환경 규제가 강해지는 만큼 두 경영인은 친환경적인 타이어를 개발하는 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과감한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기계자동차학부 교수는 “공기 없는 타이어는 기존 타이어의 생산 시설로는 만들 수 없다. 3천억원을 들여 새로운 생산 설비를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시장 수요가 많지 않아서 양 사는 투자를 미루고 있다. 그러면서도 환경과 안전에 신경 쓰는 기업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신제품을 공개하는 데에는 열심이다”라고 분석했다.

조사장과 박부사장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다. 한국타이어의 조사장은 2008년 이른바 ‘사위 게이트’에 휘말렸다. 몇몇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되어 검찰 조사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금호타이어의 박부사장은 경제적 위기를 겪었다. 2009년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 절차에 들어갔고, 등기이사로 선임된 박부사장은 2010년 개인 투자자 설명회에서 “어릴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창업주 고 박인천 회장)의 손을 잡고 광주공장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느꼈던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온몸을 던져서 회사를 살리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트라우마를 떨치고 경영 능력을 평가받기 위해서라도 해외 시장 개척과 신제품 개발에서 두 3세 경영인은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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