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본색 드러낸 ‘양치기 소년’들
  • 김재태 편집부국장 (purundal@yahoo.co.kr)
  • 승인 2012.07.1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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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덴마크 국회 주차장’이라는 타이틀을 단 사진 한 장이 인터넷에 올라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사진에는 자동차 대신 대부분 낡은 자전거들만 나란히 줄을 맞춰 서 있었습니다. 고급 승용차로 붐비는 우리나라 국회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풍경입니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경한 광경이지만, 의회 선진국들이 몰려 있는 북유럽 쪽에서는 이런 일이 전혀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인근 국가인 핀란드나 스웨덴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업무를 위해 이동할 때도 버스나 지하철을 탑니다. 의회에서는 그들에게 승용차도 운전기사도 내주지 않습니다. 식사도 주로 구내식당에서 먹거나 도시락으로 해결하며 야근을 밥 먹듯 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자기네 직업을 ‘3D 업종’ 또는 ‘4년 임시직’이라고 표현합니다. 특권은 없고, 의무만 큰 탓일 것입니다. 그래서 자발적 이직률이 30%를 넘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선 주자 중 한 사람이 ‘저녁이 있는 삶’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눈길을 끌었는데, 스웨덴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저녁을 희생함으로써 국민들의 저녁을 편안하게 보장해주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북유럽 의회의 색다른 면모는 우리에게 안드로메다만큼이나 먼 곳의 이야기로 들립니다. 우리나라 의원들이 그들의 100분의 1이라도 닮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사정은 여전히 나아질 줄 모릅니다. 지난 7월11일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 사태 이후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가 총사퇴를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당장 공당의 약속 위반이라는 비난이 거셉니다. 새누리당이 공개적으로 내놓았던 ‘불체포특권 포기’라는 약속이 여지없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상당수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던 민주통합당도 그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시사저널>이 지난 4월10일자 제1172호에서 보도했던 것처럼 우리나라 의원들이 누리는 특권은 무려 2백여 개에 이를 정도로 엄청납니다. 스웨덴의 의원들은 단 한 명도 지원받지 못하는 보좌진을 아홉 명이나 둘 수 있고, 승용차 제공은 물론 기차와 항공기에 대한 편의도 주어집니다. 상여금을 포함해 연봉이 1억3천7백90만원이나 되는데도 그들이 그 값을 다하기 위해 며칠씩 철야 근무를 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려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런 특권으로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자신들의 신변이나 밥그릇을 위협하는 것들은 온몸을 던져 방어합니다.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에서도 생존을 위한 그들의 본능은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자신들에게도 닥칠 수 있는 재앙의 싹을 미리 잘라버리겠다는 속셈이었겠지요.

굳이 스웨덴이나 덴마크의 국회의원들처럼 하지 않아도 됩니다. 특권이 있으면 또 어떻습니까. 그런 특권을 국민을 위해 쓴다면 무어라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몸을 낮추겠다고, 그래서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큰소리쳐 놓고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그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것은 용서받기가 어렵습니다. 자기 눈 속의 허물은 보지 않고, 남의 허물만 열심히 캐내는, 저 ‘양치기 소년’들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과연 무엇을 배울지 걱정이 또 태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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