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현지화에 ‘제2 맥도날드’ 길 있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07.2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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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진출 96개 중 79개사는 겨우 발만 들인 상태 / 현지 법 체계·문화·습성 모르고 나서면 ‘필패’

ⓒ 시사저널 우태윤
외국 시장에 진출한 96개 프랜차이즈 업체 중 79개사는 10개 이하의 점포를 확보한 상태이다. 시쳇말로 외국 시장에 발만 들여놓은 정도이다. 해외 진출의 초기 단계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해외로 진출한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들은 외국 시장이 녹록하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한다. 면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해외 진출은 사상누각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에 있는 교포가 현지에 매장을 내겠다고 연락해오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들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덜컥 계약해서 돈과 시간만 허비하는 업체가 수없이 많다. 또, 당장 내일모레 현지 협력사와 계약한다는 업체 사장이 계약서 양식을 찾기 위해 공공 기관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이래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라며 몇 년 동안 치밀한 계획을 세울 것을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식당을 내려면 소방·수도·보완 등 관련법에 맞춰 시설을 갖추는 데에만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런 점을 간과하고 계약만 한 채 사업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현지 협력사와 계약할 때는 전문 변호사에게 자문해야 한다. 그 나라의 법률을 모르면서 계약했다가는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 김연건 코트라 지식서비스사업단 과장은 “미국에서 변호사 비용이 1천5백만원 정도인데, 이 돈이 아까워서 전문가의 도움 없이 계약해서 낭패를 보는 사례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 국가에 점포를 냈더라도 현지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실패한다. 특히 중국은 한번 진입에 실패하면 다시 발을 붙이지 못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그래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먼저 진출한 후 중국 진입을 노리는 업체들이 있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K그룹의 김정훈 과장은 “한국식이 최고라고 주장할 일이 아니다. 중국 피자집에서는 밥과 국수도 판다. 중국인은 밥과 국수를 좋아해 피자만 먹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나 습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외국에 가맹점을 내도 실패한다. 맥도날드가 해외 진출에 성공한 비결만 보아도 현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패 사례도 공유할 필요 있어

1980년대 맥도날드의 해외 시장 매출은 전체의 26%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들어 90%를 상회했다. 세계 각국에 맞는 전략을 성공시켰다. 패스트푸드를 혐오하는 국민성 탓에 맥도날드는 1990년대 프랑스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0년대 들어 어린이는 일주일에 한 번만 맥도날드 매장에 오라는 광고로 정직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했다. 또, 프랑스 만화 캐릭터를 광고에 삽입하는 등 현지화 전략으로 현재 프랑스 패스트푸드 업체 1위를 차지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상표(브랜드) 장사이기도 하다. 따라서 진출하려는 나라에 상표를 등록하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 상표나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 등을 선점해놓고 거액을 요구하는 현지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원재료 개발, 제조 기술 등은 향후 가격 경쟁력에 큰 보탬이 된다. 무조건 자신의 제품이 최고라는 말만으로는 시장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다.

해외 진출에 성공한 사례는 많다. 그러나 실패한 사례는 업체들끼리도 공유하지 않는다. 실패 사례는 성공 사례만큼 중요하다.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업계가 실패 원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박원휴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정책위원장은 “외국의 코리안타운에 점포를 내고 장사하는 교민형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인을 상대로 영업해야 제대로 안착할 수 있다. 직영점을 내는 것보다 현지의 협력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방법 등으로 그 나라의 주류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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