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중학교, 앞에서는 ‘사과’하면서 뒤에서는 ‘은폐’ 급급해했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07.2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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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학교는 또 다른 ‘가정’이다. 담임교사는 부모를 대신한 어머니, 아버지이다. 그만큼 아이들의 그릇된 행동에는 학교와 교사의 책임도 크다. 지금까지 발생한 ‘학생 자살’을 보면 학교는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은폐’하기에 바빴다. 승민이가 다녔던 ㄷ중학교도 다르지 않았다. 어머니 임씨는 ㄷ중학교와 담임교사가 보여준 행태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는 “승민이 장례식장에 ㄷ중학교 교사들이 많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네 명이 왔다가 중간에 계속 바뀌었다. 그들은 영정이 있는 곳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들은 끊임없이 먹고 마시고 떠들었다. 마지막 가는 제자를 애도하고 유족을 위로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학교측에 승민이의 자살을 함구해달라고 부탁했다. 가해자들이 말을 맞추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학교측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장례식장 앞에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문상을 막았다. 승민이와 절친했던 친구들조차 들어가는 것을 차단했다. 승민이 아버지 지인들이 한 지상파 방송에 제보하고, 기자들이 도착하기 전인 5~10분 사이에 장례식장에 있던 ㄷ중학교 교사들은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ㄷ중학교는 “자살한 애 영웅 만들 일 있느냐”라며 승민이 책상에 국화꽃을 놓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학교로 꽃을 가져오는 시민들도 돌아가게 했다. 그리고 이 학교에서 ‘자살 사건’은 승민이가 처음이 아니었다. 승민이가 죽기 5개월 전에도 박 아무개양(당시 15세)이 ‘학교 폭력’ 때문에 자살했다. 학교는 ‘교통사고’라며 사실을 은폐했다. 임씨는 “학교에서 쉬쉬하지 않고 그때만 제대로 대처했어도 우리 애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분개했다.

유족들은 지난 2월9일 학교법인과 ㄷ중학교의 교장·교감·담임교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학교 폭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학교측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그런데 유족들은 학교측이 법원에 낸 답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임씨는 “내용을 보니 기가 막혔다. 학교측의 잘못은 어디에도 없었다. 민이의 죽음을 오로지 ‘가해 학생들과의 문제’로 치부했다. 학교와 교사의 양심도 찾아볼 수 없었다”라며 기막혀 했다.

담임교사 김씨는 승민이의 죽음에 대해 지금까지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안 했다고 한다. 대신 가해 학생들의 2심 2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섰다. 그는 법정에서 “(가해 학생들이) 일진도 아닌데 형량이 너무 많다. 선처해달라”라고 호소했다.

임씨는 울분을 삼켰다. “담임에게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민이가 죽을 때까지는 수수방관하고, 지금은 아무런 반성 없이 가해자 편에 섰다. 담임은 그저 책임을 모면하기에만 바빴다”라며 씁쓸해했다.

ㄷ중학교는 겉으로는 ‘사과’를 운운하면서도 승민이의 흔적은 재빠르게 지웠다. 승민이의 주민등록이 말소되기 전에 제적 처리하며 학적부에서 지웠다. 물론 부모에게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학교측은 이렇게 승민이의 죽음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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