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 몰아치니 견제구 ‘쌩쌩’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2.07.3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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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안철수 때리기’에 보수 언론들도 가세…시민단체들도 ‘해군기지’ 관련 내용에 문제 제기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가한 김태호·안상수·박근혜·김문수·임태희 후보(왼쪽부터). ⓒ 사진공동취재단

대선 경선 레이스에 돌입한 여야 정치권이 ‘안풍(安風)’을 맞아 크게 요동치고 있다. 최근 치러진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양자 대결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대세론’을 구가했던 박 전 위원장측은 여론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고,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민주당 경선이 ‘도토리 키 재기’로 전락할까 봐 내심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진 쪽은 문재인 고문

‘안철수 대처법’의 일환으로 여야 정치권은 일단 ‘안철수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핵심 측근인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7월26일, “안원장이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민주당이나 무소속 등 어떤 정치 노선을 택하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지지율이 상당히 떨어져나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국민이 지지하면 나가고 그렇지 않으면 안 나가겠다’ 이런 얘기는 번지점프가 되었든 공수부대가 되었든 훈련이 덜 된 사람이 마음 약할 때 주로 보이는 행태이다”라고 꼬집었다. 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나는 8월 말쯤이면 ‘안철수 바람’의 강도와 풍향이 분명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그때까지는 후보 경선에 주력할 계획이다. ‘안풍’의 영향으로 ‘박근혜’가 상수로 부각되면서 이미 ‘후보 이후’를 고민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민주통합당의 속내는 좀 더 복잡하다. 범야권 후보로 분류되는 안원장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상대적으로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7월26일 “국가를 이끌어가는 정치는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다. 나중에 단일화를 할 때 보면 정당을 중심으로 선택한다. (민주당 후보가) 10월에 가서 경선을 하면 (안원장에게)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라고 안풍을 견제했다.

민주당 경선 후보 중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다. 안원장이 문고문의 지지율을 상당 부분 흡수했기 때문이다. 안원장의 지지율이 고공비행을 이어갈 경우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릴 수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문고문은 지난 7월26일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원장을 뛰어넘을 민주당 후보로 (나를) 우뚝 세워달라”라고 호소했다.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은 안원장을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 역시 명확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는 김두관-안철수 조합이 문재인-안철수 조합보다 더 확장성이 있다고 적극 강조하고 있다.

이른바 ‘보수 언론’들의 ‘안철수 때리기’도 본격화했다. 조선일보는 7월25일자 ‘안철수의 부정 출발’이라는 사설을 통해 “안교수는 지상파 TV 두 곳의 홍보성에 가까운 프로그램에 1시간씩 출연했다. 다른 대선 주자들은 안교수가 열 발자국 이상 뛰쳐나가는 부정 출발을 했다고 느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 역시 ‘안철수가 무서운 이유’라는 사설에서 “국민 입장에서는 ‘누가 정권을 잡느냐’보다 ‘누가 국정을 잘 운영할까’가 더 중요하다. (안원장의) 성공이 훌륭한 대통령까지 보장할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반면 ‘진보 언론’으로 분류되는 한겨레는 ‘안철수의 도전, 큰 정치’라는 칼럼에서 “(안원장의 정치 참여는) 현실과 접목하면서 정치의 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성공할 수 있는 만만치 않지만 가치 있는 도전이다”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시민사회 단체는 보수·진보 양쪽 모두 안원장에게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안원장이 자신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이전 4개 정부가 추진해온 사업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라고 밝히면서, 진보 진영에서조차 날 선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는 7월22일 논평을 통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정부의 공식 계획으로 확정된 때는 2006년이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가 기지 건설을 추진했다는 안원장의 판단은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 없이 해군의 홍보용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가한 정세균·김정길·김영환·김두관·문재인·박준영·손학규·조경태 후보(왼쪽부터). ⓒ 사진공동취재단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분석실장
안원장이 대선 프레임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진보 VS 보수, 안정 VS 심판’에서 ‘새로움(New) VS 낡음(Old)’으로 변화된 것이다. 민주당 경선이 흥행에 성공해 박근혜 의원과 견주어 경쟁력을 가진 후보가 나타나지 않는 한 안원장의 지지율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대선 출마는 민주당 경선이 끝난 10월께로 예상된다.

김능구 이윈컴 대표
국정 운영의 비전을 담은 <안철수의 생각>이 출간되고 난 이후에 치러진 여론조사에는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지지율이 담겨 있다고 보아야 한다. 중도층의 표심이 안원장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안원장의 지지율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안원장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8월 말께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황인상 P&C정책개발원 대표
안원장이 아직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안철수의 생각>이 출간되면서 사실상 대선 후보 형태를 갖추었다. 안원장의 지지율이 빠질 가능성은 작다. 안원장의 지지율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 이후 한 번도 급락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표심을 달리하는 스윙보터들이 안원장을 선택할 가능성도 크다. 출마 시기는 추석 전으로 예상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안원장의 지지율은 앞으로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다. 박근혜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크다. 안원장 때문에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는데, 대세론이 한 번 꺾이면 걷잡을 수 없다. 그러나 안원장의 정치 참여가 바람직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안원장은 기본적으로 정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국정 운영 능력도 검증받은 바 없다. 출마 시기는 추석 전이 될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안원장의 등장으로 이번 대선은 좋든 싫든 정치 실험의 장이 될 것이다. 대중의 잠재된 목마름이 안원장에게 반영되고 있다. 이는 허약한 정치권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기성 정치권은 안원장을 공격하기에 앞서 반성을 해야 한다. 안원장은 ‘박근혜 대세론’을 흔들 수 있는 확실한 카드이다.

유창선 정치평론가
안원장의 지지율은 견고하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 이후에 나타난 정치적 큰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아야 한다.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 야권 지지층에 중도층의 표가 더해질 것이다. 이번 대선의 향방은 중도층의 표심에 따라 결정 날 것이기 때문에, 안원장이 박근혜 후보를 이길 가능성도 크다. 대선 출마 시기는 9월께라고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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