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48.4% 박근혜 46.4%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07.30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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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

<안철수의 생각> 출간과 TV 방송 출연 이후 ‘안철수 바람’이 또다시 거세지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비록 대선 출마를 밝히지 않았지만 여느 대권 주자 못지않게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사실상 대권 행보에 나섰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사저널>은 안원장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과연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미디어리서치와 손잡고 후보별 가상 대결 등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안풍(安風)’은 ‘박근혜 대세론’을 뒤흔들 만큼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전 위원장과의 가상 대결에서는 근소하게 앞서기도 했다.

ⓒ 시사저널 사진팀
안철수 돌풍이 거세다. 책 출간과 방송 출연을 계기로 연일 쾌속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막연히 대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던 때와는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대선 출마를 아직 공식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그가 사실상 대권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만큼 지금의 안철수는 예전의 안철수가 아니다. 그의 지지율 역시 단순히 대중적 인기 정도로 치부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안풍’ 지탱해주는 3대 세력은?

<시사저널>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월25일과 26일 이틀간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이다. 최대 관심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평가였다. 대권을 향해 한 발짝 더 앞으로 내디딘 그의 행보를 국민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의 바람대로 더 많은 사람과 힘을 모아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까.

여론조사 결과 ‘안풍(安風)’의 위력은 ‘박근혜 대세론’을 뒤흔들 정도로 강력했다. 대선 가상 대결에서 안원장(48.4%)은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46.4%)을 2%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오차 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여야 정당이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안원장의 이같은 성적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젊은 층에서는 안원장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안원장은 20대에서 27.2%포인트, 30대에서 35.8%포인트, 40대에서 13%포인트 차이로 박 전 위원장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안원장은 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75.3%를 얻어 15.6%를 획득한 박 전 위원장을 크게 앞섰다. 대선 성적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수도권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서울에서 10.4%포인트, 인천·경기에서 5.3%포인트 차이로 박 전 위원장을 앞질렀다.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층의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30대·호남·화이트칼라’가 안철수 바람을 지탱하는 3대 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은 박 전 위원장과의 맞대결에서 여전히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상임고문(39%)은 박 전 위원장(55%)에게 16%포인트 뒤졌다. 문고문은 30대에서 13.4%포인트 앞섰지만, 20대와 40대에서는 오차 범위 내에서 백중세를 이루었다. 수도권에서도 박 전 위원장이 10%포인트 이상 문고문에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 후보로 박 전 위원장이, 야권 후보로 문고문이, 제3의 후보로 안원장이 나오는 가상 대결에서는 박 전 위원장(43.5%)이 2위를 차지한 안원장(35.6%)보다 7.9%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안원장과 3위에 오른 문고문(14.6%)의 지지도를 합하면 박 전 위원장보다 6.7%포인트 앞선다. 야권 후보 단일화 여부가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만큼 지지 정당에 따라 민주당 후보와 안원장과의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지지자의 절반가량(49.4%)이 ‘후보 단일화가 되지 못할 것이다’라고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60.3%)와 통합진보당 지지자(73%) 사이에서는 ‘후보 단일화가 될 것이다’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안원장의 대선 출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새누리당 지지자(64.4%)에서는 ‘출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응답이 많았던 반면, 민주당 지지자(66.5%)와 통합진보당 지지자(64.3%)들 사이에서는 ‘출마했으면 좋겠다’라는 답변이 두 배 이상 많게 나타났다.

‘5·16 발언’으로 논란이 계속되던 7월26일 박근혜 전 위원장이 광주 망월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이 치러질 경우 안원장은 민주당의 어떤 후보와 맞붙더라도 유리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상임고문과의 경선에서는 안원장(52.4%)이 문고문(34.6%)보다 17.8%포인트 앞섰다. 20~50대 연령층에서 모두 안원장의 지지도가 높았고,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안원장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주목되는 부분은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안원장(61.1%)이 문고문(34.4%)을 크게 앞섰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은 민주당의 다른 후보와 경선을 치를 경우 더 극명하게 나타났다. 손학규 상임고문과의 대결에서는 안원장(63.5%)이 손고문(26.6%)을 두 배 이상 크게 앞섰다. 손고문이 공을 들이고 있는 수도권과 중산층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적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세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민주당 지지층(80.2%)에서도 안원장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여기에 문재인 상임고문 지지자(79.6%) 중 상당수가 안원장을 선택한 점도 눈에 띈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와의 대결에서는 그 격차가 이보다 더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94.1%가 “대선 때 투표할 생각이다”

7월24일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 나선 김두관·문재인·손학규 후보(왼쪽부터)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국민들은 이른바 ‘안도령’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과는 다른 변화를 가져다줄 정치인이 나타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열망이 상당한데, 이러한 열망은 민주화 시대의 열망과는 다르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능력 면에서 이미 검증을 받았지만, 세대로 보면 1960~80년대에 변화를 이끈 주역들이다. 현재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과의 감성적인 일치감에서 안원장에게 뒤지고 있는 것이다. 안원장이 더 코드가 잘 맞기 때문에 높은 지지도를 보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94.1%가 ‘투표를 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 중에서 76,4%가 ‘반드시 투표할 생각이다’라고 답변해 향후 대선에서 높은 투표율을 기대하게 했다. 반면 ‘투표할 생각이 없다’라는 응답은 4.8%로 나타났다. ‘전혀 투표할 생각이 없다’라는 답변은 0.8%에 지나지 않았다. 지지 정당이나 후보별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이다.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이 정권 교체의 최적임자라며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시사저널>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현재까지는 ‘1강 1중 1약’의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상임고문이 절반에 가까운 48%의 지지도로 선두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손학규 상임고문이 16.9%를 차지해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다크호스’로 거론되는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는 4.1%의 지지도에 그쳤다.

민주당 지지층만 놓고 본다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64%), 손학규(14.2%), 김두관(4.1%) 순이다. 경선 기간 동안 이러한 지지도가 유지된다면 문고문은 결선투표를 치르기 전에 민주당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후보 한 명이 50% 이상 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1위와 2위가 결선투표를 갖도록 경선 규칙을 정했다.

결선투표까지 가게 되면 지지도 선두가 최종 후보로 확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만큼 문고문 입장에서는 ‘대세론’을 더욱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지지도를 더 끌어올려 ‘결선투표 변수’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최상이다. 반면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는 문고문을 향한 공세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경선에서 공동 전선을 형성해 결선투표를 이끌어내고, 거기서 대반격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현재로서는 민주당 경선이 ‘문재인 대세론’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대세론을 무너뜨리려면 어떠한 형태로든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바람을 일으킬 만한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 또, 안철수 원장이 부각되면서 민주당 경선이 국민의 관심을 받는 데 일정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결선투표까지 가더라도 당내 세력 관계에 따라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보았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라는 발언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의 대선 주자들도 “5·16은 헌법 체계를 무너뜨린 쿠데타이다”라며 박 전 위원장의 ‘역사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에 찬성하는 국민이 50% 이상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사저널>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 전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47.3%)라는 반응이 ‘공감한다’(44.7%)라는 반응보다 근소하게나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와 30대에서 ‘공감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이 63% 안팎으로 높게 나타났다. ‘공감한다’라는 응답은 30%가 채 안 되었다. 반면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공감한다’라는 답변이 60% 안팎으로 많았다. 5·16에 대해 세대별로 인식 차이가 큰 셈이다. 마찬가지로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공감한다’(73.4%)가 ‘공감하지 않는다’(19.6%)를 압도했다. 반대로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공감하지 않는다’(75.6%)가 ‘공감한다’(15.5%)를 크게 앞질렀다.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5·16에 대한 평가가 명확히 구분되고 있는 것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라는 질문에 ‘없음·모름·무응답’을 한 이른바 무당층의 반응이다. 무당층은 전체 응답자의 19%에 달한다. 이들 중 48.9%가 박 전 대표의 5·16 발언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공감한다’라는 답변은 33.8%에 그쳐 15.1%포인트 차이가 났다. 대선 지지 후보에 대해 ‘모름·무응답’한 무지지층의 반응도 비슷했다. 대선 후보 무지지층은 전체 응답자의 18%인데, ‘공감하지 않는다’(52.9%)가 ‘공감한다’(30.8%)보다 22.1%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황인상 P&C정책개발원 대표는 “박 전 위원장에게 ‘독재자의 딸’이라는 점은 근원적인 약점이다.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 전 위원장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빨리 정리하고 매듭을 짓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5·16 발언’으로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이는데,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지지 세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 전략은 아니다. 정파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합리적인 성향을 지닌 무당층에서 ‘공감하지 않는다’라는 반응이 많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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