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 때문에 생기는 생활의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 이규대 기자·윤명진 인턴기자 ()
  • 승인 2012.08.0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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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예방치유센터 전문 상담원 안상일씨 인터뷰

일확천금을 손에 쥐었다가 놓쳐버린 사람의 심리는 어떠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중독예방치유센터 관계자로부터 조언을 구했다. 중독예방치유센터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복권을 비롯한 사행성 사업에 손을 댔다가 인생이 무너진 이들의 재활을 돕는 곳이다. 이곳에서 전문 상담원으로 일하는 안상일씨는 “큰 액수의 당첨금을 수령했다가 잃으면, 마치 도박에서 큰돈을 얻고 잃을 때와 비슷한 심리적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복권의 중독성은 강한 편인가?

경마·경영·카지노·스포츠토토 등 다른 사행성 사업과 비교하면 그리 강하지 않다. 복권은 결과를 바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배팅을 하고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점이 (도박으로서의) 쾌감을 반감시킨다. 문제는 단 한 번이라도 복권에 당첨되는 경험을 갖게 될 때이다. (다시 큰돈에 당첨되는 것은) 엄청나게 적은 확률임에도, 자기는 또 될 것이라고 기대하게 된다. 자기 수준에서 감당이 안 되는데도 돈을 빌려서 복권을 사게 되고, 그로 인해 엄청난 채무에 사로잡히거나 자살을 시도하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고도 불행해지는 사례는 왜 발생할까?

갑자기 일확천금을 얻게 되면 생활 패턴 면에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내부적으로는 근로 의욕이 상실되거나, 소비의 충동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물론 계획을 가지고 나눠서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없던 돈이 생기니 쓰고 싶다는 인간의 심리가 우선 작동하기 쉽다. 기부를 하라거나 돈을 빌리려 달라붙는 사람들을 접하며 스트레스도 받는다. 이런 요인들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불행해지기 쉽다.

복권 당첨금을 탕진하고 나면 심리적으로 어떤 상태가 되나?

공허함을 느낀다. 돈이 계속 줄어들면서, 당첨 직후 가졌던 ‘졸부’의 느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돈이 쑥쑥 빠져나가는 느낌 때문에 인생에 공허함을 느끼기 쉽다. 개인이 자살 충동을 느낄 만큼 절망적인 상태에 빠지는 것은 우울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삶에서 느끼는 공허함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들에게 닥칠 수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으로는 무엇이 있나?

당장 생활이 급변하는 것부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사회적으로 (뒤바뀐 처지를) 인정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하루아침에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게 된다면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들지 않겠나.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하려고 무리한 도전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다. 또다시 일확천금을 노리고 복권이나 기타의 사행성 사업에 중독되어갈 우려도 크다. 사회적 관계 면에서도 위험하다. 주변에서 “저 사람 돈 흥청망청 쓰더니 결국 저렇게 되었다”라는 시선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복권에 당첨되었다가 돈을 탕진하는 일이 당사자의 성격에도 영향을 주나?

개인의 성격은 성인이 된 이후로는 굳어져 변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정서적으로는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도박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서가 예민해져 정서적으로 ‘천당’과 ‘지옥’ 사이를 널뛰기한다. 분노도 많아진다. 스스로에 대한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하다 보니 원인을 국가에 돌리는 등 공격적인 성향이 자주 나타난다. 또, 자존감이 낮아져 화도 잘 참지 못하고 시비에 휘말리는 일이 많다.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주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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