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장’ 다툼에 빠진 ‘초근박’ 8인방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8.0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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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주류-비주류 갈등 계속…김종인·이상돈은 최경환 등 보수파에 비판 공세

왼쪽부터 유승민 의원, 최경환 의원, 이상돈 경선 캠프 정치발전위원. ⓒ 시사저널 유장훈

“이제 언론에서도 친박이라는 말 그만 좀 쓰자. 지금 새누리당에 친이·친박이 어디 있나. 굳이 쓰자면 친박 주류와 친박 비주류가 있을 뿐이다.”

지난 7월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이 기자들을 향해 한 말이다. 그의 말은 사실상 친박이 여권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친박 내부의 또 다른 분열과 갈등 양상을 노출시키고 있기도 하다. 현 정부에서 비주류의 설움을 받던 친박이 주류로 올라서자, 이제는 친박 내부에서조차 다시 주류와 비주류 간 세력 다툼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친박에서는 ‘8인방’이 곧잘 회자된다.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게 그나마 가장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근거리 인사들을 가리키는데, 친박 내부에서는 자기들끼리 쓰는 말로 ‘근박(近朴)’ 또는 ‘초근박(超近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4선의 서병수 의원과 3선의 최경환·유승민·유정복 의원, 재선의 이학재 의원 그리고 원외의 이혜훈·이정현 최고위원과 이성헌 전 의원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조직·직능·전략·기획·정책·메시지·홍보·수행 등 각각의 고유 업무를 가지고 있어, 향후 대권 가도에서도 자신의 고유 업무를 관장하며 박 전 위원장의 측근을 자처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이 전 의원 대신 조직을 관장하게 된 3선의 홍문종 의원을 8인방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 중에서도 총괄의 역할을 하는 이른바 ‘좌장’ 격을 두고 최의원이 언론에 자주 거론되면서 다른 이들이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경환 견제론’은 지난 3월 총선의 공천 과정에서 더 크게 불거졌다. 당시 새누리당의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인사로 ‘3인방’이니, ‘4인방’이니 하는 얘기들이 끊임없이 떠돌았다. 여기서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한 이가 바로 최의원이다. 친박계의 한 핵심 인사는 “당시 총선 공천에서 수도권은 권영세 사무총장이, TK(대구·경북)는 최의원이, PK(부산·경남)는 현기환 전 의원이 좌지우지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특히 최의원과 현 전 의원의 각별한 관계가 회자되었던 만큼, 현 전 의원을 둘러싼 이번 공천 헌금 파문에서 최의원도 다시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친박이 이미 권력을 다 잡은 듯하다”

친박 진영은 현 정부에서 비주류로 밀릴 때도 ‘노장파’와 ‘소장파’ 간의 갈등이 존재했고, 이는 오늘날 ‘보수파’와 ‘개혁파’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경환 라인’과 ‘유승민 라인’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실제 두 사람은 자주 대립하는 등 불편한 관계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비대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최근 박근혜 대선 경선 캠프에서 각각 공동선대위원장과 정치발전위원을 맡으면서 컴백하자, 일각에서는 이 둘을 포함시켜 ‘10인방’으로 말하기도 한다. 기존의 친박 정치인들에게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을 정도로 개혁 성향이 강한 이 두 사람은 향후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김종인 위원장은 경제 민주화 논쟁을 야기하며 친박 보수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한구 원내대표와 최경환 의원을 거세게 비판했다. 이상돈 위원은 비대위 시절인 지난 3월부터 당의 공천심사위를 향해 “투명하지 않은 공천 과정에 문제가 많다”라며 끊임없이 비판을 가했다. 이위원은 8월3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불거지고 있는 현 전 의원의 공천 헌금 파문이 만약 사실이라면, 관계된 이들은 피해 주지 말고 알아서 처신을 해야 한다”라며 자진 탈당 가능성도 언급했다.

“지금 나타나는 행태만 보아서는 이미 권력을 다 잡은 듯하다”라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만큼이나 친박 진영의 갈등과 내분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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