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중시 전략’, 갈 길이 구만리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2.08.12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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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전문가들, 오바마 국방 정책에 현실적 문제 지적…“국방비 삭감 상황에 종이 전략 불과”

지난 7월10일 한 미군 해병이 홍콩에 정박해 있는 조지 워싱턴호 위를 걸어가고 있다. 그 뒤로 중국 오성홍기와 F-18 전투기가 보인다. ⓒ AP연합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아시아 중시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고 천명해놓고 있다. 군사력도 대서양 지역에서 태평양 지역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갖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더구나 미국은 2013년 5백50억 달러를 시작으로 10년 동안 5천억 달러의 국방비를 줄여야 한다. 실질적으로는 그 두 배인 1조 달러를 삭감해야 하는 상황이다. 워싱턴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아시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과 딘 쳉 연구원은 최근 공동 보고서를 통해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전략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제시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 중시 전략을 천명하게 된 이유는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과 중국의 군사 팽창 등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게다가 국방 예산을 대폭 삭감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두 개의 전쟁 동시 수행 전략을 사실상 폐기해야 하고 군살을 뺀 첨단 미군으로 일대 전환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새 국방 전략이 안고 있는 허점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한반도와 중동에서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는 전략을 폐기하는 대신 아시아 지역에 주력하는 새 국방 전략을 수립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를 위해 미군의 군살을 빼고 첨단화해서 세계 최강을 유지하고 한반도를 포함하는 아시아 지역에 주력하겠다는 새 국방 전략을 발표해놓고 있다.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과 딘 쳉 연구원의 이른바 ‘헤리티지 보고서’는 오바마의 아시아 중시 전략이 국방비의 대폭 삭감으로 직격탄을 맞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적으로도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오바마의 아시아 중시 전략이 이행되려면 크게 세 가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첫째, 초점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에 필요한 미군 병력부터 전환해야 한다. 둘째 아시아 지역에 항구적인 미군 주둔과 순환 배치를 적절하게 배합해 미군력을 유지해야 한다. 셋째, 미군의 주둔을 각 지역, 각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해군은 현재의 지구촌 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는 항공모함 전단 11척을 비롯해 3백28척의 전함들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비 삭감으로 이 전력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군력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중시 전략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는 항공모함 전단을 현행 조지 워싱턴 호 1척에 1척을 더 추가할 방침이다. 니미츠 호 또는 제럴드 포드 호가 추가 배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항공모함 전단 1척은 순양함 1~2척, 구축함 2~3척, 프리키트함 1~2척, 핵추진 공격 잠수함 1~2척, 지원함 1척 등을 거느리고 있다.

그런데 항공모함 1척을 아시아 지역에 증강 배치하려면 미국의 전체 항공모함 전단을 현행 11척에서 12척으로 늘려야 하기 때문에 그리 만만한 문제가 아니라고 헤리티지 보고서는 지적했다.

미국 해군은 핵추진 공격 잠수함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데, 현재의 작전을 위해서는 48척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 해군은 당초 29년 동안 44척의 공격 잠수함을 건조해 실전 배치할 계획을 세웠다. 1년에 1.5척의 잠수함을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1년에 1척만 건조하는 것으로 줄였다. 그럴 경우 미국 해군의 공격 잠수함 전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년에 1척씩 건조하면 2030년에는 39척으로 9척이나 부족해질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미국 해군 잠수함 가운데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건조된 경우 대거 퇴역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헤리티지 보고서는 예전의 계획대로 1년에 1.5척씩 잠수함을 건조해 48척을 유지해야 하며, 그래야만 최소한의 아시아 중시 전략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해병대는 ‘미군의 911’로 불리고 있다. 전쟁은 물론 천재지변 시에도 미군이 개입할 때 가장 먼저 투입되고 선발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군의 합동 군사 작전과 아시아 중시 전략의 성패는 해병대 전력을 어떻게 유지·강화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미국 해병의 주력인 수륙 양용 공격함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경고받고 있다. 미국 해병의 수륙 양용 공격함은 적어도 38척을 운용해야 현재의 해병 작전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미 해병측은 밝히고 있다. 그런데 수륙 양용 공격함은 현재 4~5년에 1척씩 새로 실전 배치되고 있으며 USS 아메리카 호와 USS 샌 안토니오 호 등 두 척의 수륙 양용 공격함의 배치가 지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중시 전략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헤리티지 보고서는 경고했다. 따라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수륙 양용 공격함을 3년에 한 척씩 건조해 실전 배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미군이 필요로 하는 무기 체계 갖춰야 가능”

미국 해병대 지휘관이 F-35B기(왼쪽)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 AP연합
미국 공군은 현재 주력기인 F-15와 F-16기를 대체해나가는 시기에 있다. 국방비의 대폭 삭감에도 현재의 54개 전투비행대대(Squadrons)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앞으로 5년 동안 3백여 대의 전투기들을 퇴역시켜야 한다.

하지만 차세대 전투기로 구매해온 F-22 랩토 스텔스 전투기가 1백87대를 배치한 후 구매가 중단되어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F-22 랩토 전투기는 최고 성능을 자랑했지만 2006년에 대당 가격이 3억6천100만 달러나 되는 것으로 미국 의회감사원의 조사 결과 드러나면서 논란이 계속된 끝에 구매가 중단되었다.

그 다음 차세대 전투기로 F-35 다목적 전투기가 개발되고 있으나 2016년에나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F-22 스텔스 전투기와 F-35 다목적 전투기 사이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에 미국 공군 전력을 유지하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F-35 차세대 전투기도 벌써부터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F-35기는 전투 비행 거리가 현재의 전투기나 F-22 랩토기보다 짧아 공중급유기 등 지원기들도 함께 보충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F-35기는 또한 단단한 활주로가 필요한 탓에 전시에 비행장이 공격받았을 때 이착륙할 장소를 찾지 못할 경우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헤리티지 보고서는 경고했다.

이 때문에 변형시킨 F-35B기를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헤리티지 보고서는 제안했다. 미국 공군이 아니라 미국 해병대와 영국 육군에서 사용키로 한 F-35B 개량형을 더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F-35B는 짧은 활주로에서 이착륙이 가능할 뿐 아니라 해리어기와 마찬가지로 수직 이륙까지 할 수 있게 개량되었다. 따라서 F-35B 개량형을 더 많이 배치하게 되면 전시에 고속도로나 심지어 주차장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다고 헤리티지 보고서는 밝혔다.

다만 F-35B의 대당 가격은 2억4천만 달러로 본래의 F-35보다 4천만 달러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헤리티지 보고서는 이와 함께 F-22 랩토기의 구매와 실전 배치를 재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딘 쳉 선임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전략은 아직 도면상의 종이 전략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의 육·해·공군, 해병대가 필요로 하는 무기 체계를 개선해야 실제 수행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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