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박근혜, 당선 가능성 50%대 선두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08.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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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적합도에서는 29.2%로, 안철수(21.7%)·문재인(18.1%)에게 턱밑까지 쫓겨

ⓒ 일러스트 찬희
정치권에서 대세론은 양날의 칼로 여겨진다. 대세를 형성하면 이미 절반의 승리를 거둔 것이나 다름없지만, 한 번 꺾이기 시작하면 또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있는 것이 대세론이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 진영에서 ‘대세론 확산’에 몰두하는 한편으로 ‘대세론 경계’에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선이 있는 올해에는 ‘박근혜 대세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사저널>이 각계 전문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에서 ‘올해 대선에서 누가 당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2.5%가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첫손에 꼽았다. 다른 분야의 조사가 3개의 중복 응답을 받은 것과는 달리 ‘대통령 적합도’와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묻는 조사에서는 한 명만 응답하도록 했다.

대통령 당선 가능성에서 2~5위까지는 모두 야권의 대권 주자들로 채워졌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2.1%로 2위,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11.2%로 3위에 각각 올랐다. 이어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1.8%로 4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0.8%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지목률을 모두 다 합하더라도 박 전 위원장의 지목률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만큼 전문가들도 2012년 8월 현재 박 전 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는 완만한 상승 곡선, 야권 후보는 큰 폭의 오름세

하지만 <시사저널>의 이전 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올해 조사에서는 몇 가지 특징이 드러난다. 특히 야권 진영에서 변화가 두드러진다. 여권의 박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대권 잠재력’ 부문에서 항상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 2008년 42.2%, 2009년 45.8%, 2010년 45%였다. 지난해 ‘당선 가능성’ 조사에서는 51%가 박 전 위원장을 지목했다. 올해는 이보다 지목률이 1.5%포인트 더 높아졌다. 일찌감치 형성한 대세론이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며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그동안 야권은 지리멸렬했다. 지난해 조사 결과만 보아도 야권 주자들의 지목률은 현저하게 낮았다. 2위에 오른 손학규 전 대표가 9.9%였고, 문재인 상임고문은 3.1%에 불과했다. 당시 안철수 원장은 대선 주자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대선이 점점 다가오면서 박 전 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을 보는 지목률은 조금씩 높아졌지만, 상대해야 할 야권 주자들의 반등 폭은 이보다 훨씬 더 크게 상승하고 있다.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는 그 변화가 훨씬 더 뚜렷했다.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박근혜 전 위원장을 지목한 응답자는 29.2%였다. 박 전 위원장이 선두를 지킨 데는 변함이 없다. 그렇지만 야권의 대권 주자들이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2위에 오른 안철수 원장(21.7%)과 3위를 차지한 문재인 상임고문(18.1%)의 지목률만 더해도 박 전 위원장을 10%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후보 단일화 변수를 고려한다면 박 전 위원장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개 분야 전문가 그룹 중 세 개 군(群)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2~3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언론인 그룹에서는 그룹 야권의 두 유력 주자가 모두 박 전 위원장을 앞질렀다. 문고문(30%)이 1위에 올랐고, 안원장(23%)이 2위를 차지했다. 박 전 위원장(14%)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회단체인 그룹에서도 안원장(25%)과 문고문(24%)이 선두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박 전 위원장(13%)은 3위에 그쳤다. 법조인의 경우 안원장(31%)이 박 전 위원장(26%)보다 5%포인트 앞섰으며, 문고문(11%)이 3위를 차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대통령으로 적합한가를 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나타난 30% 안팎이 박 전 위원장의 고정 지지층이라고 보면 된다. 이보다 더 높게 지지율이 나오는 것은 상대해야 할 야권 주자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질 수 있다”라고 내다보았다.

실제 <시사저널>이 대선의 해인 올해 ‘새누리당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가 1 대 1 맞대결을 벌인다면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을 1천명의 전문가에게 던져본 결과, 야권 단일 후보가 57.0%로 새누리당 후보(29.6%)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상자기사 참조).

박근혜, ‘이회창 대세론’ ‘이명박 대세론’ 중 어느 전철 밟을까

대선이 치러진 지난 2007년과 2002년의 상황은 어땠을까. 17대 대선이 있던 2007년 <시사저널> 전문가 조사에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다른 주자들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조사는 대선을 불과 두 달 여 앞둔 10월에 이루어졌다. 경선에서 승리해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 전 시장은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31.1%로 1위를 굳건히 지키며 ‘이명박 대세론’의 위력을 발휘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연합뉴스
야권의 장외주이던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가 11.5%로 2위에 올랐고, 민주당 경선을 치르고 있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8.6%)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2.6%)은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쳤다. 전문가들이 대부분 이 전 시장의 손을 들어주었던 셈이다. 10개 분야 중 사회단체인 그룹에서만 문대표(22%)가 이 전 시장(16%)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을 뿐, 나머지 아홉 개 분야 전문가 그룹 모두 이 전 시장을 적합도 1위로 꼽았다. 이 전 시장은 그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16대 대선이 있던 2002년 <시사저널> 전문가 조사도 10월에 실시되었다. 당시에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었다. 전문가 10명 중 7명꼴(69.3%)로 이후보를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로 꼽았다. 후보 단일화 여부가 주목되던 정몽준 의원(14%)과 노무현 민주당 후보(8.4%)의 당선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는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이후보가 33.4%로 1위를 차지했지만, 노후보(20.2%)와 정의원(18.9%)도 20%대 안팎의 지목률을 올렸다. 두 주자가 후보 단일화를 하게 되면 ‘이회창 대세론’이 흔들릴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 실제 후보 단일화 직후 대세론이 허물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이회창-노무현’ 1 대 1 대결에서 노후보가 승리를 거두었다.

지금의 ‘박근혜 대세론’이 ‘이명박 대세론’과 ‘이회창 대세론’ 중 어느 쪽 전철을 밟을지는 아직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박근혜 대세론’은 ‘이회창 대세론’에 더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시대 흐름이 새누리당에게 유리하지 않다. 2002년 대선 때에 보수보다 진보 쪽으로 확장하는 흐름이 있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지금이 그때보다 더 어려운 구도이다”라고 분석했다.

야권 후보 간 경쟁에서는 안철수 원장이 다소 앞서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 ⓒ 문재인 제공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정치 이슈도 박 전 위원장에게 좋지 않은 분위기이다. 5·16 발언 논란에 이어 ‘공천 헌금’ 파문까지 악재가 거듭되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야권에 승리했지만 득표율을 따져보면 거의 50 대 50이었다. 그런데 총선 이후 대세론에 기대 안주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박 전 위원장측이 사태를 안이하게 대처하면 결과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가랑비에 옷이 젖을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 김두관 제공
반면 김용철 부산대 정치학 교수는 “대통령 적합도에서 상대적으로 격차가 크지 않다고 해서 대세론이 무너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적합도는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이다. 박 전 위원장의 경우 개인이 갖고 있는 정치·사회적 배경 때문에 당선 가능성에 비해 대통령 적합도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누가 더 바람직하냐는 가치 판단보다 누가 승자가 될 확률이 높은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리고 적합도는 개인별로 측정되는 평가이기 때문에 개인 대 개인으로 비교해야 한다. 안원장과 문고문이 단일화를 한다고 해서 박 전 위원장의 적합도보다 높게 나올 것이라고 보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라고 설명했다.  

야권 후보 간 경쟁에서는 안철수 원장이 다소 앞서가는 형국이다. 안원장은 ‘당선 가능성’에서 문재인 상임고문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높은 지목률을 얻었다. 그렇다고 안원장이 야권의 단일 후보가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대통령 적합도’에서는 안원장이 근소하게 문고문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치인 그룹에서는 안원장(7%)에 대한 지목률이 극도로 낮았다. 박 전 위원장(37%)과 문상임고문(22%)은 물론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8%)에게도 뒤져 4위에 그쳤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 손학규 제공
안원장은 2007년 대선 때 바람을 몰고 온 문국현 대표와 여러 면에서 비교가 된다. 기존 정치권에서 새로운 인물을 찾고 있던 상황이 비슷하고, 기업을 경영하면서 사회 기여에 관심이 높았다는 것이 공통점으로 거론된다. 정치와 무관한 삶을 살았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하지만 당시 불었던 ‘문풍’에 비해 현재 불고 있는 ‘안풍’이 훨씬 더 강력하고 또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문대표와 달리 안원장이 아직까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신율 교수는 “안원장의 정치적 입지는 결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받게 될 검증 과정을 어떻게 잘 극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올해 대선의 최대 변수 중 하나는 야권 후보의 단일화 여부이다.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단일 후보와 새누리당 후보가 맞서면 야권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여권의 박근혜 전 위원장과 야권의 안철수 원장을 후보로 특정 지어서 맞대결을 펼쳤을 때도 안원장이 조금 앞선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번 <시사저널>의 전문가 조사에서도 야권 단일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여론조사와 비교할 때보다 그 격차가 훨씬 더 컸다.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가 1 대 1 맞대결을 벌인다면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7%가 야권 단일 후보를 지목했다. 새누리당 후보(29.6%)보다 두 배 가까이 앞선 결과이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와 비슷하게 전문가 조사에서도 연령별 차이는 나타났다. 30대 이하와 40대에서는 야권 단일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크게 앞선 반면,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근소하게 앞섰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예전에 비해 젊은 층이 정치에 관심을 더 갖기 시작했다. 이들이 투표장에 나오면 야권이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관심만 가진 채 실제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투표율이 65%를 넘을지 여부가 관건이다”라고 내다보았다.

전문 분야별로도 지지율에서 차이를 보였다. 언론인(78%), 사회단체인(71%) 그룹에서 야권 단일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법조인(66%)의 경우도 전체 평균보다 9%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반면 행정 관료 그룹에서는 야권 단일 후보(34%)와 새누리당 후보(31%)의 지지율이 엇비슷했다. 종교인의 경우에도 야권 단일 후보(45%)와 새누리당 후보(38%)의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처럼 야권 단일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상대로 크게 앞서는 결과가 나온 데는 1 대 1의 수평적인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 야권이 더 잠재력이 크다고 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야권이 후보 단일화를 한다고 해서 그 잠재력이 다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단일 후보가 선출되더라도 화학적 결합이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경우 단일화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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