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남자가 더 위험한 ‘변비’
  • 석유선│헬스팀장 ()
  • 승인 2012.08.2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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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육류 섭취 늘면서 환자 증가…수분·섬유소 섭취량 적은 것도 원인

ⓒ 시사저널 전영기

육군 장교 출신인 김병용씨(36·은행원)는 군 시절 남모를 속병이 하나 생겼다. 촌각을 다투는 바쁜 군생활 때문에 식사는 급히 하고, 제때 화장실을 가지 못해 변을 참는 습관이 거듭되면서 ‘변비’가 생긴 것이다. 제대 후 은행에 취업하고 나서도 제때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변비는 나아지기보다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변비는 대장의 활동이 둔해지면서 배변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로, 변을 보는 횟수가 일주일에 3회 미만이며 검고 딱딱한 변이 나오고 배변 시 많은 힘이 드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복통과 복부 팽만감,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동반해 나타난다. 변비는 원인에 따라 기질성과 기능성으로 나뉜다. 기질성 변비란 대장 내부의 염증성 질환 등에 의해 대장이 구조적으로 막혀서 생기는 변비를 말한다. 기능성 변비는 특정 원인 질환은 없지만 대장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한다. 변의(便意)를 느껴도 참는 것이 오래 반복되면 변비가 생기기 쉽다. 

그동안 흔히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변비가 최근 들어 남성들 사이에서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여성 변비는 잦은 다이어트로 인한 적은 식사량과 황체 호르몬의 영향 등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지만, 남성 변비의 원인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잘못된 식습관과 배변 버릇 고쳐야

우선 과식이나 폭식 등 잘못된 식습관과 화장실에서 신문을 보는 등의 배변 습관 등을 남성 변비의 주원인으로 들 수 있다. 남성은 과일이나 채소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보다는 고기나 인스턴트 식품, 육류 가공 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고, 바쁜 직장인들은 아침 시간에 변을 보지 못하거나 업무 시간에 배변감이 생겨도 참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변을 참게 되면 오랫동안 변기에 머무르면서 배변 활동이 느려져 변비가 더욱 심해지게 된다.

또한 최근 ‘식스팩’ 등 몸짱 열풍으로 인해 체중 감량을 갑자기 시도하는 남성들에게는 갑작스런 다이어트로 음식물 섭취가 줄어들면서 장의 활동이 둔해져 변비가 생기기 쉽다.

특히 남성들의 잘못된 상식 가운데 하나가 유산균 발효유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면 배변 활동이 원활해진다고 믿는 것이다. 또 흡연을 하면 배변 활동이 원활해진다고 믿는 남성이 많은데, 이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변기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습관이 된 남성들은 뇌가 조건반사를 일으켜 배변을 촉진하는 것일 뿐 흡연과 장 운동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더구나 변비를 수치스럽게 느끼고 경증 질환이라는 인식 등으로 증상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 병을 키우기 쉽다. 특히 남성들은 세심함이 부족한 성향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큰 고통을 주지 않으면 변을 방치하곤 한다. 이는 오랜 시간 화장실에 앉아 있는 습관을 만들어 치질을 유발할 수 있고, 오래 머무른 ‘숙변’ 등으로 장에 쌓인 독소가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건강기능 식품에 의존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순천향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준성 교수는 “변비에 좋다는 차나 건강보조식품 등을 남용하는 것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식품에는 자극성하제가 들어 있는데 처음에는 효과가 매우 좋으나 습관성, 내성 발생, 전해질 이상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교수에 따르면, 변비 치료를 위해 수술을 하는 경우는 드물고 약물 치료와 바이오 피드백 치료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런 약물을 장기간 사용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바이오 피드백 치료는 컴퓨터 화면을 통해 환자가 자신의 항문 근육 상태를 확인하면서 올바른 이완법을 익히는 치료법으로, 부작용이 적고 효과는 좋다. 이같은 방법으로도 안 되면 마지막으로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변비는 만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이 최선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수분과 섬유소의 다량 섭취 그리고 균형 잡힌 식사이다.

과일 등 식이섬유 충분히 섭취하면 예방

특히 배변 활동에 꼭 필요한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이섬유 하루 섭취량은 25~30g인데, 이는 보리밥 세 공기에 가깝고 사과 10개 내외의 양이라 하루에 쉽게 섭취하기 힘들다. 때문에 밥보다는 과일을 먹어 양질의 식이섬유를 별도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또한 우유, 현미, 콩, 미역, 다시마, 호두, 고구마, 양상추, 푸른 야채를 비롯해 식이섬유 효과를 극대화하는 물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반면 변비에 악영향을 미치는 음식으로는 자극성이 강한 술, 커피, 고추, 후추, 쇠고기, 돼지고기, 맛이 진한 음식 등이 있다. 이는 대장 활동을 약화시키고 수분을 뺏어갈 뿐만 아니라 다른 건강에도 좋지 못하다.

만약 다이어트를 한다면 식사량은 서서히 조금씩 줄이고, 열량이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자주 섭취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물을 많이 마시는 식습관을 형성하고 변의가 느껴지면 즉시 화장실에 가고, 매일 아침 배변을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다이어트를 위해 갑자기 식사량을 줄이면 절대적인 음식 섭취량이나 섭취된 식이섬유의 양이 적어진다. 그러면 대변이 만들어질 재료가 부족해 변비가 잘 생긴다. 유산균을 넣은 제품을 자주 마시면 변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만약 음식으로 해결이 되지 않을 정도로 변비가 악화된 경우에는 변비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변비약도 복용할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장폐색·직장 내 출혈 등 위장관 내 질환이 있거나 고령자는 변비약을 복용하기 전에 의사나 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또한 신장 또는 심장에 질환이 있는 경우 수산화마그네슘 제제를 복용하게 되면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수산화마그네슘 제제는 다량의 우유, 칼슘 제제와 동시 복용을 피해야 한다. 고칼슘혈증, 고질소혈증, 알칼리혈증 등 우유 알칼리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어 반드시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

또한 두 가지 변비약을 함께 복용하지 말고, 일주일 이상 복용해도 변비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직장에 출혈이 있을 경우에는 복용을 중단하고 의사나 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원선영 교수는 “육식 위주의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이 변비와 설사 등 장질환을 유발하고 있다. 걷기나 조깅, 요가 등 낮은 강도의 운동과 여가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고지방식과 과음, 흡연 등을 피해 건강한 장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이자 치료이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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