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할머니들’을 이야기하는 뮤지션
  • 이규대 기자 ()
  • 승인 2012.09.0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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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아카시아밴드 보컬 송은지씨

ⓒ 시사저널 최준필
여성이, 여성의 목소리로, 여성을 위한 노래를 불렀다. 지난 8월28일, 17명의 여성 뮤지션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소재로 한 기획 앨범 <이야기해주세요>를 발표했다. 섬세한 감수성이 빛나는, 짙은 여운을 주는 수록곡들에 대해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이렇듯 뜻깊은 기획을 처음 제안하고 추진한 이는 소규모아카시아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송은지씨이다.

이번 앨범은 지난 2006년 송씨가 참여했던 소모임에서 처음 구상되었다.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송씨는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던 동료 뮤지션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토론했다. 이 과정에서 할머니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관한 것으로 이어졌다.

평소 송씨의 마음에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전에 들려주었던 말이 남아 있었다. “왜 그렇게 일찍 결혼했느냐”라는 송씨의 질문에, 할머니는 “그때는 위안부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다들 일찍 결혼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때 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피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송씨는 그 시대를 살았던 여성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하고 싶었다. 동시에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 결과가 ‘이야기해주세요’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가 성사되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송씨는 한국 독립음악계의 대표적인 여성 뮤지션들을 일일이 만나 공동 작업을 의뢰했다. 송씨가 제안한 앨범의 취지에 적극 공감한 여성 뮤지션들은 개인 앨범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심혈을 기울여 곡을 쓰고 녹음했다고 한다. 음반 제작비는 지난 4월 ‘후원 공연’을 열어 마련했다. 그 결과, 내로라하는 여성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양질의 컴필레이션 음반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송씨를 비롯한 여성 뮤지션들은 국가주의적이거나 민족주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 이에 대해 송씨는 “여성의 몸을 국가나 민족에 귀속시키거나, 반일 감정을 배경에 깔고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과거가 아닌 지금의 삶의 문제로, 여성의 몸의 문제로 바라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앨범에는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성폭력, 히로시마 피폭 피해, 타워크레인에 올랐던 김진숙 위원 등 ‘여성의 몸’을 둘러싼 여러 주제를 다룬 곡들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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