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도 너무 흐르는 ‘북극의 눈물’
  • 조홍래│편집위원 ()
  • 승인 2012.09.0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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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면적, 최근 빠른 속도로 감소…지구 온난화에다 태풍 등 기상 이변 탓

한여름 북극 스피츠베르겐 섬 주변의 빙하. ⓒ LEHTIKUVA
북극의 빙하 두께가 최저 수준으로 얇아져 기후 변화로 인한 극심한 지표면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콜로라도 대학의 국립빙설데이터센터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은 2012년 8월26일 현재 북극의 빙하 면적은 1백58만 평방 마일로 1979년 측정을 시작한 이래 가장 작아졌다고 말했다. 이 빙하는 용해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전의 최저 기록은 2007년 9월 측정된 것으로 1백61만 평방 마일이었다. 5년 만에 3만 평방 마일이 준 셈이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받는 이 센터의 연구원 월트 마이어 박사는 변화의 주원인은 지구 온난화로 보이지만 최근 지구상에서 자주 나타나는 특이한 기후 조건, 예컨대 강력한 태풍 등이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표가 고온에 노출되면 더 많은 비를 만들고 이 비는 다시 열을 흡수해 빙하를 얇게 만든다고 말했다. 마이어 박사는 기자들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빙하는 극온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북극 빙하는 진눈깨비 형태로 변해  약 10피트의 두꺼운 얼음 형태일 때보다 더 쉽게 녹는다. 지구 수표면의 20~25%는 이런 빙하로 덮여 있다. 과학자들은 북극해가 다른 바다에 비해 매우 특이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3월(위)과 9월(아래)에 NASA가 촬영한 북극 빙하. ⓒ EPA연합
30년간 40% 감소…북극 이외 지역에도 영향

북극 빙하의 물컹한 성질, 즉 유연성은 거대한 태풍에 영향을 받는 중요한 이유이다. 2007년 측정 이후 북극 빙하에 대한 새로운 기록은 당초 올가을에 수립될 예정이었으나 태풍으로 인해 앞당겨졌다. 여름철 북극 빙하의 최저 기록은 통상 겨울철이 시작되는 9월13일쯤에 나타난다. 그러나 빙하는 이 달 들어 하루 평균 3만8천6백 평방 마일의 전례 없는 속도로 녹아 예정보다 일찍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 이론대로라면 용해가 계속되는 11월에 최저 기준에 도달해야 한다. 빙하의 감소는 이미 북극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한 사례로 영국의 석유 회사 더치 셀의 탐사선 노블 디스커버리 호는 빙하 용해로 공해 수면이 넓어지는 바람에 정부의 탐사 허가도 받기 전에 미리 북극해로 출항했다.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자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그린가스 배출을 줄이는 논의도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환경개방 국무차관보를 역임한 레이프 포머런스는 빙하 축소로 기후 변화에 대한 토론에 일대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반구의 냉장고에 전원이 나간 상황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경고가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에 회의적인 일부 사람들이 빙하가 줄었다고 해서 기존의 생각을 즉각 바꿀지는 미지수이다. 카토연구소의 연구원 패트릭 마이클은 남극 빙하는 오히려 팽창하고 있다며 지구 전체의 빙하 규모를 감안하면 북극 빙하의 감소와 관련된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이어 연구원은 두 극의 기후가 판이하게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남극은 얼음으로 둘러싸여 있으나 북극은 얼음이 덮인 육지에 포위되어 있기 때문에 지구 전체의 빙하 규모는 이 논쟁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마치 평균 강우량에  변화가 없는데도 뉴욕시에는 홍수가 일어나고 텍사스 주에서는 가뭄이 계속되는 이치와 같다고 그는 말했다.

북극 빙하는 지난 30년간 40% 감소했다. 따라서 북극 이외 지역에도 어떤 형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다. 빙하 수축은 태양이 비치는 백색의 일조 공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북극의 온난화를 가속시켜 해수면 온도를 상승시키고 결국에는 빙하의 용해를 초래한다. 이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그린랜드이다. 7월11일부터 13일 사이 그린랜드 빙하층에는 가장 넓은 균열이 생겼다. 이 때문에 빙하 표면의 97%에서 용해가 일어났다. 그로부터 3일 후 피터만 빙하층에서 맨해튼 크기의 거대한 빙산 덩어리가 떨어져 나왔다. 이것은 바다 온도가 상승해 일어난 현상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얼음 없는 북극’이 바꿔놓는 것들

환경운동가들은 북극 빙하의 소실과 수십 년 내 최악의 미국 가뭄 등을 고려할 때 그린가스 배출의 주된 원인인 석탄 연료의 소비를 감축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세계야생기금의 기후변화국장 루 레너드는 자연 환경의 위기에 대해서는 걱정하는 소리가 요란하나 기후 변화를 걱정하는 소리는 모기 소리에 머물고 있다고 개탄했다. 동시에 북극이 더워지면 석유와 가스의 채굴이 감소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 반대이다. 북극 항로와 북해 루트는 얼음이 사라짐에 따라 해양 운항을 가속화시킨다. 중국의 쇄빙선 ‘슈에롱’(雪龍)은 현재 높은 위도를 통해 최근 북극에 도달했다. 모두가 빙하가 줄어든 결과이다.

더치 셀은 알래스카의 처크히 및 보포스트에서의 채굴을 준비 중이다. 과거 같으면 두 지역의 두꺼운 얼음층 때문에 채굴 허가가 나올 수 없는 곳이었다. 더치 셀의 여성 대변인 켈리 위그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탐사선 디스커버리 호가 곧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탐사선 쿨루크 호도 2주간의 항행 끝에 보포스트까지의 절반 거리에 이르렀다.  두 탐사선이 전인미답의 두 지역으로 가는 항로를 찾았다는 것은 지난 수십 년 간 빙하 해로가 얼마나 급변했는가를 보여준다. 두 선박은 조만간 영국 내무부로부터 탐사 허가도 받을 것이라고 대변인은 밝혔다.

20만년 전 현대인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북극 빙하는 영원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 빙하가 지금 급속히 모습을 바꾸고 있다. 얼마 전까지도 빙하는 여름에 녹았다가 겨울에 다시 어는 순환을 계속했다. 이 자연의 법칙은 당연시되었고 누구도 빙하가 사라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과 오만이 대자연의 법칙에 변화를 만들었다. 나사의 일부 과학자들은 2020년 북극에서 얼음이 없어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얼음 없는 북극은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쇄빙선을 타고 북극에 가야만 했던 탐사가들은 쾌재를 부를지 모르나 얼음 없는 북극이 인류에게 끼칠 비극적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얼음 없는 북극은 북극곰의 삶을 고달프게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북극곰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 파멸을 안겨줄 수 있다. 신의 경고로 봐야 한다. 생태계 변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경고를 겸허히 수용할 때가 된 것 같으나 아직 이를 경청하는 조짐은 없다. 최근 여러 미디어가 난개발로 인한 빙하의 소멸을 ‘지구의 눈물’이라는 타이틀로 제작하는 일은 예사롭지 않다. 지구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하는 인간의 방종을 보다 못해 마이어 박사가 한 경고는 매우 시사적이다. “북극 빙하가 인류에게 엄중한 결과를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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