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본색’ 대결로 치닫는 일본 정치
  • 도쿄·임수택│ 편집위원 ()
  • 승인 2012.09.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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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지역 정당 후보들, 정권 탈환 ‘호기’ 맞아 움직임 활발

지난 9월5일 일본 도쿄 거리에서 자민당 다니가키 사다가즈 총재가 자민당 총재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다. ⓒ Xinhua 연합
민주당 정권이 소비세 악몽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재정 적자는 약 1천조 엔으로 GDP(국내총생산)의 두 배 정도이다. 전체 세입의 50% 이상이 국채 발행을 통해서 얻어진다. 노다 정권은 소비세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지만 소비세 인상은 늘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 2010년 간 나오토 전 총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소비세를 10% 인상하겠다는 소신 발언을 한 후 선거에서 대패했다. 참의원을 야당에 넘겨주었다. 결국 간 총리가 사임하고 노다 총리가 등장했다. 재무상 출신인 노다 총리 역시 심각한 재정 적자를 해결하는 방안은 소비세를 인상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단독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해 야당인 자민당·공명당과의 조건부 합의하에 소비세 인상안을 통과시킨 배경이다. 조건부란 빠른 시간 내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치르겠다는 약속이다.

그러자 파열음이 시작되었다. 당내 최대 파벌인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은 3년 전 정권을 교체했을 때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한 국민과의 약속을 위반했다며 50여 명의 자파 의원들을 데리고 탈당했다. 자민당도 돌아섰다. 참의원에서 총리 불신임 안을 통과시켰다. ‘가까운 시일 내’ 중의원을 해산하기로 한 약속을 연말 이후로 미루려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노다 정권은 ‘식물 정권’이 되어버렸다. 선거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소비세 인상 때문에 결과적으로 정권이 교체될 수 있는 상황까지 몰리게 되었다.


자민당, 강경 보수 색채 강한 인사 중심 결집

자민당은 정권을 탈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기대감에 들떠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당내 총재 선거의 열기가 뜨겁다. 선거에서 이겨 총재가 되면 바로 총리가 되기 때문이다. 유력한 후보는 세 사람이다. 그동안 대여 투쟁을 이끌어온 다니가키 사다가즈 현 총재와 건강상의 이유로 총리직을 중도 하차한 아베 신조 전 총리 그리고 국방상과 정조회장을 지낸 이시바 시게루 씨이다. 가장 의욕을 보이는 후보는 아베 전 총리이다. 일본 정치가 보수 쪽으로 흘러가는 시점에서 타이밍이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록 총재 선거에서 과반을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결선투표에서 이시바 시게루 씨와 연대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지난 9월6일 오전 이시바 전 정조회장이 주최한 ‘영토 문제에 관한 합동연구회’ 모임에 아베 전 총리가 참석하는 형식으로 두 사람은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날 모임에는 지지 의원 5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안전 보장 등에 관심이 많고 추구하는 바가 비슷하다. 지지 기반도 중견이나 젊은 국회의원들이어서 여러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강경 보수라는 이미지도 흡사하다. 아베 씨는 최근 영토 문제,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보수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이다. 3년 전에 빼앗겼던 정권을 되찾아올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환경에서 강경 보수 색채가 강한 인사들이 등장하는 것은 향후 일본 정치의 풍향을 대변하고 있다.

지역 정당 후보들의 열기도 자민당 못지않다. 지역 정당 후보 가운데에 태풍의 눈은 ‘오사카 유신의 회’ 대표를 맡고 있는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이다. 지역 정당이라고 하지만 실제 하시모토 1인의 인기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신의 회’에 민주당과 자민당을 탈당한 인사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정치인뿐만이 아니라 유명한 행정가들도 합류하고 있다.  TV 연예인 출신으로 미야자키 현 지사를 지낸 히가시 고쿠바루 씨, 요코하마 시장을 지낸 나가다 히로시 씨, 스기나미 구청장을 지낸 야마다 히로시 씨 등이다. 게다가 개혁 정당 이미지로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는 민나노 당(모든 사람들의 정당)의 일부 국회의원들조차 하시모토 시장의 신당으로 합류할 예정이어 유신의 회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하시모토 시장은 자민당의 일부와 정책적 공조를 취할 계획이다. 상대는 아베 신조이다. 두 사람 모두 강경 보수 색채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통하고 있다. 하시모토 시장은 최근 일본이 강제적으로 종군 위안부를 동원한 사실이 없다고 부정했다. 이 점에서 아베와 생각이 비슷하다.

이들 지역 정당의 정책적 공통점은 소비세 인상에 반대한다는 점이다. 증세 반대는 지역 정당들이 기존 정당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이다. 다가올 선거에서 민주당, 자민당과 각을 세워 제3세력을 모색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사기가 충천(?)한 자민당 후보들과 전국적 인기를 바탕으로 중앙 진출을 꿈꾸고 있는 지역 정당들의 기세 속에 정작 집권 민주당의 존재감은 약해 보인다. 지난 8월10일 마쓰노 요리히사 관방 부장관이 민주당을 탈당해 하시모토 씨의 유신의 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이러한 당내 분위기 속에서 노다 총리가 재출마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다 총리로는 선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호소노 고오시 환경상이 갑자기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어느 후보도 자민당의 기세와 하시모토 시장의 인기를 능가할 만한 카드는 되지 못하고 있다.


자위대 군대화·보통 국가 추구할까 우려

선거 이슈도 관심거리이다. 소비세 인상에 대한 공방이 가장 첨예하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수정안에 동의했던 자민당도 소비세 인상에 조심스럽게 대처하고 있다. 지역 정당은 물론 기타 군소 정당들은 증세에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는 최근까지 한 배를 탔던 오자와 전 간사장 그룹도 증세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선거 구도가 명확하고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민주당에 소비세 악몽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소비세 인상을 주장하다 참의원에서 대패한 전철을 밞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시는 참의원을 야당에 넘겨주었지만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패배하면 정권 자체를 넘겨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번 선거 역시 소비세가 쟁점이 되어버렸다.

민주당은 선거 이슈를 분산하려고 하고 있다. 소자녀·고령화 대책, 신재생 에너지 정책, 경제 성장, 디플레이션 해결 그리고 환경 변화에 따른 외교 방위 정책이다. 특히 독도 문제와 북방 영토 등에 대해서는 “일본의 주장을 세계에 명확하게 알린다”라고 강조했다. 독도 문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하겠다는 것이다. 자민당의 정책과 오사카 유신의 회의 정책은 아직 최종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두 세력이 헌법 개정 문제를 통해 자위대를 군대화하고 보통 국가를 추구하고자 할 경우 일본 정치의 미래는 걷잡을 수 없는 길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는 각 후보들의 성향이 강경 보수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지금 침체된 경제와 사회 재건을 명분으로 보수층을 자극하는 노선 경쟁의 막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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