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 ‘현대차 3인방’ 반전 카드는?
  • 문형민│뉴스핌 기자 ()
  • 승인 2012.09.1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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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판매 부진 등 여파로 주가 하락세 지속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전차(電車) 군단’의 한 축인 자동차 주식이 하반기 들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8월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자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이른바 ‘현대차 3인방’의 주가도 올해 상승분을 반납 중이다.

증시 일각에서는 자동차 주가가 당분간 의미 있는 상승 추세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파업 등으로 인한 일시적 부진이고, 수익성 증가가 이어지고 있어 추가적인 하락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유력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4~5일 이틀간 현대차 주가가 6% 떨어졌고,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주가는 5%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 하락한 것에 비해 2~3배의 하락률에 달한 것이다. 현대차 3인방의 주가는 지난 8월15일을 전후로 힘을 잃기 시작했다. 경기 불안으로 내수 판매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또 증시의 전체적인 흐름이 이때부터 상승세가 꺾인 영향도 받았다. 이같은 하락 분위기에서 8월 판매 실적이 발표되자 현대차 3인방의 주가가 받은 충격은 컸다.

현대차는 지난 8월 한 달 동안 전 세계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6% 감소한 29만3천9백24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적은 판매 실적이다. 기아차 역시 8월에 전년 동기에 비해 0.5% 감소한 19만9백4대를 판매했다. 이 또한 올 들어 월별 판매량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김윤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내수 부진으로 승용차 판매 감소가 지속되고, 물량 공급 부족으로 싼타페의 신차 효과가 소멸되어 현대차의 내수 판매가 30%가량 급감했다. 기아차 역시 노조 파업과 휴가 등으로 국내 공장 판매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15.9% 줄어들었다”라고 풀이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현대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는 소식은 다시 자동차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8월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한 11만1천1백27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6만1천99대로 4%, 기아차는 5만28대로 22% 성장했다. 나쁘지 않은 판매 기록이었다. 그렇지만 미국 시장 전체의 판매량 증가율이 20%에 달했고, 일본 브랜드인 토요타와 혼다가 각각 46%, 60% 판매량을 늘린 것과 비교되며 현대·기아차의 성과는 초라하게 평가되었다. 미국의 빅3인 GM·포드·크라이슬러의 판매량도 10%대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질적 성장 이루어지면 2차 상승도 기대

이 결과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한 시장 점유율은 8.6%로 지난해 8월 9.3%에 비해 0.7%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8월까지의 누적 시장 점유율 8.9%보다 낮은 수준이다. 현대차의 점유율이 5.5%에서 4.8%로 하락한 영향이 컸다. 기아차는 3.8%에서 3.9%로 소폭 상승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상대적인 부진은 미국 공장의 생산 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한국에서의 파업으로 미국으로 배송되는 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대차의 생산 능력이 한계에 달하면서 정체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올 1분기 공장 가동률은 한국 1백3.8%, 미국 1백12.6% 등으로 생산 능력을 웃돌았다. 기아차 역시 한국 1백9.1%, 미국 96.9% 등으로 풀가동되었다. 그럼에도 두 회사의 미국 시장 재고 일수는 1개월 내외에 그쳤다. 미국과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각각 60~70일, 40~50일인 것에 비해 빡빡하다는 얘기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재고 일수가 최소 두 달은 되어야 딜러에서 정상적인 전시 및 판매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8월 미국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공급 능력 확대를 위해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9월부터 2교대에서 3교대로 바꾸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도 3교대 근무로 전환해 36만대 생산 체계를 갖추었다. 하지만 새로운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 없어 공급 부족으로 인한 판매량 정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안상준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시장이 좋아지더라도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더 늘어날 수 있나라는 의구심이 투자자들 사이에 존재한다. 파업 종료로 인해 9월 이후 공급 애로는 개선되겠지만, 현대차의 판매량이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떨어진다는 것은 불리한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현대·기아차가 올 상반기에 판매 목표를 초과 달성해 연말까지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는 점도 판매량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익 극대화를 생각하면 판매를 더 늘리기 위해 인센티브를 높이는 등 무리하게 재고를 소진하는 전략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의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판매량보다 수익성이다. 현대차는 지난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 수요가 침체하는 가운데 지난해까지 연평균 1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세계 자동차 총 수요의 성장은 4.6%에 그쳤다. 이처럼 고성장을 지속해온 현대차는 이제 차량 가격을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질적 성장’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최근 1년간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실질 가격 할인 폭을 제거하면서 마진을 개선한 데 이어 하반기부터는 주요 모델의 판매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7월 수출 평균 판매 단가(ASP)는 1만6천2백8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직전 최고 기록도 올해 4월의 1만5천7백18달러였다. 또한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1.4%로, 업계 최고의 수익성을 보인 BMW(11.6%)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기아차 역시 9.6%의 영업이익률로 폴크스바겐 6.7%, GM 5.2%, 피아트·크라이슬러 4.4%, 토요타 4.2% 등에 크게 앞섰다. 박영호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는 비약적인 양적 성장으로 시장 지위가 상승했다. 질적 성장에 따라 리레이팅(rerating·가치 재평가)이 이루어진다면 2차 랠리도 가능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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