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가를 ‘극과 극’ 정책 대결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2.09.1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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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니-오바마, 여러 정책에서 정반대 입장 보이며 지지 호소

ⓒ EPA 연합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2012년 미국의 선택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공화 양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피니시 라인을 향해 총력전을 벌이는 막판 최후 승부에 돌입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일은 11월6일이다. 두 후보는 반분된 미국의 현 상황을 보여주듯 정반대의 정책을 내걸고 최후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외교·안보 정책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반면 국내 정책에서는 정반대 방향의 길과 상반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어느 때보다 어느 진영이, 얼마나 강하게 뭉쳐 투표장에 많이 나오느냐, 그리고 얼마나 열정적으로 발로 뛰어 격전지에서 지지층을 투표소까지 데려오느냐에 따라 승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 정책  ‘핵 무장 해제’에 강성 경쟁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대북 정책을 포함한 외교 정책에서는 경쟁적으로 강경한 정책 구상을 내걸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첫 임기 4년간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도발 행동들이 오히려 강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철 북한 문제가 최대 골칫거리로 떠오르지 않도록 관리하는 차원에서 이른바 2·29 합의를 발표하고 대화를 재개하려 했으나 김정은 정권이 로켓 발사를 강행하면서 백지화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9월 초 전당대회에서 채택된 2012 민주당 정강 정책(Platform)을 통해 북한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경고장을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북한이 ‘냉혹한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지적하고 비핵화를 향해 증명 가능한 조처를 취할 것이냐, 아니면 미국과 국제 공동체로부터의 지속적인 고립에 직면할 것이냐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북한이 다른 국가나 테러 집단 등이 핵물질을 갖도록 돕는다면 응분의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롬니 후보는 오바마의 대북 정책을 실패작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의 붕괴까지 상정한 대북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을 내비치며 북한의 무장 해제를 반드시 달성할 것임을 강조했다. 롬니 후보는 지난 8월 하순 북한에 대해서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무장 해제(Disarm North Korea)시킨다는 정책 목표를 내걸고 강경한 내용의 대북 정책 구상을 제시했다. 롬니 후보는 북한의 예측할 수 없는 독재자가 핵 능력을 갖는 것은 동아시아에 주둔해 있는 미군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으며 다른 불량 국가나 테러 집단에 핵 장치를 넘겨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롬니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 시설을 제거하는 데 전력투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제거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는 11월6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을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왼쪽)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 ⓒ EPA 연합
중동 정책  군사 공격 언제 할 것인가

롬니 후보와 오바마 대통령의 대외 정책은 이란의 핵 무장 저지, 이스라엘 옹호 등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란의 핵 무장을 반드시 막겠다는 데에서는 두 후보가 똑같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의 핵시설을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공격할 시기가 임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아직은 협상과 압박, 제재를 통해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해야 하는 시기이며 그것이 실패로 돌아가고 이란의 핵 무장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될 때에는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비해 롬니 후보는 좀 더 명확하게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위협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이 생존을 위해 이란에 대해 군사 공격을 할 수도 있다고 옹호하고 있다. 롬니 후보는 최근에도 “제재 등으로 이란의 핵 무장을 막지 못한다면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군사 공격을 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강경파인 이스라엘의 벤야민 네탄야후 총리에 대해서도 롬니 후보는 친분을 과시하며 강력하게 옹호하는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시기와 방법을 논의하려는 네탄야후의 면담 요청을 피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의료 정책  헬스케어법 전면 시행 vs 폐기

두 후보는 외교 정책에 비해 국내 정책에서는 판이하고 정반대이다. 의료 제도에 대해서는 상반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첫 임기 초반에 성사시킨 헬스케어 개혁법에 따라 2014년부터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를 열 수 있게 되었다. 연방대법원으로부터 합헌 판결까지 받아 거의 모든 미국민이 건강보험 혜택을 보도록 한다는 것이다.

반면 롬니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오바마 헬스케어 법부터 폐기시키겠다고 공약해놓고 있다. 롬니 후보는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전 주민 건강보험 의무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것을 참고했음에도 이제는 비슷한 성격의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롬니 후보는 건강보험이 없는 무보험자들에 대해서는 연방 정부가 아니라 주 정부가 지원해주면 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노년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와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에 대해서도 정반대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롬니 후보는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의 메디케어 폐지와 바우처 방안 대체 실시와는 다소 다른 방안을 내놓고 있다. 롬니 후보는 노년층이 현행 메디케어를 그대로 유지해도 되고 정부가 제공하는 수표로 민간 보험을 구입해도 되는 선택권을 부여할 것임을 밝혔다. 1956년 이후의 출생자들에 대해서는 메디케어를 폐지하고 수표로 제공해 민간 보험을 구입하도록 바우처 방안으로 대체한다는 라이언 방안이 노년층의 거센 반발을 사자 절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헬스케어 개혁법이 전면 시행되면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대폭 확대하게 된다면서 노년층과 저소득층의 표심을 잡는 데 중대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경제 살리기  부유층 증세 또는 감세

미국 유권자들이 대통령을 선택하는 데 가장 핵심으로 삼을 경제 살리기 정책에서도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는 상반된 해법을 내놓고 있다. 롬니 후보는 공화당의 전통 이념대로 작은 정부, 낮은 세금, 규제 완화, 적자 없는 균형 예산을 강조하고 있다. 롬니 후보는 이를 위해 올해 말에 만료되는 부시 감세 조치를 부유층까지 포함한 전체로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최고 부유층의 35% 세율을 28%로 낮추고 그 다음 세율은 20%로 통일하며, 최저 세율을 현행 10%에서 8%로 내리자고 제안해놓고 있다. 그리고 연소득 20만 달러 이하 가구의 자본이득세를 폐지하고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25%로 인하하자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의 방안은 결국 부자들만 감세 혜택을 더 많이 독차지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감세 조치 가운데 중산층 이하 서민 98%에 대해서는 그대로 유지하되, 가구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의 두 개 부유층에 대해서는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6월28일 미국 워싱턴에 있는 대법원 앞에서 낙태 반대론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UPI 연합
이민 정책  구제 조치 발표 vs 사면 반대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는 이민 정책에서도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 당초 승부를 판가름할 유권자층으로 떠오른 히스패닉계의 표를 잡기 위해 롬니 후보도 친이민 정책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예상되었으나 아직까지는 정반대 방향을 고수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한 해에 40만명씩 3년간 1백20만명이나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해 공화당 출신보다 훨씬 강경한 반이민파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서류가 미비한 청소년들에 대한 추방을 유예하고 합법 취업까지 허용하는 구제 조치를 지난 6월15일 발표하고 8월15일부터 시행에 돌입해 일거에 히스패닉 등 이민자 표심을 돌려세웠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기에 자신을 재선시켜주면 불법 체류 청소년들에게 영주권까지 제공하는 드림 법안과 포괄 이민 개혁 법안을 집권 2기 첫해부터 좀 더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공약해놓고 있다.

반면 롬니 후보는, 불법 이민자들에게 합법 신분을 부여하는 사면에는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불법 체류 청소년 구제 법안인 드림 법안 중에서도 대학생들은 안 되고 미군에 입대하는 경우에 한해 합법 신분을 부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불법 체류 청소년들이 학비 혜택을 받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도 취하고 있다. 게다가 1천100만명에 달하는 미국 내 불법 이민자들이 취업할 수 없도록 가로막아 결국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출신국으로 돌아가게 만든다는 자진 추방안까지 내놓고 있다. 히스패닉계의 표심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65% 안팎이 쏠리고 있는데, 롬니 후보는 여기서 30% 넘게 득표하지 못할 경우 당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를 받고 있다.

 낙태·동성결혼  오바마- 지지, 롬니- 반대

낙태와 동성 결혼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1백80˚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낙태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당연히 여성 낙태권을 지지하고 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오바마 케어를 통해 피임까지 무료로 지원받도록 의무화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후 피임약인 모닝애프터 필에 대해서도 16세 이상은 처방전 없이도 구입하도록 허용하고, 16세 이하는 처방전이 있으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반면 롬니 후보는 낙태를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롬니 후보는 사실 예전에는 여성 낙태권을 인정해왔으나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강력한 낙태 반대주의자로 변신했다. 롬니 후보는 미국에서 여성 낙태권을 인정했던 연방 대법원의 로우 대 웨이드라는 역사적인 판결도 번복되어야 한다는 입장까지 공표하고 있다. 다만 그는 연방 대법원의 새로운 번복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여성 낙태권이 인정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 하나 뜨거운 쟁점인 동성 결혼에 대해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기존의 불인정 입장을 번복하고 이번에는 똑같은 법적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지지 입장을 밝혀놓고 있다. 다만 동성 결혼 부부에게 어떤 법적 권한과 정부 혜택을 제공할지 여부는 각 주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동성 결혼 부부에게 이민·연금·의료 등 연방 차원의 1천여 가지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은 아직 지지하지 않고 있다.

반면 롬니 후보는,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 간의 결합이어야 한다면서 동성 결혼 자체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롬니 후보는 연방 헌법을 개정해 아예 동성 결혼 부부를 인정하지 않고 어떤 혜택도 제공하지 못하도록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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