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검찰 수사관을 스카우트?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2.09.1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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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역량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한때 영입 논의

2009년 10월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4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 경찰 관계자들이 참석해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과 수사권 조정 갈등을 겪고 있는 경찰이 자신들의 수사 역량을 높이기 위해 검찰 수사관을 스카우트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경찰 및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청 산하 ‘경찰수사구조개혁단’에서 최근 검찰의 대검 중수부와 경찰의 지능범죄수사대 등 양 기관의 대표적인 핵심 수사 부서의 수사력을 비교 분석했다는 것이다. 경찰수사구조개혁단은 향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의 자체 역량 증강을 위해 설립된 일종의 TF(태스크포스)팀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중수부에 비해 지능범죄수사대의 수사력이 훨씬 못 미친다는 내부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원인 분석도 뒤따랐다. 가장 먼저, 수사에만 집중할 수 없는 경찰의 구조적 문제가 언급되었다. 경찰은 본연의 업무라고 할 수 있는 수사 외에도 각종 행정적 잡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순환 보직으로 교통·방범 등의 업무에 투입되기도 한다. 십수 년 이상을 오로지 수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검찰 수사관들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것이다.

좀 더 뼈아픈 지적도 나왔다. 고급 경찰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는 경찰대학이 오히려 수사력 강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경찰대 출신들은 졸업 후 바로 경위에 오르는데, 의무적으로 정해져 있는 일선 순환 보직을 마치면 대부분 행정직으로 물러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비판은 ‘비(非)경찰대’ 출신의 경우도 똑같이 해당된다. 경찰은 계급 사회이기 때문에 경위 고참급만 되어도 반장이 되어 수사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지적이다.

직급 문제 등 걸려 내부 논의 단계에서 무산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 양식 등에서도 경찰은 제각각 통일이 안 된 채 중구난방인 반면, 검찰은 전국에서 모든 것이 통일되어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모색된 것이 바로 검찰의 수사관 중 우수한 인력을 스카우트하자는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방안은 실행에 옮겨지지는 못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특정 수사관을 선별해 구체적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하는 단계까지는 나가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부 논의 단계에서 무산되었다”라고 밝혔다.

직급 문제가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관들은 대부분 6, 7급이다. 이를 경찰 계급으로 따지자면 6급은 경감, 7급은 경위에 해당한다. 검찰 수사관을 스카우트해오기 위해서는 최소한 직급을 높여줘야 하는데, 이럴 경우 6급 수사관은 5급인 경정으로 올 수밖에 없다. 경정은 일선 경찰서 과장, 본청의 계장에 해당하는 고위 직급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경감만 달아도 수사 일선에서 다 빠져나오는 상황인데, 경정이라면 일선 수사와는 무관한 직책이 되어버린다. 스카우트한 실효가 없어지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수사구조개혁단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구조적인 문제를 다룰 뿐, 스카우트와 같은 채용 문제까지 맡지는 않는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얘기이다”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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