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통해 한국의 많은 것을 배웠다”
  • 이안 코이츤베악│주한 독일문화원 근무 ()
  • 승인 2012.10.0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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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하는 미국인’ 라이언 캐시디 씨 인터뷰

라이언 캐시디. ⓒ 라이언 캐시디 제공
필자는 지난 6월,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서울무형문화재전수회관 풍류극장에서 한국판소리보존회가 개최한 ‘제17회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에 청중으로 갔다가 이 대회에 참가한 한림대 국제학부 교수인 라이언 캐시디(Ryan J. Cassidy) 씨를 처음 만났다. 캐시디 씨는 이 대회 신인부의 유일한 외국인 참가자였다. 그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 하나인 <춘향가> 중 ‘사랑가’ 대목을 불렀다. 단정한 외모에 흰색 도포와 갓, 술 띠 등을 멋지게 갖추어 입고 똑똑 떨어지는 한국어 발음으로 고수의 북 장단에 따라 정확하게 박자를 맞추어 판소리를 하는 모습은 풍류극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판소리는 어떻게 접하게 되었나?

아내의 친구가 판소리를 배우고 있었는데 그분의 스승인 소숙자 선생님의 공연이 있다고 해서 가족과 함께 처음 판소리 공연을 관람했다. 캐나다에서 한국에 온 지 15년 가까이 되는데 판소리를 실제로 듣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소리꾼과 북을 치는 고수, 관객석에 앉아 있는 청중들이 바둑판처럼 같이 ‘판’을 짜고 서로 상호 작용을 하며 몰입하는 것이 아주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것을 시작으로 판소리 공연을 자주 보게 되고 소숙자 선생도 알게 되었다. 선생님께서 판소리가 어렵기는 하지만 재미있어 할 것들이 요술주머니처럼 많을 것이라며 배워보라고 했다. 선생님의 권유도 있었고, 판소리가 조선 시대의 역사와 생활상을 담고 있어 여러 가지 재미있는 공부가 될 것 같았다. 또한 한국어를 공부하기에도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어 개인 사사를 받기 시작했다. 햇수로 3년째 되었다.

판소리가 가진 특별한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심청가>를 교재로 해서 판소리를 배웠다. 판소리를 배우는 데 몇 가지 어려운 점도 있었다. 첫째, 판소리 사설 자체가 그 시대에 살았던 조선 사람들의 이야기라 한국말이 유창하지 못한 외국 사람에게는 공부해야 할 단어와 한자 숙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둘째, 발음 문제가 있었다. 나는 자음과 모음을 따로 떼고 붙이거나 받침 글자와 겹자음 등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아기처럼 다시 배워야 했다. 소숙자 선생께서도 늘 강조하셨지만 청중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으로 노래를 한다면 그 얼마나 고역일까.

어떻게 전국 판소리 경연대회에 나가게 되었나?

지난해 강원일보에 내 기사가 나간 뒤 여러 곳에서 전화가 왔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KBS 국악 한마당>이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다. 내 생애 첫 공연이었는데, 너무 긴장해서 엄청 실망을 했다. 그 이후로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날 내가 제일 못 한다고 생각했던 것, 회피하고 싶은 것을 정면으로 딱 맞닥뜨려서 그것을 넘어보려 노력해보고 싶어 경연대회에 참가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특별한 계획은 없다. 한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한국의 전통음악인 판소리를 통해서 사람과 사회, 문화, 예술, 경제, 정치, 역사, 심리 등 여러 가지 많은 것을 배웠다. 사람과 문화를 이해하려면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의 언어를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루를 살든 보름을 살든, 1년을 살든, 내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의 언어를 이해하는 데서 휴머니즘이 생기고 모두가 다르다는 차이를 인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나는 그 도구로 매력적인 판소리를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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