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늪’에 깊이 빠진 GS건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2.10.0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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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영업이익 52%나 감소…허명수 사장 리더십도 ‘휘청’

‘첩첩산중’. 요즘 허명수 GS건설 사장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다. 허사장은 지난 2008년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전까지만 해도 GS건설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어왔다. 하지만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오너 일가인 허사장이 ‘구원투수’로 투입되었다. 상당한 성과도 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사상 최대 실적 ‘무색’

GS건설은 허사장 취임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매년 갈아치웠다. 영업이익 역시 3년 연속 5천억원대를 기록했다. 최근의 건설 경기를 감안할 때 ‘선방했다’는 것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올 들어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한국건설경영협회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GS건설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52.7%나 감소했다. 대림산업(-27.1%)과 대우건설(-24%), 현대건설(-3.2%) 등 경쟁사보다 최대 15배까지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허명수 사장의 리더십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니냐”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허사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셋째 동생이다. 그는 경영지원본부장(CFO)과 사업총괄사장(COO)을 거치면서 GS건설 성장의 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장 취임 이후에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극복했다. 특히 그는 기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틈날 때마다 직원들에게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경쟁사 간에 수주 전쟁이 벌어지면서 말단 직원들에까지 ‘말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GS건설에서는 올 들어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8월 국립현대미술관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한 예이다. 갑작스런 사고로 29명의 사상자가 났다. 유족들은 “가연성 물질이 있는 곳에서 용접 작업을 했다”라면서 GS건설의 실수를 꼬집었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GS건설은 언론을 통해 “사고 당시 용접 작업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용접 작업 사실이 확인되어 논란을 빚었다. 조달청은 6개월간 정부 공사 입찰 참가 배제 계획까지 밝히기도 했다.

시행사 세금 1백4억원 가로챈 혐의도

지난 4월부터 강도 높은 검찰 조사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환경공단이 발주한 하남시 환경기초시설 현대화 및 공원 조성 공사를 따내는 과정에서 심의위원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였다. 인천지검 특수부는 지난 4월 GS건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GS건설 환경사업부 간부 두 명에 대해서도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GS건설 환경사업부 간부 양 아무개씨가 검찰 조사를 받는 와중에 중국으로 도피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GS건설은 “해당 간부는 국내의 한 사업장에서 근무 중이다”라면서 해외 도피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례적으로 특정 사업부 직원 전부에게 출국 금지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의혹의 시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말에는 허사장이 아파트 시행사 대표에게 고소를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김용기 한국토지신탁 대표와 짜고 부가세 1백46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GS건설과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2010년 6월 계약이 해지된 인천 영종자이아파트 5백83세대를 농협중앙회 등에 2천5백50억원에 팔았다. 하지만 한국토지신탁은 부가세 1백46억원까지 GS건설에 건넸고, GS건설은 그 돈을 모두 하도급 비용으로 사용했다. 이 일로 시행사인 크레타건설은 1백80억원의 ‘세금 폭탄’을 맞았다고 한다. 크레타건설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매각 대금에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는데, GS건설이 세금까지 가로챘다. 회사는 현재 문을 닫은 상태이다”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분양 물량 역시 GS건설의 시공 하자가 문제가 되면서 계약이 해지되었다. 그럼에도 시행사에 모든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대기업의 횡포이다”라고 강조했다.

허명수 사장은 그동안 ‘상생 경영’을 강조해왔다. GS건설 내부에 협력회사와 동반 성장을 위한 동반성장위원회가 여러 개 운영될 정도로 기업 윤리나 동반 성장에 신경을 써왔다. 위원장 역시 허사장이 맡았다. 이같은 점이 높게 평가되면서 GS건설은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에 3년 연속 편입되었다. DJSI는 전 세계 상위 2천5백개 기업을 평가한 뒤, 2백50곳을 가려내 글로벌 표준으로 선별해 만든 지수이다. 평가 요소에는 지배 구조뿐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 상생 협력 등 비재무적 요소도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 허명수 사장 역시 지난해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상생 경영 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행사 세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당분간 ‘영세 건설사 죽이기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아래 상자 기사 참조).

이와 관련해 GS건설측은 “준공 이후에 공사 대금을 받기로 계약서에 나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분양이 지연되면서 공사비 지급이 많이 지연되었다. 시행사와 합의한 대로 미분양 아파트를 매각해 공사 대금을 받았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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