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멈출 수 없는 인기 현상”
  • 윤고현 인턴기자 ()
  • 승인 2012.10.0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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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음악 전문지들이 분석한 <강남스타일> 열풍의 이면

ⓒ 시사저널
‘싸이(본명 박재상)가 노는 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 진영이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동영상을 잇달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 닮은꼴이 등장하는 각각의 영상에는 익숙한 놀이터 장면, 흩날리는 돈, 말춤이 등장한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의 웹사이트에서는 자체적으로 ‘어느 비디오가 더 나은가?’라는 설문조사까지 진행하고 있다. 롬니의 동영상이 지지율 79.8%를 얻어 20%에 그친 오바마의 동영상을 압도하고 있다. 롬니 후보 동영상이 제작비가 많이 들어서인지 완성도가 높기 때문인 듯하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동영상 전문 커뮤니티 ‘유튜브’에서 조회 수 3억건으로 기네스 신기록을 세우더니 미국 록그룹 마룬파이브의 <원 모어 나이트(One More Night)>에 이어 빌보드 차트 2위에 올랐다. 9월 셋째 주 빌보드 차트 64위로 데뷔한 후 1주 만에 11위에 오르더니 마침내 9월 마지막 주에는 2위에 오른 것이다. 한국 대중가요 역사상 유례없는 기록이다. 우타다 히카루와 원더걸스 같은 극소수 아시아 가수들이 빌보드 차트 100위 안에 오른 적은 있지만 현재의 싸이 열풍에 비하면 실패에 가깝다. 

이러한 싸이의 성공에 해외 언론들의 관심도 비상하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 유력 언론들이 싸이를 조명하는 양상은 예전 낯선 한국 가수에 보이는 호기심과는 정도가 다르다. 미국 대중음악 전문지 <롤링스톤> 10월호 기사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단지 평범한 전염성 강한 뮤직 비디오가 아니다. 멈출 수 없는 인기 현상이다’라고 시작한다. 이뿐 아니라 미국 음악사이트 빌보드닷컴뿐만 아니라 <타임> <블룸버그> <뉴스위크> 같은 미국 주요 유력 매체들도 앞다투어 싸이를 다루고 있다.

뮤직비디오에 참여한 카메오들도 주목

<롤링스톤>은 ‘번역되지 않은 한국어 가사는 벼락 부자와 한국 사회의 경제적 불균형을 풍자하고 있다’라고 <강남스타일> 가사를 분석했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카메오들에 대한 관심도 크다. 뮤직비디오에는 말춤 이외에도 코미디언 유재석과 노홍철, 걸그룹 포미닛의 현아가 깜짝 등장해 화제가 되었다.
<롤링스톤> 10월호는 ‘그 여자 누구야?(Who’s That girl?)’라는 질문을 던지며 현아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섹시한 빨간 머리의 김현아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비밀 병기이다. 그는 유명 그룹 포미닛 멤버이다’라고 소개한다.

빌보드닷컴은 싸이가 세운 기록들을 보도했다. 그가 세운 기록은 유튜브 조회 수 기네스북 등재, 빌보드 차트 2위뿐만이 아니다. 싸이는 토크쇼 <엘렌쇼>, 아침 프로그램 <투데이>, 예능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같은 미국 NBC 방송국 프로그램에 잇달아 출연하며 인기를 증명했다. 그는 ‘엘렌쇼’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말춤을 췄으며 본 조비와 LMFAO 소속 디스크자키(DJ) 레드푸로부터 공동 작업을 제의받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강남스타일>은 31개 국가 ‘아이튠즈 뮤직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했다. <롤링스톤>은 45분 동안 이루어진 싸이와의 전화 인터뷰를 자세히 실었다. ‘전화 인터뷰 시간이 15분으로 엄격히 예정되어 있었지만 45분간 이어졌다’라며 뮤직비디오 장면마다 싸이의 설명을 자세히 싣고 있다.

가사에 담긴 해학·풍자에도 큰 관심

빌보드닷컴은 싸이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밝힌 ‘내가 빌보드 차트 1위를 한다면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서 상의를 벗고 <강남스타일>을 공연하겠다’는 공약을 인용하며 집중적으로 그의 빌보드 차트 성적표를 보도했다. 빌보드닷컴은 아직까지는 <강남스타일>이 마룬파이브의 <원 모어 나이트>에 밀린 데 대해 ‘아직은 셔츠를 입고 있어라’라고 재치 있게 표현했다. 하지만 그가 같은 공약을 영국에서 했다면 팬들은 웃통 벗고 말춤 추는 선글라스 낀 동양인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강남스타일>은 영국에서 최초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한국 가요이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도 <강남스타일>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강남스타일>의 인기뿐만 아니라 가사에 담긴 풍자, 해학적 측면에 주목했다. 보수 논객 데이비드 프럼은 ‘풍자를 베어 물다(Biting Satire, Gangnam style)’라는 제목으로 <강남스타일>이 풍자한 물질적 풍요에 대해 논했다. 단지 싸이의 인기에 놀라거나 관심을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싸이 열풍을 정의하려는 움직임이다.

싸이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혹자들은 싸이를 1996년 빌보드 차트에서 14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60주간 차트에 머물렀던 스페인 듀오 로스델리오의 <마카레나>처럼 한 곡 반짝하고 마는 가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전 세계 언론은 비영어권 출신, 한국 가수 싸이에 대해 전무후무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계는 <강남스타일> 열풍에 휩싸여 있다. 바야흐로 싸이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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