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하층 유목민들을 사로잡은 리더십 분석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10.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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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사는 사회 꿈꾸었던 칭기즈칸 이야기

대선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동으로 서로 달려가고 있다. 이 후보, 저 후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이 변하는 유권자도 있다. 아직 마음을 굳히지 않은 ‘부동층’을 공략하는 것이 당락을 가른다는 분석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어떻게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을 것인가. 후보들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방법을 역사에 물어볼 수 있다. 모래알 같던 몽골인들을 단단한 바위로 만든 칭기즈칸 리더십의 비밀을 밝힌 <마음을 잡는 자, 세상을 잡는다>. 이 책이 후보들에게 괜찮은 힌트를 줄 것 같다.

오랫동안 동북아시아 역사를 연구해온 저자는 2011년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주간 몽골과 바이칼 지역을 여행했다. 전쟁 영웅이나 정복 군주로 알려진 칭기즈칸이 어떻게 동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대제국의 건설자로서 커다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저자는 8백여 년 전 칭기즈칸이 태어나고 자라서 몽골 부족들을 통일했던 몽골 초원을 직접 답사해 칭기즈칸의 발자취와 흔적을 낱낱이 기록했다.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던 칭기즈칸의 어린 시절, 숙명의 라이벌 자모카와의 경쟁 그리고 치열했던 몽골 고원의 통일 과정을 그 현장에서 되짚어나가던 저자는 칭기즈칸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눈뜨게 되었다. 당시 몽골 고원의 상황은 그 어떤 봉건 사회보다 열악했다. 부족 간 갈등과 분열로 전쟁에 패한 부족들은 다른 부족의 예속민으로 전락했고, 지배 부족의 창과 칼이 되어 싸워야 했다. 살기 위해 상대방을 무조건 죽여야 하는 격렬한 싸움이 반복되었다. 칭기즈칸은 그런 무한 경쟁의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려면 사람들이 본래의 착한 심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자신을 따르는 몽골 유목민들에게, 서로 믿고 신뢰하는 관계가 회복되어야 하며 믿음과 신뢰를 잃어버린 자는 새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 본보기로 믿음과 신뢰를 지킨 자는 적군일지라도 포상했으며, 믿음과 신뢰를 저버린 자는 아군일지라도 반드시 징벌했다. 저자는 칭기즈칸이 칼과 말로써 이긴 영웅이 아니라 몽골 고원을 억누르던 귀족적 신분 질서를 타파하고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꿈꾸었던 새로운 리더십의 지도자였다는 데 감동했다.

저자는 칭기즈칸이 몽골을 통일할 수 있었던 비결을 정리하면서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았던 리더십’에 주목했다. “칭기즈칸은 자신을 벌레보다 낮출 줄 알았으며, 전쟁터에서는 병사들과 똑같이 식사하고, 똑같은 모포를 덮고 이슬을 맞으며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켰고, 병사들과 백성들에게 ‘대칸’의 칭호 대신 자신의 이름을 부르게 했다. 순박하고 정직한 하층 유목민들을 통해 인간의 참된 모습이 무엇인지 깨닫고 감격했으며, 그들을 ‘평생 동지’로 삼았다.”

저자는 칭기즈칸이 ‘동지’들을 위해 귀족과 평민의 신분 제도를 철폐한 것에 대해 각자 능력만큼 대접받는 새로운 세상을 열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저자는 “칭기즈칸의 이같은 개혁은 초원의 승냥이처럼 서로 으르렁거리던 몽골 사람들을 순한 양처럼 변화시켰다.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믿음을 회복했고, 자신보다는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기 시작했다. 모래알같이 흩어졌던 몽골 사람들이 마침내 단단한 바위처럼 하나로 뭉치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옷을 다른 사람들에게 입히고, 자신의 말에 다른 사람들을 태웠다는 일화가 전해져오는 칭기즈칸. ‘백성과 나라를 안정시킬 사람’ ‘하늘이 선택한 사람’이라고 옛 몽골인들이 수군대었던 그런 사람을, 지금 한국인들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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