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작 ‘베가R3’,팬택을 구원할까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2.10.2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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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사양만으로는 아이폰5 압도

ⓒ 팬택 제공
베가R3는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꺼낸 세 번째 승부수이다. 팬택이 지난 9월24일 출시한 스마트폰 베가R3에는 박부회장의 지배 주주 복귀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제품 사양이나 편의성 측면에서 베가R3는 아이폰5를 압도한다. 갤럭시노트2나 옵티머스G에도 뒤지지 않는다. 두뇌가 4개나 되는 쿼드코어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장착해 속도나 처리 용량에서 아이폰5보다 낫다. 아이폰5는 두뇌가 두 개밖에 되지 않는 듀얼코어를 채택했다. 갤럭시노트2와 옵티머스G가 쿼드코어를 장착하고 있다. 베가R3는 아이폰5 레티나디스플레이에 견줄 만한 밝기와 선명도를 자랑하면서 5.3인치 대화면을 채택한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휴대전화업계 관계자는 “제품 사양이나 사용자 경험(UX) 측면에서 베가R3는 아이폰5나 갤럭시노트2 같은 경쟁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라고 말했다.

베가R3가 나오기까지 박병엽 부회장은 두 차례 승부수를 던졌다. 경영인으로서 삶을 포기해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도 맞았다. 첫 번째 승부수는 지난해 말 던졌다. 팬택은 지난 2007년 4월 일시적 자금난으로 인해 기업 구조 개선 작업(워크아웃)을 감수해야 했다. 그 뒤 팬택은 지난해 말까지 18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했다. 워크아웃 조기 졸업 요건을 갖춘 것이다. 하지만 채권 은행단은 팬택의 워크아웃 졸업을 늦추려 했다. 박부회장은 대표이사 사퇴를 선언했다. 스스로 창업한 팬택의 지배 주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주식 우선 매수 청구권(스톡옵션)까지 포기하겠다고 나섰다. 채권 은행단은 화들짝 놀라 팬택의 워크아웃 졸업을 선언했다.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 향해 정면 돌파 선언

잇달아 출시한 스마트폰이 국내외에서 꾸준히 팔리면서 팬택은 국내 스마트폰 2위 제조업체로 부상했다. 흑자 행진은 20분기까지 늘어났다. 이제 고민은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에 쏠렸다. 박부회장은 산업은행 외 3개 채권 은행을 설득했다.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자마자 연구·개발 자금을 요청한 것이다. 박부회장이 집요하게 설득하자 채권 은행단은 이번에도 손을 들었다. 4개 채권 은행은 지난 8월 6백57억원을 새로 지원했다. 박부회장은 신규 자금 80%를 LTE 스마트폰 개발에 투입했다. 팬택 고위 관계자는 “내년부터 나올 차세대 스마트폰 개발에 투입될 자금을 확보하면서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박부회장은 이제 세 번째 승부수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베가R3가 제품 사양이나 사용자 편의성에서 경쟁 제품에 뒤지지 않으니 아이폰5나 갤럭시노트2와의 경쟁에서 선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경기 침체 탓에 단말기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이 와중에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사의 보조금 관행을 엄격하게 단속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통신사들도 아이폰5 출시에 맞춰 투입할 보조금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자금 집행을 유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업체마다 30%가량 판매량이 감소했다. 팬택은 연말 수요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이폰5가 11월 초 출시되면 스마트폰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팬택 마케팅 관계자는 “11~12월 두 달 동안 승부를 걸고자 한다. 통신사마다 단말기 전략을 달리 가져가는 만큼 그 사이에서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박부회장은 내년 3월에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팬택 지분 10%를 확보하게 된다. 스스로 창업한 팬택의 지배 주주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베가R3가 성공해야 한다. 팬택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확고한 기반을 마련해야 박부회장이 스톡옵션 행사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받기가 용이해진다. 베가R3가 세 번째 승부수인 것은 이 때문이다. 다행히 업계는 ‘베가R3가 박부회장이 승부수로 삼을 만큼 훌륭한 작품이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제 시장이 어떻게 평가할지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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