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3주년 차세대 리더 조사 / 여권정치인] “이제 남경필의 시대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10.2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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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나경원, 장외에서도 여전한 인기

 

지난해 <시사저널>의 ‘차세대 파워 리더’ 전문가 조사에서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 분야에 ‘깜짝 1위’로 등극했다. 2008년 처음 이 조사를 실시한 이래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원희룡 전 새누리당 의원을 제친 것이다. ‘비(非)정치인’인 안 전 원장이 정치 분야 차세대 리더로 꼽힌 것은 놀라운 결과였다. 이것은 그의 향후 행보를 예견해주는 지침이 되었다. 안 전 원장은 지금 대선 정국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정국의 중심에 서 있다. 1년 만에 차세대 리더에서 실질적인 리더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그렇다면 올해 조사에서 정치 분야 차세대 리더로는 누가 꼽혔을까?

여권에서는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야권에서는 이인영 민주당 의원이 각각 1위에 꼽혔다. 올해부터는 정치 분야 조사를 여권과 야권으로 각각 분리해서 실시했다.

ⓒ 일러스트 장재훈
김용태 의원, 뉴 페이스로 각광… “뚝심 대단” 평가

‘남·원·정’은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시절부터 보수 정당의 ‘개혁성’을 상징하는 용어로 각인되고 있다. 남경필 의원과 원희룡 전 의원, 정병국 의원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들은 2000년대 초반 소장파 시절부터 당내 개혁을 부르짖으며 차세대 리더로서 자리매김했다. 이들 가운데 최연장자인 50대의 정병국 의원(1958년생)은 일찌감치 본지 조사에서 제외 대상이었지만, 원희룡 전 의원(1964년생)과 남의원(1965년생)은 늘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원 전 의원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1위였고, 지난해에는 공동 2위였다. 그에 비하면 남의원은 5~6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올해 남의원은 26.0%의 지목률을 나타내며 원 전 의원(12.0%)을 밀어내고 처음 1위에 등극했다. 이는 지금 두 사람의 처지를 잘 대변해준다. 대입학력고사 전국 수석 출신인 원 전 의원은 2000년 16대 총선을 통해 처음 국회에 입성할 때부터 ‘스타’였다. 이후 내리 3선을 하며,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해 2009년 당 쇄신특위 위원장, 2010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와 여당 사무총장 등을 거치며 차세대 주자로서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당 대표에 출마했다가 낙선하면서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견문을 넓히기 위한 유학길에 올랐다. 반면 남의원은 1998년 7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통해 처음 국회(15대)에 입성한 이후, 지난 4월의 19대 총선까지 한 번도 낙선하지 않고 내리 5선을 기록하고 있다. 원 전 의원처럼 크게 각광받지는 않았지만,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당 최고위원 등을 거치면서 중진으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현 정부에서 한나라당이 ‘친이’와 ‘친박’의 싸움으로 시끄러울 때, 두 사람은 중도 쇄신파로서 중립적 위치를 함께해왔다. 그런데 2010년 원 전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으며 친이 성향으로 변신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과는 달리 남의원은 끝까지 중립적 입장을 지켜온 것이 오늘날 두 사람의 명암을 갈랐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올해 조사에서 원 전 의원과 함께 공동 2위에 오른 홍정욱 전 의원도 주목해볼 만하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초선 의원으로 의정 활동을 시작해 쇄신파로 입지를 굳혔던 홍 전 의원 역시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현재 정치판을 떠나서 개인 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 정국에서 홍 전 의원의 이름은 꾸준히 거론된다. 참신함과 개혁 성향이라는 그의 상품성이 평가받고 있는 까닭이다. 의원 시절보다 야인인 지금 오히려 지목률과 순위가 더 상승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한때 원 전 의원과 더불어 여권의 차세대 리더 선두 그룹을 달렸으나,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낙선한 이후 주춤한 상태이다. 지난해 30%의 지목률로 공동 2위였으나, 올해는 4.0%의 지목률에 그치며 여권 공동 4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은 여전히 남의원, 원 전 의원, 홍 전 의원과 더불어 ‘40대 기수론’의 대표 주자로 각인되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올해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새 인물은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다. 4.0%의 지목률로 나 전 의원과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 지역구(양천 을) 재선인 김의원의 경력은 이채롭다. 그는 1992년 14대 총선 때 출범했던 민중당의 창당 멤버였다. 당시 장기표 민중당 정책위의장의 서울 동작 갑 선거를 도우며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이때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과 동지적 관계를 맺었다. 그래서 그는 지난 8월의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친박’이 대세인 당내에서 김지사 캠프에 몸을 담아 고군분투하며 박근혜 후보를 향한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그는 지금도 “이대로 가면 박근혜 후보는 대선에서 필패이다”라는 쓴소리를 거침없이 한다. 19대 총선에서 친박 장벽을 뚫고 공천을 받은 것, 또 민주당이 휩쓴 서울에서 재선에 성공한 것 등으로 “김용태의 뚝심이 대단하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밖에도 부산에서 각각 재선에 성공한 박민식·김희정 새누리당 의원, 19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섰다가 재선에 실패한 정태근 전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외교·안보 분야 실세로 통했던 김태효 전 대통령실 대외전략기획관도 눈에 띈다.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서 비대위원으로 전격 발탁되며 19대 총선에서 맹활약을 했던 이준석 전 비대위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1985년생으로 올해 나이 28세이다.


ⓒ 시사저널 임준선

‘남·원·정’은 보수 정당의 개혁·쇄신 성향을 대변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그 첫머리에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있으나, 그는 항상 맨 뒷자리였다. 정병국 의원이 장관으로, 원희룡 전 의원이 대선 후보로 나설 때에도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남의원은 <시사저널>이 ‘차세대 리더’ 전문가 조사를 실시한 지 4년 만에 여권 정치인 분야 1위에 올랐다. 그는 “쭉 한 길을 간 것에 대한 평가를 받은 것 같아 기쁘다”라는 의미심장한 소감을 밝혔다. 자신이 계획한 바대로 뚜벅뚜벅 가겠다는 뜻이다. 그는 “2017년 대선에는 주류로서 한번 도전해보겠다”라는 꿈을 밝히기도 했다. 10월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의원을 만났다.

<시사저널>이 해마다 실시하는 창간 기념 기획 ‘차세대 리더’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올해 여권 정치인 분야 1위에 처음 올랐다.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정치를 시작한 초반부터 지금까지 계속 한 길을 간 것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준 것으로 받아들인다.

5선의 중진인데도 여전히 ‘소장파’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유불리를 떠나서 여전히 정치권이 구조적으로 변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변화를 주도하고 계속 추진할 인물과 세력이 필요하다. 정치권 바깥에서 그런 요구를 받고 대선에 뛰어든 이가 바로 안철수 후보이다. 정치권 내, 즉 정당 안에서는 이른바 소장파와 쇄신파 그룹 의원들에게 국민들이 계속 그런 요구를 하고 있다고 본다.

정치권에서 ‘40대 기수론’은 세대교체 및 차세대 리더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라이벌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동지라고 해야 할까. 누구를 들 수 있나?

라이벌이라기보다는 동지이다. 원희룡·나경원 전 의원들과 여전히 동지 의식을 갖고 있다. 요즘은 새로운 후배 세력들을 주목하고 있다. 당 밖에서는 홍정욱 전 의원 등에게, 당 안에서는 김세연 의원 등에게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40대의 표심이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로만 보면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안철수 후보 등에 비해 40대에서 밀리는 것으로 나온다.

40대는 균형 감각이 있어서 어느 한 쪽에 쏠리지 않는다. 현실과 이상을 항상 조화롭게 생각하는 세대이다. 선거는 분노를 일으키는 것과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것, 이 두 가지 요인에서 판가름 난다. 안타깝게도 우리 당은 40대에 희망의 메시지를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현실의 어려움, 즉 일자리·주택 문제 등 40대를 분노케 하는 요인들만 있다. 이로 인해 40대 사이에서 정권 교체 요구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40대의 지지를 회복할 대책은 마련하고 있나?

단순히 인물 누구 누구를 새로 영입하고 이런 것보다는, 일단 분노와 아픔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거기에 공감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제시해야 한다. 그런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이번 대선의 키포인트가 될 것이다.

최근 박근혜 후보 캠프 내에서 ‘친박계 2선 퇴진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내부 분란만 조장한다”라는 비난과 함께, 결국 구박(舊朴)과 신박(新朴)의 또 다른 헤게모니 다툼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데.

나는 친박이 아니니까, 아예 신박이니 구박이니 하는 카테고리 안에도 안 들어간다. 그런 싸움에는 관심도 없다. 다만 지난 총선 때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변하면서 처절하게 변화의 몸부림을 쳤고, 다 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승리했다. 그런 절박한 변화가 이번 대선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새누리당은 총선 승리 이후 다시 강자의 기득권에 사로잡혀 있는 모양새이다. 총선 때 공천을 주도했던 그들이 그대로 앉아서 대선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려 하고, 새로운 인물 영입보다는 자기들이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 국민들이 볼 때는 “총선 때 변화한다고 해놓고서는 총선 이기고 나니까 또 나태해졌구나”라고 하지 않겠나.

그래서 새롭게 꺼내든 카드가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인가?

꼭 그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쇄신을 요구한 것이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선거 캠프에서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운용 비효율성 문제였고, 또 하나는 인물 쇄신·정책 쇄신을 할 수 있는 주체들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전자의 문제는 경험과 실천력을 갖춘 김무성 전 의원으로 어느 정도 해소된 측면이 있으나, 후자는 아직도 안 되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 쇄신은 절반에 머물렀다.

‘새로운 인물’을 계속 강조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을 가리키는 것인가?

단지 유명 인사여야 하고,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각자 삶의 현장에서 힘들고 치열하게 살면서 역경을 극복해낸 사람들, 이들이 우리 당의 새로운 인물들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차기 정부에서는 중용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져줄 때 쇄신이 완성된다. 예를 들어 이자스민 의원의 경우, 내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당의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으면서 영입했다. 하지만 당시 지방선거 때는 광역의원 공천도 못 받았다가, 결국 이번 총선에서는 국회의원에 당선했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여러 분야에서 좌절도 겪고 성공도 한 그런 다양한 구성원들을 끌어들여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한광옥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등 과거 민주당 인사들의 영입을 어떻게 평가하나?

안 계신 것보다야 도움이 되겠지만, 국민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부족하다.

일각에서는 남의원을 가리켜 비판만 일삼을 뿐,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는데.

책임은 나 자신에게 어떤 권한이 주어졌을 때 그 역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당에서 경기도당위원장을 맡았을 때, 또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을 때,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맡았을 때, 주어진 권한하에서 최선을 다해 내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지금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도 경제 민주화 관련 ‘경제 민주화 실천 모임’ 대표를 맡으며 관련 법안을 만들어서 이미 당에 다 제출했다. 경제 민주화 정책을 야당보다도 오히려 새누리당이 더 앞서서 선점했다는 평가를 듣지 않았나. 그럼에도 최근에 캠프가 우왕좌왕하면서 야권에게 다시 그 주도권을 뺏기는 양상이어서 안타깝다.

앞서 친박계 문제를 지적했는데, 주변보다는 정작 박후보 본인이 제일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박후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데.

물론 후보 개인의 문제가 제일 크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이 어떻게 해주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후보가 변하지 않는 것은 주변의 문제 때문이다. 박후보가 싫어하더라도 진심을 갖고 자꾸 쓴소리를 하고, 비판하고, 소통하고,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지금 주변 인물들이 박후보의 눈치만 살폈는지, 아니면 후보를 진심으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는지, 한 번 더 성찰해보아야 한다.

일부 보수층에서 너무 지나친 ‘좌클릭’은 자칫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좌클릭이 아니라 시대 흐름이다. 내가 항상 가슴에 새기는 말 중에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것이 있는데, 정말이지 그 말 빼놓고는 다 변한다. 변화의 흐름이 있는데, 그것을 완고하게 거부하고 나의 자리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고집하는 쪽의 시각에서 보면 좌클릭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미 세상의 축이 변하고 있다. 양극화의 폐해가 너무 심하다.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협할 수준에까지 와 있다. 이를 고치자는 것인데, 그것을 단지 좌클릭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이대로 가면 박후보의 당선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보나?

선거를 치러보면, 그냥 웬만큼 해도 큰 흐름이나 구도의 변화 없이 이기는 선거가 있다. 지난 2007년 대선이 그랬다. 반면에 막판까지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어려운 선거도 있다. 지난 2002년 선거처럼 말이다. 우리가 지금 집권 여당인데, 집권을 다시 이어간다는 것이 참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처럼 MB 정부에 대한 평가가 안 좋고, 체감 경기가 안 좋고, 이런 선거에서 여당이 이긴다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렵다. 또 저쪽은 구도적으로도 단일화 카드를 쥐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될 것으로 보는가?

선거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가야 한다. 단일화가 된다는 전제하에 전략을 짜야 한다.

남의원 자신도 다음 대선에서 큰 꿈을 그리고 있는가?

정치인으로서 ‘정말 대통령이 한번 되어보겠다’ 하는 그런 꿈을 갖고 있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다만 내가 꼭 어떤 자리를 하겠다기보다는 앞서 언급했던 동지들과 함께 뭔가를 해보겠다는 계획은 가지고 있다. 그 속에서 “남경필, 네가 앞으로 나가서 하는 것이 낫겠다” 하면 앞에서 한번 해보는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나 스스로 다른 사람을 밀어줄 것이다. 분명한 점은 우리의 이런 그룹이 공감대와 파트너십을 가지고 2017년(대선)에는 집권해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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