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 또 구설… 대통령 아들의 수난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10.3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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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 과정에서 ‘미국 대학 기부 입학’과 ‘아버지 회사 위장 취업’ 등 각종 의혹 불거져

특검 조사를 받고 나온 후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는 이시형씨. ⓒ 시사저널 최준필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는 그동안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이대통령이 서울시장에 막 취임했던 2002년 7월3일, 시형씨는 히딩크 전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서울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는 자리에 반바지와 샌들 차림으로 나타나 기념사진을 찍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매형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도 ‘회사까지 빼먹고’ 참석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서울시의 공식 행사가 시장의 가족 행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아들도 사위도 활짝 웃었지만 당시 이대통령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사돈 기업 한국타이어 인턴 입사 때도 입방아

2007년 대선 후보 검증 과정에서도 시형씨를 둘러싸고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해 9월19일 김종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시형씨가 2001년 군 복무를 마치자마자 미국 대학에 입학할 때 기부 입학을 했는지, 또 기부금은 얼마나 냈는지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1남3녀 중 막내인 시형씨는 서울 구정중과 서울고를 나와 1998년 연세대 원주캠퍼스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1년 정도 학교를 다니다가 1999년 3월 육군에 입대했고, 2001년 5월 병장으로 제대했다. 이후 유학길에 올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대선을 목전에 둔 11월9일 강기정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시형씨가 아버지의 임대 관리회사인 대명기업에 근무하는 것으로 위장 등록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강의원은 “대명기업의 건강보험료와 연금 자료를 확인한 결과, 시형씨가 2007년 3월1일부터 현재까지 대명기업에 근무해 매달 2백5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라고 주장했다. 서류상으로 시형씨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입사한 외국계 금융회사와 대명기업에서 근무한 기간이 상당 부분 겹치는데, 결과적으로 이대통령이 임대 소득세를 탈루했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후에는 ‘취업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시형씨가 2006년 한 미국 금융그룹과 관련된 회사에 입사했다가 이듬해인 2007년 7월 퇴사했다며 입사 경위와 갑자기 퇴사한 사유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 금융그룹은 이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였다. 2006년 서울시 소유 부지를 임대해 사업을 추진하면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당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시형씨와 관련한 의혹 제기에 대해 사실이 아닌 만큼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시형씨의 취업과 관련한 구설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8년 7월 시형씨는 사돈 기업이자 매형이 다니는 한국타이어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했다. 수시 인턴 모집에 단독으로 지원해 선발된 것이다. 하지만 시형씨의 경우 이미 졸업한 지 오래되어 인턴사원 지원 조건에 합당하지 않고, 이 회사에서 수시 인턴 제도가 10년 이상 시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혜 채용’ 논란이 일었다. 시형씨는 3개월여 뒤 인턴 기간이 끝나자 중동아태팀 정식 사원으로 임명되었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산업 재해와 관련해 논란에 휩싸였던 회사에 입사한 것을 두고 “한국타이어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라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시형씨는 한국타이어에서 정식 사원으로 일한 지 1년 만에 소리 소문 없이 퇴사했다. 개인적인 사유로 알려졌을 뿐,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시형씨가 중국 자원 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퇴사했다는 추측이 제기되었다. 이와 관련해 시형씨가 대기업 그룹에 석탄을 납품하는 한 회사의 주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시형씨는 언론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의 근황은 2010년 8월 큰아버지인 이상은씨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 다스에 입사하면서 다시 알려졌다.

시형씨가 다스에 경력 사원으로 채용되어 곧바로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발령받은 사실이 <일요신문> 보도로 알려지면서 또다시 ‘특혜 채용’ 논란이 불거졌다. 또 시형씨가 입사한 뒤 경주 본사에 있던 해외영업팀이 서울로 이전한 것을 놓고 그의 입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다. 시형씨는 2011년 3월 경주 본사로 옮기며 차장으로 승진한 뒤, 올해 2월 부장으로 연이어 승진했으며 현재 이사로 근무 중이다. 시형씨가 다스에 입사해 초고속 승진을 하자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현대·기아차에 시트 프레임을 납품하는 다스는 지난 2007년 대선 때 실소유주가 이대통령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던 회사이다.

지난 2002년 7월 히딩크 전 월드컵 축구 대표팀 감독에 대한 서울시 명예시민증 수여식 때 함께 기념 촬영을 한 이시형씨. ⓒ 오마이뉴스
해외 나갈 것이라는 말도 소문으로만 그쳐

정치권에서는 한때 시형씨가 해외로 나갈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국내에서 이런저런 구설에 오를 바에는 이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판단을 내렸으리라는 것이 소문의 배경이다. 하지만 소문은 소문으로 그쳤다. 그러다가 내곡동 사저 의혹이 지난해 10월 <시사저널> 보도로 불거졌고, 결국 시형씨는 이 의혹의 한가운데에 서게 되었다. 이번의 경우, 앞서 제기된 의혹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번에는 아버지가 아니라 본인이 현행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민간 기업에 특혜로 채용되었다는 그간의 의혹 등과는 비교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시형씨는 현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지난해 본지의 보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일이다. 시형씨 명의로 수십억 원에 이르는 땅을 매입했다는 것에서부터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이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오른 2002년 8월 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시형씨는 강남에 있는 헬스클럽 회원권 7백만원을 전 재산이라고 공개했다. 이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8년 4월에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예금, 대한생명보험 보험금 등을 합해 총 3천6백56만2천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후 시형씨가 한국타이어와 다스에 입사해 일을 했다고는 하지만, 월급만으로 수십억 원을 모았을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은행 대출 이자를 갚기도 녹록지 않다. 결국 신고하지 않은 재산이 있지 않다면, 명의만 빌려주는 불법 행위를 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시형씨는 지난 10월25일 특검에 소환되어 14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그는 “최대한 소명은 했다. 일부 오류가 있던 부분도 있는데 최대한 진술했다”라고 밝혔다. 특검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 “억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특검팀은 시형씨를 상대로 내곡동 땅값 12억원을 어떻게 마련했고, 경호처와 함께 산 세 필지 땅값을 나누는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을 추궁했고, 시형씨는 은행 서류나 차용증 등 서류를 제시하며 적극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 아들로서 처음으로 특검의 소환 조사를 받는 불명예를 안은 그의 앞길은 여전히 가시밭투성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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