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목매다 애먼 목 망가진다
  • 석유선│의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2.11.0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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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용 늘면서 젊은 층 사이에 목디스크 발병 늘어

ⓒ 시사저널 이종현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 유동연씨(36세)는 1시간이 걸리는 출퇴근 지하철에서 매일 저녁 메신저 게임 ‘애니팡’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직업의 특성상 사무실에서도 항상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아야 하니 그는 잠자는 시간 외에는 하루 종일 고개를 숙이고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보는 셈이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는 목이 쑤시고 아프더니 매일 어깨 결림이 반복되는 증상이 생겼다. 걱정스런 마음에 병원을 찾아가 진단해보니 그의 질환은 목디스크 초기 증상이었다.

‘전 국민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신문이나 책을 보는 사람은 줄어든 반면, 고개를 푹 숙인 채 스마트폰에 빠지다시피 한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 ‘국민 게임’ 애니팡 열풍으로 40~50대도 스마트폰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다. 하지만 이렇게 쉼 없이 고개를 숙이는 습관이 지속되면 유씨처럼 목에 심한 무리가 와 목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심한 경우 목디스크로 이어져 결국 몸 전체의 균형을 망치게 된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목 건강을 소홀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단순히 목을 머리와 몸통을 잇는 지지대 정도로 여기기 때문이다. 사실 목에는 식도와 기도·성대가 있고, 동맥·정맥과 함께 뇌의 지각을 수행하는 신경 조직이 빼곡하게 들어찬 터라 생명을 유지하는 핵심 조직의 통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못된 베개 사용 습관도 원인

하지만 현대인들은 이 소중한 목을 한 곳으로만 치우치게 하면서 혹사시키기 일쑤이다. 최근 들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미니 노트북 등 첨단 기기의 범람으로 가정이나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이동할 때에도 늘 고개를 숙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더해 잘못된 베개 사용 습관 등으로 인해 ‘목디스크’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 목은 총 일곱 개의 뼈로 구성되어 있는데, 경추 사이에는 무게와 충격을 이겨내고 목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해주는 일종의 쿠션과 같은 ‘추간판’이 있다. 이 경추 추간판이 노화되거나 후방으로 탈출되어 신경을 압박하는 상태를 목디스크라고 진단한다. 의학적으로는 ‘경추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부른다.

목디스크는 과거에 노화에 따른 약간의 퇴행성 변화로 인해 발생한 터라 중·장년층에서 주로 많이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현대인의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인해 발병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특히 하루 중 대다수 시간에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고개 숙여 바라보는 20~30대 사무직 직장인의 경우 목디스크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더구나 젊은 층은 중·장년층보다 첨단 기기 사용에 민감하고 사용도가 높다 보니 목디스크 환자가 5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고도일병원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척추의 날’(10월16일)을 맞아 2008년부터 지난 9월 말까지 병원을 찾은 목디스크 환자 2만3천여 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2008년 2천7백46명이던 환자가 2009년 3천1백79명, 2010년 3천2백29명, 2011년 7천8백27명, 2012년 9월 말 현재 6천21명으로 늘었다.

고도일 원장은 “목디스크 환자는 50대 이상에서는 전년과 비슷하거나 감소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20~40대가 급증해 전체적인 증가세를 이끌었다. PC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오래 사용하는 사무직 종사자나 젊은 층에서 발병률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목디스크 초기에는 증상이 없거나 뻐근한 정도라 크게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증상이 지속되면서 목에서 어깨와 팔을 지나는 신경이 눌리면서 이 부위에 통증이 생기게 되는데, 이로 인해 오십견으로 착각하기 쉽다.

조기에는 비수술적 치료로 회복 가능

하지만 어깨관절 질환인 오십견은 통증으로 인해 팔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한 반면, 목디스크는 오히려 팔을 들어 올리게 되면 통증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이처럼 간단한 자가 진단으로 디스크와 오십견을 구분하는 것도 치료를 받기 전에 중요한 포인트이다.

목디스크가 심해지면 목에 국한되지 않고 팔과 손가락이 아프고 힘이 없거나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심해지면 팔의 감각이 둔해지면서 마비 증상까지 온다. 만약 목 통증이나 어깨 팔 등에 통증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아야 한다.

목디스크는 증상을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 없이도 부담 없이 치료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요법 또는 신경성형술, 고주파수핵감압술과 같은 비수술적 요법을 먼저 시도하게 된다.

‘신경성형술’은 통증 부위에 직접 가느다란 주사 침을 넣고 각종 진통제와 치료제 등을 주입해 염증을 일으키는 부분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시술이다. ‘고주파수핵감압술’은 목디스크 환자의 튀어나온 디스크 부위를 선택적으로 제거해 통증을 유발시키는 원인을 없애주는 치료 방법이다. 최소 침습의 수술 방법으로 통증 없이 시술이 가능하다. 절개를 하지 않고 시술하기 때문에 절개 수술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감염 및 합병증으로부터도 안전한 편이다.

만약 이러한 방법들로도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간단한 수술인 ‘목디스크 현미경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목디스크 현미경 수술은 전신 마취 후 2cm가량 절개를 한 후 현미경을 이용해 치료 부위를 살피며 통증의 원인이 되는, 탈출한 디스크를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현미경을 이용해 치료 부위를 10~15배가량 확대해 치료하기 때문에 좀 더 안전하며 정확성이 크다.

또한 수술 시간이 짧고 회복이 빠른 편이라 수술 후 2~3일 정도면 일상생활도 가능하다. 하지만 탈출된 디스크의 양이 많아 신경의 눌림이 크거나 디스크의 수분 상실로 수축이 심해 그 기능을 상실했다면  ‘인공 디스크 치환술’이라는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인공 디스크 치환술은 손상된 디스크를 제거하고 인공 디스크를 삽입해 정상적인 디스크의 기능을 되살리는 치료 방법이다. 목디스크 수술에 대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과 달리 4~5cm 정도의 최소 절개 방법으로 진행된다. 신경 손상 위험이 작고, 수술한 다음 날 바로 걸어다니는 등 가벼운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통증이 적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수술법이다. 무엇보다 재수술 확률이 낮고, 입원 기간이 비교적 짧아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

목디스크 수술의 경우 고도의 기술과 전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김세훈 교수는 “목디스크는 목 자체의 통증보다 어깨와 팔이 저리고 아픈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신경이 눌린 부위에 따라서는 만성 피로·두통 등과 같은 다양한 질환을 불러오기도 하며 디스크 증상이 심해지면 척수 신경 다발을 눌러 전신마비를 불러오는 경우 있어 발견 초기에 꼭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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