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물부터 아랫물까지 ‘자기 기준’ 바로 세워라
  • 강황선 |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장 ()
  • 승인 2012.11.06 14: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무원 횡령 사건 어떻게 막을 것인가

10월22일 김충석 여수시장(가운데)이 회계과 직원의 공금 횡령에 대해 대시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 뉴스뱅크 이미지
대형 공직자 부패 사건이 다시 한번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었다. 조금 잠잠해진다 싶으면 여지없이 한 건씩 터지면서 국민들을 분노와 허탈감에 주저앉게 만든다. 하필이면 또 여수시이다. 2010년 전 여수시장이 업자들로부터 7억원의 뇌물을 받아 이를 선거 기간 도중 지방의원들에게 뿌렸다. 이 사건으로 전체 시 의원의 3분의 1에 가까운 일곱 명이 의원직을 잃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로 인해 여수 시민들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비리의 진흙탕에서 겨우 헤어나 엑스포라고 하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도시 이미지가 한껏 쇄신되어가던 여수시의 시청 소속 8급 공무원 한 명이 76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실은 공무원들조차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일반적인 상식선을 크게 벗어나 있다. 2012년 여수시의 재정 자립도는 30.3%로 전체 2백28개 기초지방자치단체들 중에서 77위에 해당한다. 이렇게 재정적으로 어려운 지방자치단체에서 그것도 하위직 공무원이 이 엄청난 액수의 횡령을 저지르는 동안 상급자들은 무엇을 했으며, 여수시의 자체 감사, 전남도청의 감사에서는 무엇을 감사했느냐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열 사람이 한 도둑 막기 힘들다고 해도 현재 우리나라 공공 기관의 반부패 제도가 이중 삼중으로 작동하고 있는데, 하위직 공무원 한 사람이 조사 결과 드러난 것만 해도 76억원을 횡령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경악스러운 일이다. 왜 이 지긋지긋한 공직자 비리는 멈추지 않고 끈질기게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는가?

공공 기관의 부패 통제 시스템은 크게 중앙 부처로서는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이 총괄하고 있으며 각 지방자치단체는 광역자치단체의 감사관실에서 관할 기초 자치단체까지를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각 지방자치단체는 자체 감사관실을 운영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기초자치단체는 이 모든 상급 기관의 통제를 다 받고 있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부패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공공 기관 청렴도 조사를 해마다 실시하고 있으며, 각종 부패 유발 요인들을 사전에 탐지해 이를 각 기관이 제거하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 지도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0년 정부 기관 공무원 등의 정부 출연 연구비 횡령을 수사하는 인천 남부경찰서 경찰들이 증거물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도·시스템만으로 부패 통제하는 데는 한계

지속적으로 부패 취약 분야를 파악하고, 반부패 행동 강령 강화 활동, 부패 행위 신고자 보상과 보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 신문고 제도를 운영하면서 공무원들의 직무 행위를 전 국민이 실시간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감사원은 정기적으로 광역자치단체를 감사하고 있으며, 각 사안별로 기초자치단체에 대해서도 직접 감사를 실시한다. 무엇보다 기초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상급 광역자치단체의 감사를 무게감 있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광역자치단체는 각 기초자치단체의 업무를 그 어느 기관보다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 좀 더 직접적이고 정밀한 감사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공공 기관의 반부패 제도를 감안하면 여수시의 이번 횡령 사건은 이 모든 반부패 시스템을 한꺼번에 조롱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사건은 몇 가지 분명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해 준다. 첫째는 제도나 시스템으로 부패를 통제하는 데에는 현저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외부 기관에서 기관 내부의 부패 행위를 통제하는 것 역시 너무나 큰 허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는 공공 기관의 부패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지적한다.

첫째는 각 공공 기관 최고 관리자들이 우선적으로 부패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거기서부터 소속 구성원들에 대한 관리자의 권위를 확보해야 한다. 청렴한 관리자만이 반부패를 위한 강력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할 수 있다.

각 공공 기관의 구성원들이 그들의 상급자와 최고 관리자들의 윤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모른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큰 착각이다. 일반 직원들은 그들의 리더가 어느 정도 부패로부터 자유로운지 파악하고 있으며, 그것을 기준으로 자신들의 부패에 대한 용인 정도를 결정한다. 다시 말해 상급자의 부패 인식 수준이 부하들의 부패에 대한 민감도를 결정한다.

민선 3기와 4기 지방자치단체장들 가운데 38.3%가 임기 중 비리 혐의로 기소되었고, 34%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라고 한다면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부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너무나 자명하지 않은가?

내부 고발자 보호 대책도 강화해야

그리고 이러한 것이 어디 지방자치단체만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사람들은 대출 금리 인하 요구권이라는 것을 행사할 수 있다. 그 내용은 ‘승진을 했거나 연봉이 인상된 사람’은 은행에 대출 금리를 인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참 재미있는 제도가 아닌가. 조직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는 좀 더 높은 신용도를 인정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조직에서 관리자라고 하는 지위에 오른 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많은 권한과 특혜가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관리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무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적어도 공공 기관의 관리자들이 비리 혐의로 유죄가 확정되었을 때에는 한층 높은 양형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선출직 공무원들은 물론 임명직 기관장들에 대해서도 비리로 축적한 부는 전액 환수하도록 하고, 부가적으로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비리 전력자들은 다시 공공 기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주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공익 신고자들, 다른 말로 내부 고발자들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이들을 위한 신분 보장을 국가 기관이 책임져주어야 한다. 내부 고발자들이 다른 공공 기관에 재취업하기를 원한다면 이들을 다른 공공 기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은 이미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마련해 시행 중에 있다.

다만 아직 그 실적이 미비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2011년에는 모두 7건, 2012년에는 현재까지 31건의 부패 행위 신고자들에 대한 보상이 있었을 뿐이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공익 신고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이들 공익 신고자들의 신분 보호와 다른 공공 기관으로의 재취업 보장 등 다양한 보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패를 처벌로만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부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처벌하고, 다시 부패가 발생하면 다시 처벌하는 악순환은 조속히 중단되어야 한다. 정책에 실패하고 미흡한 것은 얼마든지 용서할 수 있지만, 부패한 것에 대해서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2011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한 청렴도 조사 결과를 잠시 해석해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각 공공 기관이 어느 정도 부패했는지를 외부 민원인들(외부청렴도)에게는 전화로 인터뷰를 해서 묻고,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는(내부 청렴도)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측정한다.

그런데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적으로 외부 청렴도보다는 내부 청렴도가 더 낮게 나타난다. 즉, 각 공공 기관이 어느 정도 부패했는가에 대해 조직 외부의 사람들보다는 내부 직원들이 좀 더 냉정하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자기 조직의 내부 상황을 더 정확히 들여야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조직 내부에서 좀 더 엄정하게 조직의 청렴도 수준을 모니터링하고 비리를 고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여수시의 청렴도 조사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여수시는 전체 68개 시 단위 기초지방자치단체들 중에서 종합 청렴도 순위가 29위를 기록했는데, 이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수시의 부패 정도(외부청렴도)는 68개 자치 단체 중 50위였는 데 반해, 내부 직원들(내부청렴도)은 10위였다.

한마디로 여수시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청렴도 수준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했다는 것이다. 내부 직원들의 부패 용인도, 이것이 매우 중요한 관건이라는 것이다. 공직자들 스스로 부패에 대한 엄격한 자기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 부패와 처벌의 지긋지긋한 악순환이 단절되어갈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