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내 가짜 기념식수 1호 뽑아냈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11.1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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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보도 후 5개월 만에 교체

11월3일 국회 사무처는 ‘가짜 기념식수 1호’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주목을 심었다. 작은 사진은 에 실린 관련 기사. ⓒ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 심어져 있던 ‘국회 기념식수 1호’가 뽑혔다. 정확히 말하면 ‘가짜 기념식수 1호’이다. <시사저널>은 제1181호(2012년 6월5일자)에 ‘국회의사당 기념식수 1호는 가짜였다’는 단독 보도 기사를 실었다. 내막은 이렇다.

지난 1982년은 한·미 수교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미국의 부시 부통령이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부시 부통령은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본회의장에서 연설했다. 그리고 국회 경내로 나가 기념식수를 했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부시 부통령은 한·미 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의사당 현관 앞 잔디밭에 높이 3.5m의 100년생 주목을 심었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이상했다. 지난 5월 기자가 본 ‘기념식수 1호’는 주목이 아니라 일본산 화백나무였다. 아무리 보아도 나무와 잎의 형태 등이 처음에 심었던 주목과는 너무 달랐다. 기자는 국회 사무처에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회사무처는 부시 전 대통령이 심은 나무가 “화백나무이며, 당시 경내에 식재되어 있던 생육 양호한 수종으로 심었다”라고 답변했다.

화백나무 대신 원래 수종인 주목 심어

기자는 민주통합당 최재성 의원실을 통해 국회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요구했다. 그랬더니 국회 사무처는 당시 기념식수할 때 촬영된 흑백 사진 두 장을 보내왔다. 

그런데 나무의 형태와 잎의 모양 등은 한눈에 보아도 지금 심어져 있는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화백나무가 아닌 주목이었다. 이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원예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았더니 그도 “화백나무가 아닌 주목이다”라고 확인해주었다. 국회 사무처의 거짓말이 탄로 난 것이다. 기자가 여러 근거를 가지고 따져 묻자 국회에서도 나중에 거짓말을 인정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나무가 1년여 만에 죽자, 다시 주목을 심었는데 얼마 살지 못했다. 그래서 국회 경내에 식재되어 있던 화백나무를 대신 심은 것이다. 다시 1년 뒤에는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방한해 국회기 게양대 옆에 기념식수(3호)를 했다. 당시 심은 나무도 일본산 화백나무였다.

<시사저널>은 국회 사무처에 세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적었다. 첫째,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심은 가짜 ‘기념식수’인 화백나무를 뽑아내고, 한국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수종으로 교체해야 한다. 둘째, 기념식수 표지석을 수정해서 이런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 셋째,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기념식수(3호)인 화백나무도 다른 수종으로 교체하고, 표지석의 내용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시사저널> 보도가 나간 후 국회에 ‘기념식수 1호’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국회 사무처는 “향후 수종을 교체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밝혀왔다.

그리고 국회 사무처는 지난 11월3일 ‘가짜 기념식수 1호’를 뽑아내고 처음에 심었던 주목으로 교체했다.
<시사저널> 보도가 나간 지 5개월 만이다. 국회기 게양대 옆에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심었던 화백나무도 뽑아내고 역시 주목을 심었다.

기존의 표지석 옆에 기념식수를 교체한 내막을 적은 나무 표지석도 세웠다. 이로써 <시사저널>이 요구한 모든 내용을 수용한 것이 된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주목은 국내 농원에서 국내산으로 가져다 심었다. 기존 식수(화백나무)는 국회 정문 출입문 초소 앞 사잇길에 이식했다”라고 말했다. 또 “기념식수 교체와 관련해 미국 대사관측과 사전 교감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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