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낙동강 전선’ 무너지고 있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11.1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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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0월15일 경남 지역 총학생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진 후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10월25일 경남 함안체육관에서 경남도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환하게 웃고 있다.(왼쪽)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10월25일 울산광역시를 찾아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 연합뉴스·문재인·안철수 제공
역대 선거에서 전통적인 여당 표밭으로 인식되어왔던 PK(부산·경남·울산) 지역 민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시사저널>이 대선을 약 한 달여 앞두고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 지역으로 떠오른 PK 지역 유권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60만표가 여권에서 야권 지지로 이동 중임이 확인되었다. <시사저널>은 또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여론의 바로미터로 주목되는 호남 지역에 대한 여론조사도 병행했다. 이번 조사는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회동 이후 처음 실시된 전화 면접 여론조사이다.


PK(부산·울산·경남)의 민심 이반은 지난 4월 총선에서부터 조짐을 보이더니, 이제는 좀 더 확연해졌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진영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득표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시사저널>이 오는 12월19일 대선을 약 한 달여 앞두고, 이번 18대 대선의 최대 변수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PK 지역의 민심을 점검하기 위해 이 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전화 면접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아울러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여론의 바로미터로 주목받는 호남 지역에 대한 여론조사도 병행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1월6일 문후보와 안후보의 양자 단일화 회동 이후 실시된 첫 전화 면접 여론조사라는 점에서 상당한 관심을 모은다.

이번 조사는 <시사저널>이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11월7일부터 8일까지 이틀 동안 PK 지역과 호남 지역의 19세 이상 성인 남녀 각각 5백명씩 총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 방법은 유선(가구 전화)과 무선(휴대전화)을 모두 활용한 듀얼 RDD 방법에 의한 전화 면접으로 이루어졌고, 95% 신뢰 수준에서 오차 범위는 ±4.38%포인트이다.

새누리당 ‘PK 7 대 3 우세’ 전략에 빨간불

이번 조사를 통해 PK의 민심 이반 현상이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임이 뚜렷하게 확인되었다. 이제 더 이상 박후보측은 PK를 여권의 텃밭으로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이 지역에서 문후보와 안후보 등 두 야권 후보는 양자 대결 구도에서 모두 박후보를 상대로 40% 이상의 지지율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후보와 문후보의 양자 대결 결과는 55.5% 대 41.3%였다. 격차는 14.2%포인트였다. 박후보와 안후보의 양자 대결 결과는 53.3% 대 44.0%인 것으로 나타났다. 격차는 9.3%로 더 좁혀졌다(24~25쪽 딸린 기사 참조). 

야권에서는 “PK에서 박후보를 상대로 4 대 6 정도로만 따라붙어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한다. 지난 4월 총선 때 집계된 PK 지역의 총 유권자 수는 6백36만4천여 명이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근소하게 이겼을 때, 노후보의 PK 득표율은 29.4%였다. 이후보는 65.3%의 득표율을 나타냈다. 절대 열세 지역으로 꼽혔던 PK에서 노후보가 3 대 7의 비율로 비교적 선전한 것이 대선에서 승리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이 지역에서 4 대 6으로 이미 올라서고 있다. 이번 <시사저널> 여론조사만 보더라도 문후보가 나설 경우 4.3 대 5.7의 비율이고, 안후보가 나설 경우에는 4.5 대 5.5의 비율로 그 격차를 현저하게 더 좁힌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히 4 대 6으로만 치더라도 63만여 표가 야권 쪽으로 플러스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심각한 것은 단지 63만여 표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당 지지 성향의 63만여 표가 야권 쪽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결국 여당에는 그만큼 마이너스가 된다는 뜻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1백20만표 이상의 차이가 난다는 얘기가 된다. 일부 기권층을 감안하더라도 PK 지역에서만 최소한 100만표 이상이 여에서 야로 움직인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만큼 야권 입장에서 본다면 이번 조사 결과는 고무적이다. 반면 여권에서 내놓는 “PK에서 박후보가 최소한 7 대 3 정도로 야권 후보를 이겨야 당선이 가능하다”라는 필승 전략은 상당히 불투명해지게 되었다.

PK 지역 야권 지지층 40%대 고착화 현상

더욱 충격적인 결과는 또 있다. 이번에 본지 조사에서는 다른 매체 조사의 천편일률적인 양자 구도 대결 조사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야권의 두 후보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공동정부’에 완전히 합의하고 각각 대통령과 책임총리의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한 채 같이 나설 경우, 박후보와의 맞대결 구도가 어떻게 될지를 추가적으로 물어보았다. 그 결과는 놀랍게도 지지율이 박후보 49.9%, 야권 단일 후보 46.3%로 나타났다. 불과 3.6%포인트 차로 오차 범위 내에서 사실상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특히 양자 구도에서 20대와 30대 연령층에서는 문후보와 안후보 모두 박후보를 상대로 적게는 12%포인트에서 많게는 48%포인트 차까지 크게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40대층에서도 문후보(47.9%)만 근소하게 박후보(49.5%)에게 열세를 나타냈을 뿐, 안후보(50.5%)와 공동정부의 야권 단일 후보(53.2%)는 박후보(46.8%, 44.1%)를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공동정부의 야권 단일 후보는 박후보를 9.1%포인트 차로 앞서 오차 범위를 벗어났다. 대개 30대 이하 연령층에서는 야권 후보가,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여권의 박후보가 확연히 앞서고, 중간 40대층에서는 야권 후보가 백중 우세 현상을 나타내는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여론조사의 연령층 지지 경향이 여당의 텃밭이라던 PK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PK 지역 민심의 변화 현상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라는 질문에서 42.6%가 ‘바람직한 일’이라고 대답했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는 응답은 29.9%에 그쳤다. 새누리당이 야권의 후보 단일화 논의를 ‘야합’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PK 지역 주민들은 이런 새누리당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단일화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다소 부정적인 듯한 입장도 24.0%로 나타나 전체적으로 단일화에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여론이 약 54% 정도로 조금 앞서 있기는 하지만, ‘단일화가 바람직한 일’이라고 답변한 42.6%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다자 구도에서 문후보와 안후보의 지지율을 합친 것(45.8%)이나, 양자 구도에서 나타난 두 후보들의 각각의 지지율 등과 거의 엇비슷한 40% 초·중반대 지지율이다. 즉, PK 지역에서는 이미 40% 초·중반대의 확고한 야권 지지층이 형성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박후보는 50% 초·중반대의 지지율에 그치고 있다. 부동층이 불과 3~5%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박후보가 돌아선 야권 지지층을 얼마나 자신의 영역으로 되돌릴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다. 게다가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대체적으로 대선을 한 달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큰 반전이 없으면 지지층이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점에 비춰본다면 PK 지역에서 5.5 대 4.5의 비율로 여야 판세가 고착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부산을 비롯한 PK 지역 민심의 변화 현상은 2030세대 젊은 층이 주도하고 있고, 여기에 40대층까지 가세하면서 이제 움직일 수 없는 대세가 된 느낌이다. 관건은 젊은 층의 투표율이라고 할 수 있다. 친여 성향의 고연령층은 투표율이 높기 때문에,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실제 선거에서 젊은 층이 투표장을 많이 찾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박근혜 후보에게도 한 가닥 희망은 있다. 바로 호남 민심의 변화이다. 여당의 텃밭이던 PK에서 일어나는 지각 변동의 수준은 아니지만, 호남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박후보의 지지율이 10% 중·후반대의 고착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역대 대선마다 새누리당(전신인 민자당·한나라당 포함) 후보들이 얻은 호남의 득표율은 초라함 그 자체였다(26~27쪽 기사 참조). 1992년 김영삼 후보(4.3%)와 1997년·2002년의 이회창 후보(각각 4.9%)는 5% 선도 넘지 못했고, 그나마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9.0%의 득표율을 올렸을 뿐이다.

하지만 박후보는 꾸준하게 호남 지역에서 15~20%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시사저널> 조사에서도 박후보와 문후보의 양자 구도에서는 19.7% 대 75.3%로 나타났고, 또 박후보와 안후보의 양자 구도에서도 17.9% 대 79.0%로 나타났다. 박후보와 공동정부의 야권 단일 후보 간 양자 대결 역시 16.5% 대 77.7%로 나타나, 박후보는 비교적 안정된 10% 후반대의 지지율을 보였다. 박후보 대 야권 후보가 약 2 대 8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안철수 지지층 이탈이 상대적으로 적어

이를 지난 2002년 대선과 비교해보면, 당시 57만여 표 차이로 노무현 후보에게 패했던 이회창 후보가 호남 지역에서 보인 득표 비율은 0.5 대 9.5였다. 따라서 지금 박후보가 호남에서 1.5 대 8.5의 비율만 유지한다면, 호남 지역 전체 유권자 4백11만2천여 명(4월 총선 기준) 가운데 약 41만명은 박후보 쪽에 더 플러스가 되는 셈이다. 여기서 야권 지지 41만표가 마이너스가 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일부 기권층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약 60만표 이상은 움직일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02년의 당락을 살짝 뒤바꿀 수 있는 수치이다. 물론 여기에는 박후보가 PK에서 야권 후보를 7 대 3의 비율로 확실히 앞선다는 것을 전제로 한 계산법이다. 그만큼 박후보로서는 호남 공략보다는 PK 수성이 더 시급한 상황이 되었다.      

한편 야권 후보 단일화 여론의 바로미터로 주목받고 있는 호남 지역에서 야권 두 후보에 대해 실시한 <시사저널> 여론조사 결과도 흥미롭게 나타났다. 박후보 지지층을 제외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야권 단일 후보 지지 조사에서 문후보(48.6%)와 안후보(48.1%)는 오차 범위 내의 초박빙 접전 양상을 나타냈다. 그 전까지는 안후보가 다소 앞서는 양상이었으나 문후보가 호남 지역에 지속적인 공을 들인 결과로 보인다.

후보 단일화 결과에 따른 지지 후보 변경 의사를 묻는 질문에서도 안후보로 단일화가 되었을 경우 문후보 지지자 가운데 ‘안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이탈층이 23.3%인 데 반해, 안후보 지지자 가운데 이탈층은 19.9%로 나타났다. 오차 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안후보 지지자들의 이탈 가능성이 조금 더 작아 상대적으로 문후보에게 유리하게 나온 셈이다. 하지만 PK에서는 전혀 반대의 양상을 나타냈다. 문후보 지지자 가운데 이탈층은 17.8%에 그친 데 반해, 안후보 지지자의 이탈층은 무려 36.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PK 지역에서는 안후보가 아닌 문후보로 단일화되었을 경우, 단순 계산으로 전체의 8%가 야권 지지층에서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이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오면서 각 후보 진영의 표 계산 손놀림이 분주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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