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다는 ‘내 집 마련’이 낫다
  • 임채우│KB국민은행 부동산 팀장 ()
  • 승인 2012.11.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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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 여력 있고 주택 수요도 여전해

신혼부부가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 소개업자와 상의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아파트에 거주 중인 세입자 김 아무개씨는 집주인이 전세금으로 1억원을 올려달라고 해서 고민에 빠져 있다. 집값은 하락하고 있지만 전세금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이참에 집을 사야 할지, 아니면 전세금을 올려주고 계속 전세로 거주하는 것이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1월5일 기준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국 기준으로 0.1% 하락했고, 서울은 4%나 하락했다. 반면 전세 가격은 전국 3.8%, 서울 1.9% 상승했다. 특히 아파트 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이 전국 62.6%, 서울 54%로서 2003년 고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매매 가격은 통념과 달리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라 이른바 ‘깡통 주택’에 거주하게 된 전세 세입자들이 채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2억원을 대출받아 5억원에 매입한 수도권의 한 아파트가 4억원으로 하락하면서, 2억원에 전세 살고 있던 세입자는 이 아파트가 3억원(낙찰가율 75%)에 경매에 넘어갈 경우 1억원을 날릴 처지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깡통 주택이란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고 전세금을 빼주면 남는 것이 없거나 오히려 모자라는 주택을 말하며, 집값이 떨어지면서 과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50~60%로 대출받은 금액이 현재 시세의 70~80%까지 뛰어오른 주택을 말한다. KB금융연구소는 전국의 깡통 주택이 18만5천 가구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대출이자 부담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우스푸어가 주택담보대출자의 16.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주택 시장은 주택 가격 하락으로 집주인은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으로 고통 속에 있고, 세입자도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증가하면서 전세금을 잃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서는 내년에 전세 가격은 4% 상승하고 수도권 주택 시장은 상반기에는 약보합을 유지하지만 하반기에는 다소 나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한 신문사에서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부동산 시장이 바닥이다’라는 응답이 67%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향후 수도권 주택 가격은 부동산 투자 심리 위축, 미분양 주택 누적, 주택 주 수요층의 인구 감소 등 하방 리스크가 우세하고 지방에서도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다수 사람도 부동산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선뜻 주택 구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가구 수, 2035년까지 증가 전망

그렇다면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집을 사지 않는 것이 유리할까? 여기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한국의 주택 시장을 둘러싼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주택 보급률은 1백2.6%로서 미국 1백11.4%, 싱가포르 1백12.6%, 프랑스 1백20.5%, 일본 1백15.2%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고 1천명당 주택 수도 한국은 3백64명으로 일본 4백51명, 미국 4백10명, 영국 4백39명, 프랑스 5백9명보다 낮은 편이다. 한국 인구는 2030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주택 수와 관련되는 가구 수도 2035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 주택 가격은 세계 주요국에 비해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IMF(국제통화기금) 자료에 따르면 2000~06년 한국의 주택 가격이 20% 중반대 상승을 보여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였고 하락율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 한국의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높지 않다는 점이다.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을 나타내는 PIR을 보면 한국은 2010년 기준 4.4로 미국(3.5)·캐나다(3.4)보다는 높으나 호주(6.1)·영국(5.2)보다는 낮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가 있다. 국내 주택 가격이 버블이 붕괴된 영·미권 국가들과 비교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주택 가격이 높아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 해 한국에서 결혼하거나 이혼하는 건수는 2011년을 기준으로 44만3천4백건에 달한다. 그리고 주택 노후나 가구원 수 증가로 새로운 주택이나 더 큰 평형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수요도 많다. 대학교를 가거나 직장을 다니면서 독립하는 가구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택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 침체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 글로벌 금융 위기, 2010년 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국내외 성장 엔진이 멈춰버린 이유가 크다.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세계 경제 위기가 당장에 극복되지는 않겠지만, 1~2년 후 해결이 가시화되고 안정 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부동산 시장도 그동안의 침체에서 벗어나 조금씩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투자 기관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상반기 세계 경제 보고서에서 ‘급속한 고령화로 일본식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한국 경제는 2030년까지 연평균 3%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전세금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게 만드는 압력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세입자의 경우에는 지금의 세계 불황에 따른 부동산 침체만 보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 집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 어쩌면 고점 대비 가격이 많이 하락하고 매수자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지금이 내 집 마련의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내 집은 2년마다 전세금을 올려줄 필요가 없고 내 가족의 안전한 보금자리가 될 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경우 과거처럼 높지는 않겠지만 일정 수준의 가격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노후 대비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데, 내 집은 노후 대비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즉, 만 60세가 넘으면 주택을 담보로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달 생활비를 평생 동안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주택 가격이 5억원인 집 한 채를 가지고 있는 소유자가 만 60세에 주택연금에 가입할 경우 매월 1백20만원을 연금으로 받게 된다. 내년부터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을 통해 만 50세가 넘으면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집 한 채가 전부이면서 노후에 이르지 않은 50대가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을 받는 만 60세까지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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