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여전히 성폭행범에 관대하고 피해자에겐 가혹
  • 표창원│경찰대 교수 ()
  • 승인 2012.11.20 10: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2년 서울기독교회관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성폭력특별법제정을 위한 공동결의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부남 사건 당시부터 거세게 제기되었던 ‘성폭력특별법’ 제정 요구는 김보은·김진관 사건으로 다시 불타올랐다. 결국 1994년 1월5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그해 4월부터 시행되었다.

김부남씨와 김보은양의 비극이 우리 사회에 아동 대상 성폭행 문제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을 일깨우고 성폭력특별법 제정에 이르게 했다. 하지만 여전히 법과 법조인들은 아동성폭행범에게는 관대하고 피해자에게는 가혹하다. 어린 김부남·김보은 피해자와 같은 나이인 아홉 살 어린 나영이를 성폭행하며 짓밟고 물어뜯어 장기를 몸 밖으로 끄집어내고 얼굴을 훼손한 짐승 같은 조두순에게 ‘술에 취한 상태’라서 감형한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한 것이 한 예이다.

2010년 12월에는 15세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해 임신하고 출산하게 한 42세 노 아무개씨에게 “초범이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으며, 이혼 후 자녀 양육에 최선을 다했다”라며 1심 형량인 10년을 7년으로 감형한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판결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03년 미국에서 8세 의붓딸을 강간한 43세 패트릭 케네디에 대해 사형 선고를 내린 루이지애나 주 법원이나 인터넷에서 아동 음란 사진 20장을 다운받아 소지하고 있던 전직 교사 버거 씨에게 한 장당 10년씩 징역 2백년형을 선고한 애리조나 주 법원의 단호한 태도와 사뭇 비교된다. 최근 전자발찌나 신상 공개, 화학적 거세 등 ‘형사 처벌이 아닌 재범 방지를 위한 보안 처분’이 마치 ‘강화된 처벌’인 듯 호도되고 있다. 실제 처벌처럼 사용된다면 헌법에 금지된 이중 처벌로 인권 침해요, 위법이다. 처벌이 아니라면 이들 보안 처분을 이유로 단기간 형별을 부과하는 법원의 판결은 성폭력특별법 제정 취지를 무시하는 월권이다.

제2의 김부남·김보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아동 대상 성폭행의 신고율을 높이고, 경찰의 수사 전문성을 향상시키며 피해자 보호 대책을 개선해 기소율을 높여야 한다. 또 검찰의 인식 개선과 전담 검사 지정을 통해 유죄 판결 확률을 높이며, 판사 대상 교육 강화와 인식 개선을 통해 입법 취지에 맞게 충분한 형량 선고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된 아동, 방임과 학대가 이루어지는 가정에 대한 사회적 개입과 지원 및 보호책의 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