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달인’이 되는 길은 멀고 험난한데…
  • 감명국·이승욱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11.20 11: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대 대선이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권자들의 이목이 점차 TV 토론으로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초박빙 승부로 판가름 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만큼 네모난 TV 브라운관을 링 삼아, 물러설 수 없는 혈투를 벌일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크다. ‘빅3’ 후보들의 TV 토론을 준비하고 있는 캠프별 대응팀의 면모와 전략을 들여다보았다.  

ⓒ 일러스트 찬희

“어느 대선 후보에게도 <강남스타일>을 로고송으로 쓰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가수 싸이측의 한 관계자가 정치권을 향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말이다.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7주 연속 2위에 오르는 등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강남스타일>을 두고 자칫 각 대선 후보 진영에서 서로 로고송으로 하겠다는 경쟁이 불붙으면 상당히 곤란할 수도 있다는 염려에서 미리 차단한 셈이다. 그만큼 대선을 눈앞에 둔 각 후보 캠프는 득표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한다.

실제 지난 1997년 대선에서 당선된 김대중(DJ) 후보가 74세의 고령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했던 데에는 <DJ와 춤을>이라는 로고송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이 노래는 당시 인기 가수 DJ DOC의 경쾌한 댄스곡 <DOC와 춤을>이라는 곡을 개사한 것이었다. 당시 대선에서 이 로고송이 DJ의 친근하고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 또 다른 승리의 일등 공신은 바로 TV 토론이었다.

1997년 대선부터 국내에 도입된 TV 토론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각종 의제마다 구체적인 수치까지 조목조목 제시하며, 이른바 ‘준비된 대통령’의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각인시켰다. 또, 외환위기의 책임을 집권 여당과 연결하면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몰아세우고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이번 18대 대선을 앞두고 열릴 TV 토론 역시 대선 승부를 판가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TV 토론의 경우, 후보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을 때 유권자의 관심도가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사실상 TV 토론을 기피했음에도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될 정도로, 초반부터 판세가 확연하게 드러난 선거를 제외하고는 TV 토론은 상당한 관심을 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야권 후보 단일화에 나서고 있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사이에는 후보 단일화 TV 토론회가 예상되고 있다. 그 이후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법정 토론회 3차례가 기다리고 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벌일 이 TV 토론회에서 단 한 번의 실수라도 하게 되면,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기회도 쉽게 잡지 못하기 때문에 각 후보 진영의 긴장감은 더하다. 

■ 박근혜 캠프
“야권 후보 상대로 역공에 나서야”

최근 야권 후보 단일화 이슈에서 비켜나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TV 토론에 신경을 쏟고 있다. 선거전이 정책보다 네거티브성 공방으로 흘러가면서 TV 토론을 통해 형성될 이미지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박후보는 정책의 차별화로 승부를 볼 생각인 듯하다. 최근 진영 정책위의장을 직접 불러 TV 총괄팀장을 맡긴 것도 정책에 포인트를 맞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후보측은 TV 토론의 중요성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캠프’의 한 핵심 인사는 “대선전이 51 대 49의 게임으로 전개되면서 TV 토론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후보 캠프 쪽의 TV 토론 대응 전략은 아직 잘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 대선을 치러본 당내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후보의 측근으로 통하는 이재만·정호성 보좌관 등을 중심으로 1천여 개에 달하는 예상 질문을 뽑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예상 질문이 완성되면, 정치와 경제, 외교·안보, 복지 등 각 분야별로 국회의원과 각계 전문가 등이 달라붙어 토론회를 대비한 모범 답안을 완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 준비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20번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김종학프로덕션 대표이사 출신의 박창식 의원이다. 박의원은 중앙선대위 미디어본부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TV 토론을 담당했던 김병호 전 의원도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후보는 야권 후보들과 ‘1 대 다(多)’ 싸움을 벌여야 한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따라 결정되는 단일 후보와 진보정의당의 심상정 후보,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에 둘러싸이는 모양새이다. 야권 후보들은 정책보다 정치적 이슈로 박후보를 집중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박후보의 대응이 관건이다. 박후보가 과거사와 관련해 논란이 되었던 발언들이 언론사 토론회 등에서 나온 터라 더욱 그렇다.

박의원은 “큰 맥락은 짚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나온 것은 없다. 상대가 있기 때문에 밝힐 단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후보의 개인기를 믿는 모습도 보였다. 박의원은 “오랫동안 TV 토론을 해왔기 때문에 큰 걱정을 안 한다. TV 토론 방식이 뻔하기 때문에 (정책) 분야별로 시간 안배만 정리하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밝혔다. “박후보의 발언이 수첩을 외워서 하는 느낌을 준다”라는 지적에는 “박후보가 정책을 강조하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미지 부분은 검토를 해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에서는 TV 토론에 따른 득실을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 박후보의 ‘감동이 없는 딱딱한’ 화법을 감안하면 손해를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지난 5년 동안 착실히 내공을 쌓아왔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는 분위기도 있다. 박후보가 야권 후보들에게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앙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박후보가 검증 차원에서 야권 후보들을 상대로 역공에 나설 필요가 있다. 공수를 겸해야 한다. 다만 상대 후보의 흠을 잡는다는 인상을 줄까 봐 고민이다. 박후보가 여유 있게 받아치는 모습이 가장 좋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캠프
“안정감과 감동 효과 극대화 노려야

문재인 후보 캠프와 민주당에서는 문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10여 차례 TV 토론을 치러본 경험이 있다는 점을 들면서 TV 토론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거기다 차분하면서도 신뢰감 있는 이미지는 문후보가 TV 토론에서도 상대 후보와 차별화된 강점을 보여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안후보측이 지난 11월14일 단일화 협상을 잠정 중단해 일단 김이 빠진 형국이지만, 문후보 캠프는 TV 토론을 위해 방송인 출신 정치인과 실무 경험자 등을 대거 투입하는 등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이다.

문후보 캠프는 최근 대변인 출신인 김현미 소통2본부장과 신경민 미디어단장 등 현역 의원을 중심으로 TV 토론팀을 꾸리고, TV 토론에 대비한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본부장은 TV 토론 전반을 총괄하면서 각 분야별 예상 질문을 선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MBC 기자 출신인 신단장과 KBS 아나운서 출신인 유정아 시민캠프 대변인 등은 문후보의 화법이나 태도 등을 직접 코치하며 실전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2002년과 2007년 대선을 치르면서 TV 토론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었던 당내 실무진 등 10여 명이 TV 토론팀에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안후보가 TV 토론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본선에 앞선 단일화 TV 토론에서도 문후보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문후보의 발성이나 발음이 다소 정확하지 않고 책을 읽는 듯한 화법이, 오히려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안후보와 비교되어 불안정해 보일 수도 있다”라고 우려를 표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때문인지 당 내부에서 문후보 캠프의 TV 토론 전략이 다소 안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안후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TV 토론 경험이 많은 문후보가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이유이다. TV 토론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가 큰 후보일수록, 정작 실전에서 실망감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 주요 선거에서 TV 토론 기획에 참여했던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TV 토론은 한 편의 영화를 찍는 것과도 같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보다는 TV 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이 마음을 움직이도록 감동을 주는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대변인이나 방송인 출신도 좋지만 정치 컨설턴트와 마케팅 전문가 등을 영입해 TV 토론을 통해 후보가 유권자에게 감동을 주는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캠프
“자신만의 스타일로 강한 메시지 전달해야”

안철수 후보는 TV 토론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 그만큼 부담감이 있다. 이에 따라 안후보 캠프는 TV 토론에 대해 실전 경험을 쌓고 방송과 토론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안후보는 문후보와 후보 단일화 논의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 11월13일,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내 한 방송 스튜디오를 빌려 TV 토론 리허설까지 진행하며 잰걸음을 보였다. 당시 TV 토론의 첫 관문이 문후보와의 단일화 토론인 만큼 문후보의 대역을 세워 직접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날 스튜디오에는 박선숙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이 직접 나와 안후보의 언행을 점검하기도 했다. TV 토론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실전에서 적응력이 우선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안후보 캠프의 유민영 대변인은 당시 리허설에 대해 “문후보에 비해 TV 토론 경험이 부족하지만, 시간 관계상 여러 번 실전 연습을 할 수는 없어서 30~40분 정도 연습하는 차원에서 리허설을 한 것이다. 상대 후보와 비교하면 토론 경험이 없는 만큼 TV 토론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별도로 시간 제약 없이 (TV 토론이라는 가정하에) 편하게 후보가 얘기를 하는 식으로 연습을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안후보 캠프는 TV 토론을 전담하는 별도의 상설팀을 꾸리지는 않는 대신, 태스크포스(TF)팀 형태로 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 TF팀의 간사는 김윤재 변호사(법무법인 원 공공전략연구소장)가 맡고 있다. 김변호사는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 캠프에서 TV 토론 실무를 맡은 바 있고,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 때는 박원순 후보의 전략을 짠 인물이다. 김변호사를 전면에 내세운 데는 그가 안후보의 정책을 꿰뚫고 있는 데다, 실무 경험도 풍부한 점이 반영되었다. 유대변인은 “김변호사와 함께 TV 토론회를 기획한 실무자가 두 명 정도 TF팀에 배치되어 있다. 좀 더 세부적인 정책이 필요하면 정책팀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차출해 TF팀 내에서 대응 전략을 짜는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TF팀에는 신용진 전 MBC 보도본부장과 김형민 캠프 정책팀장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후보측은 기존 정치인과는 달리 온화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설득력을 줄 수 있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TV 토론회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