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준 비리 막후에 전·현직 검사 6명 더 있다
  • 김지영·조해수·이규대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2.11.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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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준 부장검사에게 특임검사팀은 11월15일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과 유진그룹 등으로부터 9억원가량을 받아 뇌물 수수와 알선 수재 혐의가 적용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의 파장은 여기서 일단락되지 않을 전망이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대검 수사 기록과 관계자들의 증언에서 전직 검사장과 현직 검사 5명 등의 이름이 추가적으로 더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도 공공연히 추가 수사를 얘기하고 있다.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 측근과 유진그룹 측으로부터 8억여 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아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 ⓒ 연합뉴스

한때는 신망받는 검사였다.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특검팀에도 두 번이나 차출될 정도였다. TK(대구·경북) 출신에 서울대 졸업 등 화려한 이력은 ‘성골’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중수부장감’이라는 얘기도 들렸다. 승승장구하던 그가 지금 검찰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어 조직에 먹물을 끼얹은 장본인이 되고 말았다. 김광준 서울고검 부장검사에게는 기업 등으로부터 수억 원의 대가성 금품을 받은 혐의로 11월15일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문제는 이 파장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있다. 경찰의 수사가 확산되자 서둘러 ‘특임검사’를 임명하며 사건 수사에 나섰던 검찰은 지금 벌집을 쑤셔놓은 듯 뒤숭숭하다. 김검사 뒤로 다른 검사들의 이름이 더 들려오기 때문이다. 검사장급을 지낸 고위직 인사도 포함되어 있다. 경찰은 공공연히 추가 수사를 얘기하고 있다.       

김광준,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희팔 모른다”

당초 시작은 검찰과 경찰 등 양대 사정기관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쳤다. 여기에는 어김없이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이 등장한다. 조희팔은 2008년까지 5년 동안 의료 기기 대여업 다단계 회사를 차려놓고 무려 3만5천여 명의 피해자를 끌어들여 4조원대를 가로챈 희대의 사기꾼이다. 2008년 사기 행각이 들통나자, 그해 12월 중국으로 밀항했다. 경찰의 지난 5월 발표가 맞다면, 그는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술을 마신 후 급성 심근 경색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7월 “경찰의 사망 판단을 믿지 않는다”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조희팔 사기 사건의 껍질이 하나씩 벗겨지면서, 그에게서 금품을 받은 경찰 총경급을 포함한 세 명이 구속되거나 직위 해제되었다. 검·경 힘겨루기가 한창이던 민감한 시기에 경찰의 체면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와신상담’하던 경찰은 조희팔의 차명 계좌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의외의 성과를 올렸다. 현직 부장검사가 조희팔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를 포착한 것이다.

<시사저널> 취재진은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인 지난 11월7일 “김광준 서울고검 부장검사가 다량의 차명 계좌를 통해 조희팔로부터 수억 원을 받았다”라는 첩보를 입수했다. 다음 날인 8일 오전 10시께,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실로 전화를 걸었다. 김검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시사저널 : 조희팔을 아는가?

김검사: 조희팔이 누군가? 누군지 모르겠다.

시사저널: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을 모르나?

김검사: 대구에서 사기 사건을 했다고는 들었다.

시사저널: 김검사가 조희팔로부터 차명 계좌를 통해 수억 원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

김검사: 조희팔이 누구인지 일면식도 없다. 어디서 그런 얘기를 하나?

 

그렇게 ‘1차 통화’는 끊어졌다. 그런데 30분 정도 지난 10시30분께, 김검사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이번에는 격앙된 목소리였다. 그는 “나는 조희팔의 ‘조’자도 모른다. 누가 그런 얘기를 했는지, 화가 나서 전화했다. 만약 <시사저널>에서 기사를 쓰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밖에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날 김검사는 본지 취재진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다음 날부터 ‘경찰, 조희팔 은닉 자금 추적하다 김광준 부장검사의 차명 계좌에서 뭉칫돈을 포착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김검사가 자신의 차명 계좌를 통해 조희팔 측근으로부터 2억4천만원, 유진그룹으로부터 6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파장은 상당했다. 더 이상 김검사와는 전화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검찰의 대응은 민첩했다. 전광석화처럼 11월9일 김수창 특임검사를 지명해 김검사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경찰이 진행 중인 사건을 가로챘다”라는 비난이 비등했다. 한 사건을 놓고 검·경이 이례적으로 ‘이중 수사’를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고, 11월15일 김검사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뇌물·알선 수재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강하게 밀어붙였다. 

“검사 3명, 유진그룹 계열사 주식 매입”  

문제는 김검사의 혐의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갈수록 추가 혐의가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김검사 외에도 다른 선후배 전·현직 검사들의 이름이 추가로 더 거론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중에서 특히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제일저축은행의 고양터미널 사업 불법 대출 사건과 관련한 수사 무마 로비 의혹이다.

김검사가 제일저축은행 수사 무마 청탁을 받았다는 것을 암시하는 진술이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대검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의 수사 기록 곳곳에 나와 있다(22쪽 딸린 기사 참조). 또한 김검사가 이에 대한 대가로 3백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알선한 정황도 포착되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김검사의 상관인 검사장을 지냈던 고위 인사도 등장하고 있다.

특임검사팀은 김검사가 후배 검사 세 명과 함께 유진그룹 계열사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핵심 관계자는 11월14일 “김검사의 후배인 간부급 ㄴ검사와 ㅅ검사, ㄱ검사 등 세 명이 유진그룹 계열사 주식 5천5백만원어치를 매입한 단서를 확보했다. 하지만 주식 매입 이후 주가가 떨어져 2천만원 정도를 손해 보았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검사가 누나 명의의 계좌로 주식 거래를 해서 9천만원 정도의 별도 이익을 보았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 이익금으로 후배들이 손해 본 2천만원을 돌려주었다는 것이다.  

특임검사팀도 지난 11월10일 김검사와 함께 주식 투자를 했던 검사 두 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직접 조사했으며, 나머지 검사 한 명은 해외에 체류 중이어서 이메일을 통해 조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본지 취재진은 세 명의 검사 사무실로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세 검사의 사무실 직원들에게 회신을 요청했으나, 11월16일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특임검사로 임명된 김수창 검사가 11월1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부지방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김광준과 후배 검사 접대 골프 여부도 주목

김검사의 또 다른 혐의는 후배 검사들과 함께 접대 골프를 받았느냐 하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김검사의 후배인 간부급 ㅂ검사와 또 다른 ㄱ검사 등이 김검사의 주선으로 유진그룹과 KT 등 기업체 임원으로부터 제주도 등지에서 접대 골프를 받았다는 정황도 확보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ㄱ검사는 <시사저널>과의 11월15일 전화 통화에서 “김부장검사는 예전에 지방에서 근무할 때 모셨던 분이다. 하지만 기업체로부터 접대 골프를 받은 적이 없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수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KTF 간부에게서 2천만원 정도의 해외여행 경비를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특히 이 간부와는 해외에서 함께 도박을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김검사와 KTF 간부였던 ㅇ씨가 2008년 마카오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2009년 KTF와 합병한 KT의 한 관계자는 “ㅇ씨가 KTF 간부로 있던 시절, 김검사와 해외여행을 갔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도박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ㅇ씨가 개인 여행을 가면서 회사 돈을 썼던 것이 문제여서 회사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ㅇ씨가 김검사에게 여행 경비와 별도로 수천만 원을 건넸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ㅇ씨가 개인 돈으로 김검사에게 돈을 주었는지 모르겠지만, 회사 경비로 준 것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기자는 11월16일까지 ㅇ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역시 응답이 없었다.

이 밖에도 김검사가 전직 국정원 직원 부인으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5천만원을 받은 혐의, ㅊ건설과 ㅇ철강회사 등 기업체로부터 매달 3백만~5백만원 정도를 받은 혐의 등도 추가로  속속 불거지고 있다.

조희팔의 한 지인은 기자와 만나 “2008년 5월경에 조희팔 회장과 강 아무개 사장(김광준 검사에게 2억4천만원을 건넨 인물) 등과 함께 조회장의 대구 사무실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때 강사장이 조회장에게 ‘내가 잘 아는 부장검사가 있는데, 그 부장검사가 ‘잘 아는 사람과 관련된 문제’가 생겨 2억원이 필요하다고 한다’라고 말하자, 조회장이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던 적이 있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 부장검사가 김광준 검사였다”라고 털어놓았다.

조희팔측으로부터 2억원이 실제로 김검사에게 전달되었는지에 대해 이 지인은 “거기까지는 알지 못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김검사가 조희팔측 강사장으로부터 받은 2억4천만원의 용처가 이 대목과 관련되어 있는지 주목된다.

검찰은 경찰측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그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2004년 대통령 측근 비리 특별검사팀원일 때의 김광준 검사(맨 왼쪽). ⓒ 시사저널 사진자료
노무현 정부 2년차였던 2004년 2월16일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팀 내부에서 분란이 일어났다. 이우승 특검보가 전격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당시 이특검보는 “검찰 파견 검사에게 ‘관계자의 계좌 추적과 수사 계획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으나, 파견 검사는 ‘연관성이 없다’라며 수사를 거부했다. 그래서 내가 그 검사의 파견 취소를 요청했으나, 이 사실을 알게 된 파견 검사가 역으로 김진흥 특검에게 나의 폭력 행사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나서면서 결국 김특검은 내 수사권을 박탈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이 파견 검사는 김광준 현 서울고검 부장검사였다. 당시 특검팀은 결국 이특검보가 물러나는 것으로 내분 사태를 봉합했으나, 수사 성과가 거의 없는 쪽으로 결론 나면서 ‘특검 무용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김검사는 1961년 4월 경북 경주에서 태어났다. 대구 영신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8년 제3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1년에 사법연수원 20기를 수료한 후 인천지방검찰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지검 검사와 대구지검 부부장검사, 부산지검 특수부 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부장검사 등을 역임했다. ‘특수통’인 그는 1999년 ‘옷 로비 특별검사팀’과 2004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사건 특별검사팀’에 파견되기도 했다.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과 유진그룹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그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동정론과 비난이 동시에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의 한 간부는 “김검사의 부인은 2008년부터 암 투병을 하고 있다. 당시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이 급해 유진그룹과 조희팔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김검사는 부인의 병수발을 하기 위해 간병인을 두어야 하고, 환자용 침대를 집에 들여놓아야 하는데 집이 작아서 넓은 평수로 이사를 해야 했다고 한다. 그때 받은 돈으로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을 마련했던 것이다. 결국 부인의 병수발을 하기 위해 부적절한 돈거래를 했던 셈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반면, 그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검사의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돈이 필요했다면 변호사 개업을 해야지, 왜 검찰에 남아서 조직에 피해를 입히느냐. 유진그룹과 조희팔 등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정상을 참작할 수 있다 해도, 다른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은 부분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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