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스스로 신자를 내쫓고 있다”
  • 엄민우 (bestmw1@naver.com)
  • 승인 2012.11.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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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직 세습에 반대하고 나선 김동호 높은뜻연합선교회 목사

‘억지로 교회 다니라고 하지 마라’ ‘교회도 세금을 내야 한다’ ‘아들에게 목사 자리 세습하지 마라’ 등 목사들이 싫어할 소리만 골라서 하고 다니는 목사가 있다. 김동호 높은뜻연합선교회 목사(62)가 그 주인공이다. 김동호 목사는 ‘쓴소리 목사’이다. 세금, 세습, 성전 건설처럼 교회가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들을 지적한다. 교회 세습 반대 운동을 벌이는 쓴소리 목사라면 호전적이고 다혈질인 인물이 아닐까. 예상은 빗나갔다. 그는 놀라울 만큼 차분하고 논리적이었다. 기자의 질문 하나하나에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담담했지만 단호했다. 인터뷰하는 내내 그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김동호 목사는 스스로 대형 교회 목사가 되기를 거부한 인물이다. 김목사는 2001년 숭의여자대학 강당을 빌려 예배를 시작했다. 입소문을 듣고 모인 교인이 5천명을 넘어섰다. 보통 교회들이라면 양손을 들고 반가워할 일이다. 그런데 김목사는 일부러 교회를 4개로 분리했다. 그는 왜 교회를 나눴을까? 김목사에게 ‘말씀을 전할 수 있는 신도가 많으면 좋은 것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목사는 “사람 몸무게처럼 교회 크기도 적정선이 있다. 교회가 커지면서 돈이 많아졌다. 권력을 움직이는 것이 돈인데 그게 늘어나면 손에서 놓기 어려운 욕심이 생긴다”라고 대답했다. 우문에 현답이었다.

이처럼 김목사의 관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목사들과는 다르다. 세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김목사는 교회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본인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다. 김목사는 “정확히 말하면 교회가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목사가 내는 것이다. 목사도 직업이다. 교회가 비영리 단체라고들 하는데, 비영리 단체에서 일을 하는 사람도 월급을 받으면 세금을 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목사는 교회의 세금 문제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목사도 국민이라는 점을 들어 세금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목사는 “목사도 목사이기 전에 국민이다. 국민이기 때문에 받는 권리나 혜택이 있다. 투표도, 도로 이용도, 다 세금으로 하는 것인데 누릴 것 다 누리면서 세금을 안 낸다는 것은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김동호 목사는 서울 청량리에서 형제가 없이 자랐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으나 초등학교 1학년 때 교회를 다니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열등의식은 점차 사라져 갔다. 자연스럽게 교회가 좋아졌고, 결국 평생 교회를 떠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 김목사이기에 개신교가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은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는 개신교 신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결국 교회 스스로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목사는 “교회가 자충수를 두고 있다. 심하게 말하면 악수를 두고 있는데, 이런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아 세상이 등을 돌린 것이다. 교회 세습도 그중 하나이다”라고 말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교회도 영적 비즈니스다”

교회 세습 문제는 항상 김목사를 따라다니는 이슈이다. 김동호 목사는 지난 11월2일 출범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세습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김목사는 교회가 밖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행태에 대해 지적했다. 김목사는 “교회가 ‘우리 내부에서는 문제없다고 생각하는데 밖에서 왜 세습을 가지고 뭐라고 그러느냐’고 얘기하면 안 된다. 비즈니스하는 사람들은 밖의 사람들이 우리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중시한다. 교회도 선교 활동을 하는데 이것이 곧 영적인 비즈니스이다. 외부 사람들이 세습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중요한 문제이다”라고 전했다.

대형 교회가 세습의 정당화를 주장할 때 드는 대표적 근거 두 가지는 ‘절차적 정당성’과 ‘목사 아들의 자격 여부’이다. 자격 있는 목사 아들이 정당한 절차에 의해 목사가 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것이다. 기자가 이러한 근거에 대한 생각을 묻자 김목사의 목소리는 다소 격양되었다. 김목사는 “구차한 변명이다. 북한도 권력 세습할 때 회의 열어서 결정한다. 그런 절차도 절차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자꾸 목사 아들에게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데, 세습 찬성론자들의 논리대로 목사를 뽑게 되면 목사 아들만 자격이 있고 다른 집 아들은 모두 자격이 없게 되어버린다. 애초부터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질문을 하지 않으면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던 김목사이지만 세습 이야기가 나오자 ‘쓴소리 목사’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김목사는 “교회 세습 문제와 관련해 가장 속상한 것은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재벌 회장도 세습을 하면 부끄러운 줄은 알고 비난 여론이 지나갈 때까지 조용히 있는다. 그런데 목사가 그것을 신문에 전면 광고를 냈으니…”라고 말했다. 지난 11월1일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가 한 일간지에 교회 세습 지지 광고를 실은 것을 놓고 한 말이다.

보통 교회에서 모아지는 헌금은 ‘성전’이라고 불리는 교회 건물을 짓는 데 쓰인다. 그런데 김목사는 교회 세우기에는 관심이 없다. 2008년 교회 건축 헌금 2백억원이 모였으나 이를 모두 탈북자들이 일할 수 있는 공장을 지어주는 데 썼다. 김목사는 탈북자와 아프리카 난민을 돕는 일도 하고 있다. 김목사는 “탈북자들에게 자꾸 지원만 하기보다는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헌금이 모이면 자꾸 성전을 짓자고 하는데, 나는 이 공장이야말로 진정한 성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탈북자 이야기를 이어가던 김목사는 취재진에게 건물 1층 커피숍에 가자고 권했다. 김목사 사무실이 있는 청어람빌딩 1층에는 ‘블리스앤블레스’라는 커피숍이 있다. 김목사가 탈북자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든 곳이다. 김목사는 “탈북자를 바리스타 시킨다고 했을 때 초창기에는 사람들이 웃었다. 그런데 이게 잘 성공해서 탈북자 여섯 명이 잘 먹고 살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목사는 이제 62세이다. 언제까지 교회 일을 할 것이냐고 묻자 그는 “은퇴 후에 ‘원로’라는 글자를 넣어 영향력을 미치려 하는 직업은 목사밖에 없다.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나도 좀 놀아야 되지 않겠나. 아내와 자식들과 친해지며 놀면서 여생을 보내고, 욕심을 낸다면 나중에 ‘선생’ 소리 들으면 참 명예로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런 목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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