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정당은 홈런만 노리지 말고 번트 대고 도루도 하면서 점수 따야…”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11.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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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아스 제공
‘대통령이 바뀌면 나라가 많이 바뀌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이제는 없을 듯하지만,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설문조사 결과를 보아도 누가 대통령이 되건 세상이 그다지 살맛나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체념할 것이 아니라 언제나 그랬듯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시민’의 모습을 잃지 말자고 제안하는 사람이 있다.

조국 교수는 최근 개정판으로 <지금부터 바꿔야 하는 것들>(보아스 펴냄)을 펴내며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2013년 이후에 시민들이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당장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교수는 일자리 문제 등을 담은 경제 해법을 제시하면서 프랑스 노동조합의 사례를 들었다. 프랑스 노동조합 조직률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협약 적용률이 90%나 된다고. 게다가 프랑스의 전반적인 임금 격차는 한국과 달리 아주 적은데, 조교수는 “이는 ‘힘 있는 조직 노동이 전체 노동자의 요구를 대변하고 주도한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경제 정책을 다루는 집단이나 대기업들이 나서서 ‘파이’만 키우면 해결될 수 있다고 유혹하는 것이 현실이다. 조교수는 “노동과 복지의 희생 속에서 압축적 성장을 통해 ‘파이’는 엄청나게 커졌지만 그 커진 ‘파이’는 누구에게 갔는가. 이제 ‘파이 키우기’냐 ‘파이 나누기’냐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재벌의 초법적 특권을 없애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하게 공존하면서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포용하는 ‘피자 전략’으로 가야 한다. 파이를 키울 것이 아니라 피자를 만들어야 한다. 두께를 얇게 하되 공간을 넓혀 그 안에 더 많은 사람의 일자리와 소득을 담아내야 한다”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조교수는 진보 정당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거대 담론에 매몰되어 결론이나 저주를 툭 던지는 행태를 버리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차선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교수는 “진보 정당은 정글 자본주의의 질주 속에서 어떠한 계급·계층·집단이 어떠한 고통을 받고 있는가를 분석하고, 그 고통을 바로 이 순간 줄이고 없앨 수 있음을 매 단계 보여줘야 한다. 홈런만 노리며 큰 스윙만 하지 말고, 번트도 대고 단타도 치고 도루도 하면서 점수를 따야 선수도 응원단도 신이 나고 자신감이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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