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커지는 현재현 회장 한숨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2.11.2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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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반짝 흑자’ ㈜동양, 적자 전환 우려 ‘자금줄’ 동양증권에는 신용등급 강등 ‘폭탄’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대화하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왼쪽). ⓒ 연합뉴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고민에 빠졌다. 피 나는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에도 그룹의 자금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부채 비율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동양그룹의 부채 비율은 7백%를 넘어섰다. 금융회사를 제외한 부채 총계는 2조5천억원에 달한다. 지주회사 격인 ㈜동양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최근 2년간 2천억원이 넘는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누적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9월 계열사인 동양매직과 합병했다. 그 결과 지난 2분기에 장부상으로 7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동양매직과의 합병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았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합병 전까지만 해도 건설 경기에 영향을 받은 사업이 대부분이었다. 합병 이후에 가전과 섬유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화되면서 사업 편중에 따른 위험도가 낮아졌다’라고 평가했다.

반짝 살아나는가 싶던 회사 경영 실적은 3분기에 다시 적자로 전환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양은 3분기 92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손실액이 누적되면서 그룹의 현금 흐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동양그룹 채권과 주식을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5천5백억원 상당의 채권이 변수이다. 그룹 자금 사정을 감안할 때 채권 상환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동양은 지난 3분기 단기 차입금 8천6백억원을 빌리고 회사채 6천8백억원어치를 발행해 차입금 9천4백40억원을 갚았다. 이쪽에서 빼서 저쪽을 막는 형국이 되고 있다.

2011년 3월10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동양메이저·동양매직 합병 시너지 ‘주춤’

그나마 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동양증권도 신용등급 강등 ‘폭탄’을 맞았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 신용등급이 하락한 것은 동양증권이 유일했다. 동양증권이 무리하게 계열사를 지원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지난 10월29일 동양증권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내렸다. 후순위채 신용등급도 A에서 A-로 강등되었다. 한기평 관계자는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늘어난 자금 부담이 신용등급을 떨어지게 한 요인이었다”라고 평가했다.

한기평의 신용 강등에 대해 동양증권측은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3대 신용평가 기관 중에서 한기평만 등급을 내렸다. 정상적인 영업 활동이 계열사 지원으로 인식된 데 대해 내부적으로 억울함이 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동양증권이 그룹 계열사의 기업어음(CP)을 무리하게 판매한 정황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동양증권은 동양뉴리더 CP신탁 4099호를 통해 동양레저의 기업어음을 판매하고 있다. 동양레저는 동양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로 떠오른 업체이다. 동양뉴리더 ELT신탁 165호에도 동양인터내셔널(옛 동양캐피탈) 기업어음이 편입되어 있다. 이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모두 투기 등급인 B+이다. 그럼에도 동양증권은 ‘그룹 차원에서 지원하는 계열사에 출자하는 것이므로 위험도가 낮다’고 고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고객의 서면 동의 없이 그룹 계열사 물량을 매입한 사실이 들통 나 금융위로부터 징계를 받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의 기업어음 7천5백억원어치를 특정 금전 신탁을 통해 매입하는 과정에서 고객에게 서면 확인을 받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상품 등급에 맞게 고객 등급을 짜맞춘 의혹도 있다. 통상적으로 투기 등급 CP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등급이 4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이 등급에 맞춰 고객의 등급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동양증권이 100% 지분을 보유한 동양파이낸셜대부는 지난 2011년 동양생명 지분 등을 처분해 5천억원 이상을 확보했다. 차입금 4천60억원을 갚고도 남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동양파이낸셜대부는 2천억원이 넘는 돈을 ㈜동양과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의 지분 투자나 대여에 사용했다. 이로 인해 동양파이낸셜대부는 아직까지도 1천억원 이상 차입금을 떠안고 있다.

동양증권측 “영업 활동이 계열사 지원 억울”

 ㈜동양의 주가 하락으로 올 상반기에만 손상차손 1천28억원을 기록했다. 한기평은 보고서에서 ‘동양증권과 동양인터내셔널이 신인도가 낮은 계열사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신용도에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향후에는 동양증권을 통해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동양그룹의 자금 사정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현재현 회장이 전략적 판단에 실패한 탓에 동양그룹이 위기에 빠졌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인 지난 2007년까지만 해도 동양그룹은 금융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동양증권·동양인터내셔널·동양생명·동양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를 활용해 대형 투자은행을 만들 복안도 내놓았다. 현회장이 직접 나서 금융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며 필요성을 역설할 정도였다. 현실은 반대로 갔다. 지난 2007년 8월 부도가 난 신일을 인수한 데 이어, 한일합섬을 인수해 건설 부문을 통합했다. 이후 자본금 10억원 규모 초소형 계열사인 동양레저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기 시작했다. 동양레저는 현재 동양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현재현 회장과 장남인 현승담 상무보가 5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양레저는 당시 ㈜동양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현재의 순환 출자 구조를 완성했다. 동양레저를 통해 지배 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동양그룹측은 그동안 “건설과 레저 부문을 강화하는 것과 지배 구조는 무관하다”라고 강조해왔다. 업계 의견은 달랐다. 업계 관계자는 “동양레저는 현재 ㈜동양 지분 36.2%를 보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후계 구도를 위한 준비까지 마련했다”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일련의 조치를 통해 지배 구조를 강화하는 와중에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졌다. 결국 그룹의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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