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 발판 되어주는 ‘큰 형님’ 같은 회사로 만들겠다”
  • 엄민우 (bestmw1@naver.com)
  • 승인 2012.11.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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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 인터뷰

ⓒ 시사저널 임준선
카카오는 트로이카(삼두) 체제이다. 김범수 이사회 의장, 이제범 공동대표, 이석우 공동대표가 각각의 분야를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다. 김범수 의장은 최종 의사 결정을 할 뿐 경영 일선에 나서지는 않는다. 다만 조직 문화에 관심을 갖고 직원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묵묵히 돕는다. 실질적인 업무는 이제범·이석우 공동대표가 맡는다. 그중 이석우 대표를 만났다. 이석우 대표는 NHN 미국 법인 대표를 지내다가 지난해 8월 카카오로 합류한 인물이다.

어떻게 NHN에서 카카오로 오게 되었나?

NHN은 워낙 자리를 잘 잡게 되어서 내가 하는 일이 계속 줄어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김범수 의장이 같이하자고 제안했다. 함께 일한 적이 있기 때문에 김범수의 사업 감각이나 비전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던진 첫 질문은 “카톡 가지고 어떻게 돈 버실 건데요?”였다. 그런데 이 양반이 “내가 요즘 사명감이 생겼다. 모바일 사업을 건강한 생태계로 만들어보겠다”라고 하는데 내가 아는 김범수보다 업그레이드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전이 보였다. 월요일 저녁에 얘기를 나눴는데 수요일에 바로 ‘가겠다’고 했다. 목요일에 사표 내고 그 다음 주 월요일에 카카오로 출근했다.


공동대표 체제로 가면 의견이 부딪칠 때도 있지 않나?

그게 바로 카카오 방식이다. 이제범 대표는 게임 등 사업 부문, 나는 대외협력 부문을 맡고 있다. 각각 맡은 분야가 있으니 조율이 쉽다. 1인 체제인 전통 기업에서는 의사 결정 프로세스 자체는 빠를 수 있다. 사장이 ‘이거 해’ 하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실행 단계에서 멤버들이 신나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의사 결정 기간은 짧지만 결국 실행 단계에서 시간이 길어진다. 우리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밖에서 보면 위아래도 없는, 자기가 맡은 분야의 관점에서 의견을 내기 때문에 기간이 길다. 그러나 그 과정을 거치면 실행이 굉장히 빨라지고 주도적으로 일을 한다.


카카오톡은 처음부터 모바일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나?

전혀 아니다. 카카오톡은 사실 개발자 두 명, 기획자 한 명, 디자이너 한 명이 두 달 동안 뚝딱 만든 것이다. 만들고 나서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업그레이드를 해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보니까 메신저 서비스를 넘어서고 있었다. 의미 있는 사업이 될 것 같아서 지난해 즈음에 플랫폼을 구상해보자고 한 것이다.


내년 1분기에 출시하는 카카오페이지가 나오게 된 배경은?

카카오페이지는 순전히 김범수 의장의 산물이다. 지금껏 시장에서는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이 항상 소외되었다. PC 인터넷 시대 때의 콘텐츠는 ‘공짜로 퍼다 나르면 된다’는 인식이 있어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뉴스도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있다.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김범수 의장은 최소한 모바일에서는 그것을 좀 바꿔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카카오는 왜 상생을 강조하나?

스마트폰으로 인해 생기는 사업들은 이제 겨우 3년밖에 안 되었다. 판 자체를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PC 기반의 인터넷 산업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창기에 이걸 좀 건전하게 키워놓아야 더 커지더라도 건강하게 갈 수 있다.


상생만 강조하면 카카오는 어떻게 돈을 버나?

9월에 흑자를 낸 이후로 꾸준히 매출이 올라가고 있다. 꾸준히 수익은 오르고 있었지만, 특히 게임 때문에 최근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마침 직원이 늘어 비용도 늘고 있었는데, 게임 덕분에 손익분기점을 빨리 넘겼다. 일단 파이를 키워야 한다.


일본에서 NHN의 라인과 맞붙게 되었다.

일본 시장 공략은 우리가 먼저 하고 있었다. 더 잘할 자신이 있다.


“야후 재팬과 손잡고 일본 시장 공략”


야후재팬과 손잡고 누릴 수 있는 효과는?

예전에 미국 사업을 하며 뼈저리게 느낀 것이 기술만 믿고 문화적인 요소를 간과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야후재팬이 그런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본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업이다.


회의에 늦어 바닥에 앉았다는 일화가 있다.

‘좀 빨리 올 걸’ 하고 생각했다.(웃음) 우리 회사 큰형님인 1960년생 재무담당 임원(CFO)도 바닥에 앉았다.


기업 대표인데 카카오의 수평적 기업 문화가 불편한 적은 없나?

그런 것이 좋아서 카카오에 온 것이다. 우리는 직급을 빼고 서로를 영어 이름으로 부른다. 단어는 사람의 행동이나 의식을 지배한다. 유학 시절 한국인 교수님이 있었는데 영어를 쓰시면 편안하게 느껴지고 한국말을 쓰면 갑자기 내가 공손해지더라. 의사소통 자체가 달라진다. 사장님·부장님과 같은 직급은 일종의 사회적인 지위가 된다. 우리는 조직 개편을 자유롭게 하며 살아남는 기업이다. 팀장이 프로젝트에 따라 팀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건 하나의 문화이다. 나이 든 사람은 좀 힘들 수 있다. 회의 때 ‘내가 부장이야’ 하면 먹고 들어가는 게 있는데, 우리는 나이가 있어도 직접 내공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 이런 게 싫으면 대기업으로 가야 한다.


잘나가던 기업들도 어느새 망해서 없어지는 것이 IT 분야이다. 그에 대한 대책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의사소통 문화가 가장 큰 경쟁력이다. 가볍게 빨리 움직일 수 있으니까 살아남아왔다. 이런 문화를 회사 덩치가 커져도 가지고 갈 수 있다면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공룡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카카오의 비전은?

우리도 만들어가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어느 쪽으로 어떻게 나갈지 모르겠다. 큰 비전은 큰형님으로서 밑에 있는 동생들을 키워주는, 발판이 되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애니팡 게임 점수는?

11만점이다. 보통은 4만~5만점 내고 죽는다. 아무리 해도 어렵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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