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전 블랙아웃 대책 ‘50%가 부족하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11.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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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ㆍ공항은 혼란, 원자력발전소는 비상사태

2003년 8월 미국 뉴욕은 하루 만에 약탈과 범죄의 무법천지로 바뀌었다. 9년 후인 지난 9월, 뉴욕의 주요 병원에 입원했던 중환자 수백 명을 다른 병원으로 후송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대규모 정전(블랙아웃)에 도시는 그렇게 변했다. 블랙아웃은 단순한 불편의 개념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몇 년 퇴보시키고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재앙이다.

이런 대재앙이 한국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병원에 전기가 끊어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공항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고, 원자력발전소는 방사능을 토해낼 것이다. <시사저널>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이런 지역의 발전 시설을 눈으로 확인해보았다.

미국 같은 대정전 안 생긴다?

이들 시설에는 비상발전기가 잘 갖추어져 있다. 평소 전기 사용량이 100이라면, 비상발전기로 80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 한마디로 시설(하드웨어)은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블랙아웃 상황에서 하드웨어를 움직일 소프트웨어는 미흡했다. 소프트웨어에는 연료, 전문 인력, 규정, 보고 체계가 포함된다. 비상발전기를 가동하는 연료는 부족했다. 그나마 겨울철에는 난방용으로 사용한다. 국가 시설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사고가 나도 쉬쉬하기 바쁘다. 지난 2월 고리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을 멈추었지만, 그 사실은 한 달 후에나 알려졌다. 원전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원전이 멈추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방사능이 유출될 수 있다. 그래서 원전에 있는 비상발전기는 원전을 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냉각수 온도를 유지하는 등 안전을 위해 전기를 공급한다.

그럼에도 해당 기관 책임자는 “미국과 같은 블랙아웃이 생길 수 없으므로 정부가 기준까지 만들 필요성을 못 느낀다”라고 말한다. 심장에 피가 공급되지 않으면 멈추는 것처럼 도시도 전기가 없으면 마비된다. 그 도시에는 사람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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