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문재인에 57만표 간발의 차 앞선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11.2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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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론조사 분석 통한 대선 시뮬레이션 결과

(왼쪽)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1월23일 대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른쪽)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11월17일 국민건강지킴이 2012 영양사 전진대회에 참석해 환영 인사를 하고 있다. ⓒ 문재인 제공
18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야 본궤도에 올랐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전격 사퇴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결정되면서 ‘박근혜 대 문재인’의 양자 대결 구도가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이제는 두 후보 간 ‘사느냐, 죽느냐’의 벼랑 끝 승부만 남았다. 그런 면에서 올해 대선은 10년 전인 2002년 펼쳐진 16대 대선과 상당히 흡사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007년에 치러진 17대 대선의 경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독주가 끝까지 이어지면서 싱겁게 막을 내렸다. 이후보는 48.7%의 높은 득표율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맞상대 격인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26.1%의 득표율에 그쳤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회창 후보가 15.1%를 획득한 반면, 야권 후보 단일화의 한 축으로 거론되던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5.8%밖에 득표하지 못했다. 사실상 승패가 예고되면서 투표율 역시 63.0%에 그쳤다.

여야 양자 대결, 16대 대선과 닮은꼴

이번 대선의 경우 이와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2007년 대선보다 2002년에 치러진 16대 대선과 더 닮았다. 줄곧 선두를 유지해온 유력 후보에 맞서기 위해 2위와 3위 후보가 단일화를 이룬 것도 그렇고, 양자 구도 속에서 어느 한 쪽의 우세를 장담하기 어려운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도 그렇다. 2002년 대선 당시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의 단일화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협상 과정에서 초반에는 수세에 몰리는 듯했지만 결국 노후보가 단일 후보로 선출되면서 본선에 올라 ‘이회창 대 노무현’ 양자 구도를 형성했다.

<시사저널>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로 18대 대선을 시뮬레이션해보았다. 후보별 예상 득표율은 최근 실시된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최근 각 여론조사 기관에서 발표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집중 분석했다. 이 가운데 그동안 대선 후보 지지율을 정례적으로 꾸준하게 조사·발표해온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그리고 ‘리서치뷰’ 등 세 곳의 결과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았다. 거의 매일 또는 매주 단위로 정례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그 지지율 편차의 기복이 크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리얼미터는 11월20~21일, 한국갤럽은 11월19~21일, 리서치뷰는 11월12~18일 각각 실시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리얼미터는 1천5백명을 대상으로 한 유선전화 및 휴대전화 RDD 방식의 조사였고, 95% 신뢰 수준에 오차 범위는 ±2.5%포인트이다. 한국갤럽은 9백22명을 대상으로 한 휴대전화 RDD 방식이고, 95% 신뢰 수준에 오차 범위는 ±3.2%포인트이다. 리서치뷰는 3천명을 대상으로 한 휴대전화 RDD 방식이고, 95% 신뢰 수준에 오차 범위는 ±1.8%포인트이다. 본지는 이 세 곳의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해 평균치를 냈다. 그리고 오차 범위를 감안해 최저 지지율과 최고 지지율도 함께 제시했다.

투표율은 16대 대선 당시 권역별 투표율을 적용했다. 당시 전국 투표율은 70.8%였다. 이번 대선에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로 인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승부가 펼쳐지면서 투표율도 상당 부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70% 안팎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4월11일 치러진 19대 총선도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8.1%포인트나 올랐다. 유권자 수는 행정안전부가 지난 11월23일 발표한 선거인명부를 기준으로 했다. 2002년 대선 때 3천4백99만1천5백29명이던 전체 유권자 수는 올해 대선에서 4천52만6천7백67명으로 5백53만5천2백38명이 늘어났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예상대로 2%포인트 차이의 초박빙 승부로 나타났다. 박근혜 후보가 전국에 걸쳐 1천3백51만4천3백79표(47.1%)로 나타나, 1천2백94만5백20표(45.1%)로 나타난 문재인 후보를 57만3천8백59표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이것은 산술적인 결과가 그렇다는 것일 뿐, 여론조사의 표본 오차를 고려할 때 승패를 예단하기 어려운 결과이다. 더군다나 기준으로 삼은 조사는 후보 단일화 이전의 여론조사 결과여서 단일화 이후 조사 결과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는 전제가 뒤따른다.

박근혜, 수도권에서 격차 줄여

다만 이번 조사를 통해 지난 16대 대선 때와는 다른 각 지역 간의 미묘한 변화를 읽을 수 있다. 16대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46.6%)가 노무현 후보(48.9%)에게 2.3%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패했던 것과 달리, 이번 시뮬레이션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보다도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 두 후보 간 격차가 좁혀졌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수도권 유권자는 2천만7천4백73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가까운 49.4%에 이른다. 이곳에서의 승부가 사실상 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셈이다. 2002년에는 노후보가 5백83만4천9백16표(50.5%)로 5백11만4천7백72표(44.3%)를 얻은 이후보를 72만1백44표(6.2%포인트) 차이로 크게 앞섰다. 반면 이번 시뮬레이션에서는 문후보가 6백55만9천1백29표(46.7%)로 나와, 6백44만6천7백67표(45.9%)로 나온 박후보와의 차이가 11만2천3백62표(0.8%포인트)에 불과했다. 수도권 유권자 수가 3백56만6천9백52명이나 늘어난 데 비하면 그 격차는 미미한 수준이다.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에서는 오히려 역전 현상이 펼쳐졌다. 16대 대선에서는 노후보가 세종시 공약에 힘입어 1백20만9천2백표(51.8%)로 95만2천9백14표(40.9%)를 얻은 이후보를 25만6천2백86표(10.9%포인트) 차이로 앞섰지만, 이번에는 문후보가 1백14만4천84표(41.5%)로 1백43만3천5백51표(52.0%)가 나온 박후보에게 오히려 28만9천4백67표(10.5%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계산으로만 54만5천7백53표가 민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넘어간 셈이다. 충청 표심은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중요한 승부처로 여겨지고 있다. 이 지역의 승부로 두 후보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최근 선진당-새누리당 합당과 이회창 전 총리의 박후보 지지 선언이 다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PK에서 40% 육박하는 선전

민주당 텃밭인 호남과 새누리당 텃밭인 영남에서는 지역주의가 약화하는 경향이 이어졌다. 호남권(광주·전남·전북)의 경우 16대 대선에서 이후보는 14만5천2백77표(4.9%)를 얻는 데 그쳤다. 반면 이번 시뮬레이션에서 박후보는 59만8천4백41표(19.0%)로 나타났다. 이 지역 유권자 수가 21만7천9백89명 늘어난 것에 비하면 적지 않은 득표이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후보에게 극도로 쏠리던 현상은 많이 약화되었다. 16대 대선에서는 노후보가 2백75만1천7백41표(92.3%)로 거의 몰표를 얻은 반면, 문후보는 2백24만5천7백30표(71.3%)로 나타났다.

영남에서는 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TK권(대구·경북)에서 박후보는 1백97만2천3백41표(66.1%)로 나타나 여전히 이곳이 새누리당 강세 지역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16대 대선에서 이후보가 2백5만8천6백10표(74.5%)를 획득한 것과 비교하면 그 위세가 상당 부분 약해졌다. 반면 문후보는 79만6천6백94표(26.7%)로 선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대 대선에서 노후보는 55만2천1백3표(20.0%)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여야 후보의 득표 차이가 1백50만6천5백7표에서 1백17만5천6백47표로 다소 줄어든 셈이다. 이 지역 유권자 수는 30만7천6백50명 늘어났다.

PK권(부산·울산·경남)에서는 문후보의 약진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 지역은 수도권 다음으로 유권자 수가 많다. 16대 대선 때 5백76만4천8백31명에서 64만5천45명이 더 늘어나 올해 대선에서는 유권자 수가 6백40만9천8백76명에 이른다. 문후보는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에서 1백76만9천61표(38.6%)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16대 대선에서 노후보도 예상 밖의 선전을 펼쳤지만 득표 수는 1백20만1천1백72표(29.1%)에 머물렀다. 목표로 삼았던 30%대 진입을 아깝게 놓친 것이다. 박후보는 2백47만4천8백52표(54.0%)로 나타났지만 16대 대선 때 이후보가 얻은 2백66만5천5백75표(64.7%)에는 못 미쳤다. 득표 차이가 1백46만4천4백3표에서 70만5천7백91표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의 경우 수도권과 PK권의 성적이 결국 승패를 판가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사저널>의 시뮬레이션 결과도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수도권에서 박근혜 후보와의 격차를 얼마나 더 벌릴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16대 대선 때 ‘노풍(盧風)’의 위력만큼 단일화 이후 ‘문풍(文風)’이 불어줄지가 관건이다.

PK권에서는 문후보가 박후보와 대등한 경기를 펼쳐야 대권에 다가갈 수 있다. 문후보로서는 박후보와의 격차를 최대한 좁혀 나가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다가 박후보 쪽으로 돌아선 충청권 표심의 향배가 야권 후보 단일화 이후 어디로 향할지도 주목된다. 결국 안철수 후보를 지지해왔던 상당수 무당파층이 문후보에게 얼마나 흡수되느냐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번 18대 대선의 주요 변수 중 하나는 젊은 층의 투표율이다. 2030세대의 투표율이 높을수록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 4월11일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인 세대는 60대 이상으로 68.6%였다.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세대는 20대 후반(25~29세)으로 37.9%였다. 전체 선거인 수에서 16.4%를 차지하는 20대의 투표자 수는 12.5%에 그쳤다. 20.4%를 차지하는 30대의 투표율도 17.0%에 머물렀다. 반면 선거인 수에서 20.7%를 차지하는 60대 이상의 투표율은 26.1%나 되었다. 18.9%를 차지하는 50대의 투표율도 21.6%였다.

이번 대선에서는 젊은 층의 투표율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총선 결과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엿보였다. 지난 2008년에 치러진 18대 총선과 비교하면 20대 전반(32.9%→45.4%)과 20대 후반(24.2%→37.9%) 등 젊은 층의 투표율이 대폭 상승한 것이다. 특히 2030세대의 경우 다른 선거보다 대선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60대 이상 고연령층의 경우 차이가 크지 않은 것과 비교된다. 투표율이 70.8%였던 지난 2002년 16대 대선 때에는 20대 전반이 57.9%, 20대 후반이 55.2%, 30대 전반이 64.3%, 30대 후반이 70.8%의 비교적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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