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신기술들, 세상 속으로!
  • 엄민우 (bestmw1@naver.com)
  • 승인 2012.12.0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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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특허 신의료 기술들, 주인 만날 채비 끝내

ⓒ 일러스트 윤세호
개발을 마치고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의료 기술이 있다. 아직 상용화 단계를 거치지 않은 특허 기술들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원석과도 같다. 의료 시장에 나오기 적합한 모습으로 가공 단계를 거치면 삶의 질을 끌어올려줄 보석으로 빛나게 된다. 최근 원석이 보석이 될 가능성이 열렸다. 세브란스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의료 관련 특허 기술 판매에 나섰다. 이에 따라 제약회사를 비롯한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접촉 중이다.

빠르면 3년, 길게는 10년 내에 세상으로 나오게 될 신기술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환자와 의사의 삶을 바꿔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세상에서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중 하나는 ‘얼마나 아프냐’라는 것이다. ‘통증’은 주관적 느낌이기 때문에 그 정도를 말로써 표현하기 힘들다. 하지만 적어도 안과 분야에서만큼은 이런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증 정도를 객관적으로 진단해주는 키트가 상용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키트에 환자의 눈물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통증 유발 물질인 PGE2, PGD2, COX2 등의 수준을 측정해 안구 통증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통증 부문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 의사소통이 한결 원활해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안구 통증 진단 키트를 개발한 이형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교수는 새로운 안구건조증 치료제에 대한 특허도 출원했다. 안구건조증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단순히 눈이 뻑뻑한 수준이 아니다. 눈에 모래알이 들어간 것 같은 이물감이 느껴지는가 하면 찬바람이 불 때 눈물이 줄줄 흐르기도 한다. 이교수가 개발한 안구 통증 치료제는 이러한 안구건조증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인 PGE2를 감소시켜 안구 통증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안구건조증 환자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안약은 주로 스테로이드를 포함하고 있었다.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안약은 건성을 가라앉히지만 안압을 올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 그러나 해당 치료제가 상용화된다면 안구건조증 환자들의 고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내시경 없이 대장암 검사 가능할지도

환자들이 의사에게 얼마나 아픈지 설명하기 힘들었던 것처럼, 의사들은 환자들이 얼마나 깊은 수면 상태에 빠졌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지금까지는 뇌파를 통해 확인했으나 그 정확도 등을 신뢰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유선국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공학교실 교수가 개발한 자동 수면 단계 분류 시스템은 뇌파뿐 아니라 눈동자의 움직임, 근전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면 단계를 판단하게 해준다. 불면증 환자에 대한 진단 및 처방이 한결 수월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존하는 탈모 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약물은 미녹시딜이다. 미녹시딜의 뿌리는 사실 고혈압 치료제이다. 한 고혈압 치료제를 장기 복용한 환자들에게 털이 나는 증상이 나오자 여기에 힌트를 얻어 탈모 치료제로 개발된 것이 미녹시딜이다. 그런데 세브란스병원의 특허 보물창고에는 이 미녹시딜의 아성을 위협할 탈모 억제제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두피에는 모유두세포가 있다. 모유두세포는 영양과 산소를 공급해준다. 이 모유두세포의 증식을 촉진시켜주는 것이 비멘틴이라는 물질이다. 정지형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심혈관유효성평가센터 교수가 발명한 탈모 치료제는 이러한 비멘틴의 증식을 통해 탈모를 치료해준다. 발모 효과가 좋을 뿐 아니라 털의 두께가 두꺼워 머리털 한 올이 아쉬운 이들에게는 빛과 같은 존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인들의 치매 증상을 일으키는 알츠하이머병은 ‘단백질 폴딩’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단백질 폴딩이란 쉽게 말해 ‘단백질이 접힌다(folding)’는 것으로 단백질이 변이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망한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를 분석해보면 변이된 단백질이 끼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신전수 미생물학교실 교수가 개발한 단백질 폴딩 이상 억제제는 이러한 단백질 폴딩 이상을 차단해줌으로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의 근원적 원인을 제거해주는 것이다. 치매 노인을 돌보며 고생하는 가족들에게는 중요한 희소식이다.

골다공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노화와 관련해 생기는 경우와 암세포가 뼈로 전이되어 뼈 손상이 일어나는 경우이다. 이 두 가지 경우에 모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골질환 치료 기술이 있다. 우리 몸의 뼈는 조골세포와 파골세포에 의해 바뀌어져 간다. 조골세포가 새로운 뼈의 생성을 돕는다면, 파골세포는 오래된 뼈의 파괴를 돕는 작용을 한다. 이 파골세포가 많아지면 골다공증 등의 증상이 생기게 되는데 이 파골세포 형성 억제를 돕는 기술이다. 골다공증 약은 장기 복용할 경우 안전성이 중요한데, 천연 성분으로 되어 있어 암환자나 노인도 무리 없이 흡수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절실한 암 분야에 관한 신기술들도 상용화될 전망이다. 지금껏 대장암 등 장암(장에 생기는 암) 검사는 주로 내시경을 통해 이뤄졌다. 의사가 육안으로 확인한 후 암이 의심되는 부분을 떼어내 검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육안 검사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장암 여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 있다면 어떨까. 수년 내 시중에 나오게 될지도 모른다. 정현철 내과학교실 교수가 개발한 장암 진단용 키트는 장암에서 발생되는 유전자 변화를 통해 장암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췌장암 등 소화기 계통 암은 암 중에서도 아주 악질적인 암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생존을 위해서는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송시영 내과학교실 교수는 췌장암의 줄기세포에서 특이하게 발생하는 단백질을 통해 췌장암을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뿐만 아니라 췌장암세포에서 유난히 적게 발생하는 단백질 물질을 활용해 암세포 증식을 막아낼 기술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송시영 내과학교실 교수는 “암이 시작될 때 처음으로 생기는 세포가 암줄기세포이다. 이 암줄기세포를 직접 겨냥한 항암제를 만들어야 암의 전이 문제 또는 내성이 생겨 항암제가 들지 않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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