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이 일군 건설 명가아들 대에 와르르
  • 이철현 (lee@sisapress.com)
  • 승인 2012.12.0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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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권 회장의 삼환기업, 비자금과 법정관리 오명

최용권 삼환기업 명예회장. ⓒ 사사저널 자료
부불삼대(富不三代). 3대를 잇기 힘든 것이 부자이다. 부를 일구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선대로부터 바통을 잘 이어받아 과실을 키우는 것이다.

고 최종환 삼환기업 창업주는 대한민국 건설업계의 전설이다. 1946년에 기술자 10명과 함께 ‘삼환기업공사’를 창업하면서 한국 건설업을 주도했다. 서울 광장시장 신축 공사를 시작으로, 삼일빌딩, 신라호텔, 국립극장, 영빈관 등 유명 건축물을 연이어 시공하며 명성을 높였다. 1973년에는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도로 공사를 맡아 중동에 진출했다. 한국 건설업계의 기술력과 성실함을 가장 먼저 보여준 기업은 삼환이었다. 최종환 명예회장은 수출 유공으로 대통령 표창도 두 차례나 받았다.

장남인 최용권 삼환그룹 명예회장이 1975년 기획조정실장으로 입사할 때만 해도 최종환 명예회장은 아들이 삼환을 명실 공히 ‘건설명가’로 키워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을 터이다. 최용권 명예회장은 입사 8년차에 삼환기업 사장에 취임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1996년에는 회장을 맡아 완전히 바통을 넘겨받았다. 최종환 명예회장은 경영권을 물려준 뒤에도 10년 가까이 회사에 출근했다. 최용권 회장이 취임한 지 16년, 삼환기업이 생겨난 지 66년째인 2012년, 삼환기업은 풍전등화 위기에 처해 있다. 한때 시공 능력 4위였던 삼환기업은, 2012년 시공 능력 31위로 떨어졌다. 올해 7월11일 금융위원회의 신용위험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것을 전조로, 5일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7월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삼환기업의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했다. 노조는 최용권 명예회장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9월에는 창업주인 최종환 명예회장마저 세상을 떠났다. 그가 일생을 바쳐 일궈온 회사의 마지막 모습은 법정관리와 비자금 의혹이라는 굴욕으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마라’ 가훈 무색

최종환 회장 일가의 가훈은 ‘남에게 손가락질을 받지 말자’이다. 하지만 그 아들로 인해 삼환기업은 지탄받고 있다. 업계는 삼환의 법정관리로 인해 7백여 곳에 이르는 소규모 협력업체의 피해액이 2천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했다. 고 최종환 명예회장이 1971년 반도조선아케이드 화재 사건이 나자, 3억원을 입주 상인들에게 보상금으로 내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많은 입주 상인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함이었다.

뿐만 아니라 최용권 명예회장은 최종환 명예회장이 병환 중일 때도 그 명의로 급여를 수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 건설업계의 명가’라는 명성을 유지하기는커녕, 고인이 된 아버지에게 불명예스런 오명을 씌운 셈이다. 지난 11월14일 최용권 회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식 모두를 직원 복리 증진 및 사회공헌 기금으로 출연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순관 삼환기업 노조위원장은 “본인의 차명 계좌를 아버지의 차명 계좌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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