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의 투표율 vs 50·60의 인구벽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2.12.1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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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여론조사 바탕으로 2002년 세대별 투표율 반영해 시뮬레이션 해보니...

'이번에도 최종 여론조사 결과대로 갈까, 아니면 뒤집힐까.’ 역대 대통령 선거의 공표금지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1위인 후보는 실제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격차가 좁아지기는 해도 결과까지 바뀌진 않았다.

지난 12월13일, 18대 대선 공표 금지일 전 마지막 여론조사가 일제히 발표되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격차가 좁아졌다는 것이 중론이고 일각에서는 역전도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사저널>은 대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세 번째 시뮬레이션이다. 이전 두 번의 시뮬레이션 기준은 이번 대선과 상황이 가장 비슷하다는 2002년 16대 대선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2월11일 18대 대선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비율이 16대 대선과 비슷했다.

이번 조사에도 지난 2차 시뮬레이션과 마찬가지로 2002년 대선 때의 연령별 투표율을 반영했다. 그리고 여론조사의 모름/무응답 처리를 제외해 조금 더 정교하게 만들어보았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현재처럼 다자 대결 구도로 18대 대선을 치를 경우를 가정해 가상 득표 수를 구했다.

전체 투표율 70.8%를 기록한 16대 대선의 연령별 투표율은 20대가 56.5%, 30대 67.4%, 40대 76.3%, 50대 83.7%, 60대 78.7%였다. 전체 유권자 투표율은 70.8%였다. 금세기 선거 중 가장 투표율이 높은 선거였지만 20대와 30대 투표율은 전체 투표율에 미치지 못했다.

선택한 여론조사는 지난 1차 시뮬레이션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결과였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는 대선 기간 동안 후보 지지도에 관한 정례 보고서를 생산하고 있는 곳이다. 한국갤럽은 12월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성인 1천5백3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방식으로 조사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2.5%포인트이다. 리얼미터는 유권자 2천명을 상대로 유선전화 및 휴대전화 임의걸기(RDD) 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는 ±3.1%포인트이다. 한국갤럽은 전화응답 방식이며 리얼미터는 자동응답 방식이란 점이 다르다.

시뮬레이션에 적용하는 유권자 수는 18대 대선에 실제로 투표할 유권자 수를 적용했다. 행정안전부에서 확정한 2012년 선거인 명부를 참고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는 4천50만7천8백42명이다.

한국갤럽의 다자구도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47%, 문재인 후보가 42%였다.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48.0%, 문재인 후보가 47.5%를 기록했다. 갤럽에서는 박 후보가 5%차이로 앞섰고 리얼미터에서는 초박빙의 양상을 보였다. 이 지지율을 합산 평균해 2002년 대선의 세대별 투표율을 적용해보니 박 후보는 1천5백47만5천1백30표를 얻고 문 후보는 1천3백62만3천3백66표를 얻었다. 두 후보사의 표 차이는 1백85만1천7백64표다.


베이비붐 세대, 유권자 수 많고 투표율 높아

표 차이가 이처럼 벌어지는 이유는 세대별 투표수 때문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16대 대선과 같은 투표율을 기록할 경우 이번 대선에서 투표장에 가장 많은 수가 나갈 세대는 40대(6백73만8천9백76명)지만 20대는 3백74만여 명에 그칠 것으로 점쳐졌다.

주목할 부분은 50대 유권자의 증가세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 50대 유권자 4백52만4천8백12명 중 약 3백78만여 명이 투표장에 나섰다. 이번 대선에서는 같은 비율을 적용할 경우 7백78만여명 중 6백51만여명이 투표장에 나서게 된다. 50대 투표자수 증가만 2백70여만 명에 가깝다. 60대 이상 유권자도 8백42만여 명 중 6백63만여명이 투표장으로 나설 것으로 짐작되면서 50대 이상 베이비붐 세대 표심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들 베이비붐 세대는 투표율이 높다. 그리고 박후보 지지세가 강하다. 이번 시뮬레이션에서 박후보와 문후보의 세대별 지지율을 보면 20대와 30대는 문후보가 앞섰지만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박후보가 앞선다. 20·30대 유권자 수는 1천5백48만5천7백17명, 50대·60대 이상 유권자 수는 1천6백2만9천80명이다. 2002년과 비교해 20·30대는 1백40만명 정도 줄었고 50·60대 이상은 6백만명 정도가 늘었다.

여기에 2002년 세대별 투표율을 대입해 예상 투표수를 구해보면 20·30대에서는 9백63만8천3백25표, 50·60대 이상에서는 1천3백14만5천5백63표가 나온다. 유권자 수는 불과 72만3천여명 차이지만 예상 투표수에서는 50대·60대 이상이 3백50만여 표 정도가 많다. 20·30의 투표율이 50·60세대의 투표율보다 높기 어렵고, 젊은 층의 투표가 늘어난다고 해도 50·60대의 늘어난 인구수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다. 세대별 투표율을 반영할 때 표 차이가 벌어지는 이유는 20대와 30대의 낮은 투표율로 문 후보에게는 실제 여론조사 결과보다 이탈표가 생기는 반면 박 후보는 50대·60대 이상의 높은 투표율 때문에 달아나는 표가 적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격차가 생긴다.

복기해보면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의 배경에는 ‘20·30 세대의 절대적인 지지’만 있었던 게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50대에서도 40.1%, 60대 이상에서도 34.9%를 얻었다. 20·30 세대의 지지에 더해 50대 이상에서 선전을 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 문후보의 50·60세대 지지율은 2002년과 비교하면 10%정도 낮게 나타나고 있다. 뼈아픈 대목이다. 문 후보 입장에서 가장 좋은 셈법은 부동층 흡수와 함께 박 후보로부터 지지율을 가져와 두 배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 후보 이동이 쉽지 않은 50·60세대보다는 아직 유동적인, 그리고 근소하게 우세를 보이고 있는 40대가 그 타겟이 될 수 있다.

2002년 대선의 지역별 투표율을 반영해서 뽑아본 권역별 표심에서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과 호남에서 문후보가 앞섰고 다른 지역에서는 박 후보가 우세했다. 다만 서울과 경기의 표심에 따라 수도권은 접전일 정도로 지지율 차이가 적었다.

많은 전문가가 핵심 지역으로 꼽는 PK(부산·울산·경남). 문후보측 역시 이곳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수도권 다음으로 유권자가 많은 이곳에서 문후보측은 내심 40% 정도의 득표를 바라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38.3%를 기록해 40% 달성에 초록색 불이 켜졌다.

여론조사는 하나의 ‘경향’이다. 경향을 넘어서는 ‘행위’가 투표이다. 이번 시뮬레이션은 경향을 넘어 행위까지 짐작해보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여야의 대선 전략은 모두 투표율에 집중하고 있다. 보통 야권에 유리한 투표율을 70%로 보는 것이 중론인데 2002년 투표율을 반영할 경우 70%가 마냥 유리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이번 결과는 현 시점에서의 판세다. 선거는 그날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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