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못 살겠다, 딴살림 차리련다”
  • 조명진 | 유럽연합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 ()
  • 승인 2012.12.1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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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영국 스코틀랜드와 스페인 카탈루냐 독립 움직임에 곤혹

스페인 조기 총선을 이틀 앞둔 11월23일, 카탈루냐 주 집권당인 카탈루냐통합당(CIU)의 지지자들이 카탈루냐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 AP 연합
한 나라 안에서도 복닥거리며 지역감정을 보이는데, 언어와 문화가 다른 여러 유럽 국가가 어떻게 통합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내부적으로는 차별화를 말하며 ‘분리’하려고 하면서,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통합’을 지향하는 유럽인들을 관찰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영국과 스페인으로부터 독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스코틀랜드와 카탈루냐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영국과 스코틀랜드가 10월15일 체결한 에딘버러 협정은 ‘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스코틀랜드에서 이루어지며 스코틀랜드 국민들이 내리는 결정을 모두가 존중하게 될 것이다’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옵저버의 11월4일자 기사에 따르면 유럽 이사회 헤르만 반 롬푸이 상임의장은 “영국을 분산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해 스코틀랜드의 독립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2월10일 “스코틀랜드가 독립하게 되더라도 유럽연합(EU) 회원국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는 것이 아니다”라는 유럽집행이사회 바루소 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바루소 위원장은 “로마 조약(유럽 경제공동체(EEC)를 설립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약)의 권한은 조약에 서명한 회원 국가만 지닌다”라고 말했다. 기존의 EU 회원국에서 분리된 새로운 독립 국가는 새로운 가입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뜻이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에 반대하는 그룹은 적지 않다. 이들은 스코틀랜드의 EU 회원권은 자동적으로 주어지지 않으며 EU의 모든 회원 국가가 동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스페인과 프랑스 등은 비협조적인 국가로 꼽히는데, 이들 국가는 국내의 분리주의 움직임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알렉스 살몬드 스코틀랜드 총리는 ‘계승하는 국가(succession state)’로서 스코틀랜드는 독립 후에 EU 가입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해왔다. 그의 주장은 스코틀랜드가 EU 회원국 자격을 얻는 데 완전히 새로운 국가로서 취급될 수 없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정치권은 EU의 이런 움직임에 격앙한 상태이다. 스코틀랜드 민족당(SNP)은 “스코틀랜드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인권 헌장에 서명한 국가이며 자유 시장경제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EU 가입 자격을 명시한 코펜하겐 협정에 부합된다”라고 말했다. SNP는 “이미 EU 내에 들어와 있는 나라를 제외시키는 실질적인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 남부 지역에도 스코틀랜드와 같은 꿈을 꾸는 곳이 있다. 지난 8월29일,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 더비 매치 중 하나인 ‘엘클라시코 더비’가 FC 바르셀로나의 홈 구장인 캄프 누에서 열렸다. 숙적인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축구 전쟁을 벌이기 시작한 지 17분14초가 지나자 캄프 누에 모인 9만5천명의 카탈루냐 관중들이 일제히 일어서서 ‘in-inde-independencia(독립)’를 외쳤다. 유럽의 가장 성대한 스포츠 행사가 정치의 장이 된 순간이었다. 17분14초는 1714년을 상징한다. 1714년은 카탈루냐 군대가 바르셀로나에서 14개월 동안 포위된 끝에 스페인의 필립 4세 군대에게 패배한 때이다.

스페인 자치 지역인 카탈루냐도 스코틀랜드처럼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계획하고 있다. 반면 스페인 정부는 이런 움직임을 비헌법적이라고 규정하며, 카탈루냐가 국민투표를 할 권한이 없다고 명시했다. 카탈루냐 지방 정부는 조기 총선을 열어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를 유도할 기회를 노렸지만, 분리 독립을 지지하는 집권당이 패배하면서 카탈루냐의 독립 움직임은 현재 동력이 떨어진 상태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축구로 비유하면 스페인이 1 대 0으로 카탈루냐를 앞서가는 상황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12월 초 호세 이그나시오 베르트 스페인 교육부장관이 자살골을 넣고 말았다. 카탈루냐 지역의 학교에서는 핵심 과목은 카탈루냐어로 가르치며 스페인어는 주당 일정 시간을 배정해 외국어로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베르트 장관이 핵심 과목을 스페인어로 가르치게 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하자 카탈루냐 민족주의자들이 격분했고, 이를 계기로 분리 독립 운동에 다시 구심점이 만들어졌다.

스코틀랜드 민족당 (SNP)의 지지자들이 분리 독립을 지지하는 카드를 내보이고 있다. ⓒ AP 연합
다른 EU 회원국들에게도 영향 미칠 듯

가디언은 “카탈루냐의 집권당인 카탈루냐통합당(CIU)은 1990년대 초반부터 중앙 정부와 새로운 재정 타결책을 모색해왔고, 이것이 2010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카탈루냐 자치권의 새로운 법령이 되어 분리주의를 부추겼다”라고 전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전체 국토의 10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인구 비중의 16%,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담당하고 있다.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맥락 역시 분리 독립 움직임에 속도를 보태주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스코틀랜드는 알렉스 살몬드 같은 카리스마 있는 정치 지도자에 의해 분리주의가 종전보다 더욱 인기 있는 이슈로 떠오른 경우이다. SNP 당수인 앵거스 로버트슨은 “스코틀랜드와 카탈루냐의 민족주의 배경은 상당히 다르다. 특히 카탈루냐는 스페인의 파시스트 독재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독립이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준다고 여기지만 독립을 위한 가두 시위조차 벌이지 않고 있다”라고 말한다.

카탈루냐 정부의 전 핵심 멤버였던 민족주의 정치인 사비아 솔라노는 스코틀랜드와 카탈루냐의 독립 움직임에는 유사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나라는 뚜렷한 문화와 역사를 가진 오래된 유럽 국가로서 자치에 대한 염원을 뚜렷하게 표명해왔다. 두 나라의 독립 지지 움직임은 독립이 국민들에게 더 윤택한 삶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다. 더불어 독립이 성취되면 전 중앙 정부와 협력할 것을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EU 탈퇴를 추진하는 보수당이 차기 총선에서 이길 경우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가 또다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만약 2014년 스코틀랜드가 국민투표에서 독립을 택하게 될 경우, 스코틀랜드는 EU 가입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겠지만, 동시에 영국은 EU 탈퇴 논의를 벌이게 되는 엇갈린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은 플랑드로 지역이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벨기에 등 몇몇 EU 회원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EU는 외부적 통합과 내부적 분리의 불협화음을 동시에 수용해야 하는 복잡한 국면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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