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서울시교육감들 선거 비용 ‘먹튀’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12.1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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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택 ‘1백95만원’, 곽노현 ‘1천48만원’만 징수

지난 2월29일 진보신당 경남도당이 다른 선거에 출마하려고 중도 사퇴한 선출직 공직자는 재·보선 선거 비용을 부담하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정택·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시 교육을 파행으로 이끈 장본인이다. 두 사람 모두 임기 중에 비리 혐의로 구속되었다. 공 전 교육감은 ‘도덕성’이 생명인 보수 진영의 후보였고, 곽 전 교육감은 ‘개혁’을 상징하는 진보 진영을 대표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념과 성향만 다를 뿐 교육자가 가져야 할 ‘양심’과 ‘도덕성’을 잃었다. 교육감 취임 때 청렴을 강조했으나 스스로 비리의 주인공이 되어 몰락의 길을 자초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에게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돈이 없어도 유능한 인재를 공직선거에 등용시키기 위해 일정 비율 이상을 득표한 사람에게 선거 비용을 보전해주는 ‘선거 비용 공영제’를 채택하고 있다. 후보자의 유효투표 수가 15% 이상이면 전액을, 10% 이상~15% 미만이면 50%를 보전해준다. 공·곽 전 교육감은 15% 이상을 득표해 선거 비용 전액을 국가에서 보전받았다. 즉, 국민의 세금으로 선거를 치른 셈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퍼주는 것은 아니다. 선거에 당선되고 선거 비용을 보전받았더라도 ‘당선 무효형’을 받으면 보전받은 선거 비용 전액을 내놓아야 한다. 공정택 전 교육감은 28억5천만원을, 곽노현 전 교육감은 35억2천만원을 반환해야 한다.

2010년 3월26일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서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선거 비용 반환 통보 받고도 한 푼 안 내

두 전직 교육감은 선거 비용을 얼마나 반환했을까.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당선이 무효되었을 경우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서 고지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선거 비용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르쇠’나 ‘버티기’로 일관했다. 비용 반환을 통보받고도 정해진 기일 내에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달랐다.

이런 경우 선관위는 주소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징수를 위탁하고, 세무서장은 ‘국세 체납 처분’에 따라 징수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선관위는 2009년 12월 공 전 교육감의 주소지인 서울 종로세무서에 징수를 위탁했고, 곽 전 교육감에 대해서는 지난 11월9일 서울 강서세무서에 징수를 위탁했다. 통상적으로 세무서는 고지나 독촉에 이어 압류와 공매 절차를 거쳐 체납액을 징수한다.

선관위가 국세청에 징수를 위탁하면 관할 세무서는 징수된 금액을 지역 선관위에 통보하게 된다. 기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종로 세무서는 공정택 전 교육감에게 지금까지 ‘1백95만2백30원’을 징수한 것이 전부이다. 그것도 올해 11월에 처음으로 징수했다. 선관위가 세무서에 징수를 위탁한 지 3년 만에 얻어낸 성과치고는 빈약하다고 할 만하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앞으로 매월 이 정도의 금액을 일정하게 납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일이 있다. 공 전 교육감에게 매월 징수한다는 금액을 기준으로 보면 선거 비용 전액을 반환하기 위해서는 무려 1백22년이 걸린다.

공 전 교육감은 올해 78세이다. 100세까지 사는 것을 기준으로 할 때 살아 생전에 납부할 수 있는 금액은 고작 5억1천4백80만원에 불과하다. 공 전 교육감이 사망한 후에도 100년을 더 납부해야 한다. 언제까지 납부가 가능한지도 알 수 없다. 사실상 선거 비용 전액을 받아내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어떨까. 곽 전 교육감의 주소지인 강서세무서가 지금까지 징수한 금액은 ‘1천48만원’에 불과하다. 공정택 전 교육감은 매월 1백95만원을 일정하게 납부하게 되어 있으나 곽 전 교육감은 그렇지도 않다. 곽 전 교육감 명의로 된 재산이 없을 경우, 더는 받아낼 재간이 없다.

이럴 경우 곽 전 교육감은 35억원 이상을 내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상 ‘먹고 튀는’ 형국이다. 만약, 내년 1월부터 한 달에 1천만원을 정기적으로 받아낸다고 해도 30년이 걸리게 된다. 곽 전 교육감이 스스로 납부하지 않는 한 공 전 교육감과 마찬가지로 전액을 받아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두 전직 서울시교육감은 왜 선거 비용을 반환하지 않은 것일까. 국세청의 징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는 국세청이 징수했다는 두 전직 교육감의 재산 이 궁금했다.

9월28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서울구치소로 향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공정택 전 교육감 장남은 100억원대 부자

그래서 국세청에 현재까지의 징수 현황과 징수 목록 등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개인정보’라는 이유를 들어 거부당했다. 국세청 징수과 관계자는 “전직 교육감이라고 할지라도 얼마를 어디에서 추징했는지 등은 개인정보에 속하기 때문에 말해줄 수 없다”며 공개하기를 꺼렸다. 그러면서 “국세 체납 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럼 두 사람은 개인 재산이 없는 ‘빈털터리’ 신세인 것일까. 기자는 두 전직 교육감의 재산 내역을 알아보았다. 우선 공 전 교육감은 1998년부터 2004년 8월까지 제3·4대 서울시 교육위원을 지냈다. 2004년 9월부터 2008년 7월까지 민선 서울시교육감을 역임했다. 2008년 8월 직선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되었으나 2009년 10월 당선 무효가 되었다.

공 전 교육감의 재산이 외부에 처음 공개된 것은 1998년이다. 서울시 교육위원이 되면서 처음으로 재산을 공개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된 공 전 교육감의 재산 총액은 6억4천9백여 만원이었다. 이 중 장남 가족의 재산(약 2억1천여 만원)을 빼면 공 전 교육감의 순수 재산은 3억4천8백여 만원이었다. 이때 차남의 재산은 신고에서 빠졌다.

공 전 교육감의 재산 신고 현황을 보면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었다. 부동산은 자택이 있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기자촌에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하고 있었다. 각각 1백21.23㎡(36평)와 100.31㎡(30평)가 전부였다.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신고했기 때문에 실거래 면적은 1백55.37㎡(47평형)이다.

아파트의 가격은 각 2억1천8백21만4천원과 1억1천만원이라고 신고했다. 하지만 신고 당시 1백55.37㎡의 실거래가는 약 4억5천만원 정도였다. 이를 감안하면 아파트의 가격을 절반 거래가로 신고한 것을 알 수 있다. 공 전 교육감과 부인의 예금이 3억5백25만5천원이었다. 공 전 교육감은 김 아무개씨에게 약 2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다.

공 전 교육감의 재산은 2005년까지 소폭으로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지만 평균 6억~7억원대를 오갔다. 그러다 2007년에는 재산 총액이 전년의 두 배인 14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직선 교육감에 출마했던 2008년의 경우 아파트가 전년에 비해 약 4억원가량 오른 것으로 신고하면서 재산 총액은 약 19억원으로 늘어났다. 2009년 신고재산액은 17억5천3백87만4천원으로 전년에 비해 약 1억4천여 만원이 줄어들었다. 1998년과 비교하면 공직에 있던 10년 만에 약 14억원의 재산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공 전 교육감은 직선 교육감에 당선된 후인 2008년 11월 송파구 방이동에서 종로구 내수동 아파트 1백24.17㎡(37평형)로 이사했다. 부인 명의로 4억3천여 만원에 전세를 얻었고, 방이동 아파트는 전세로 내놓았다. 검찰에 구속되기 전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국세청이 압류한 것은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공 전 교육감 소유의 아파트이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2010년 1월11일에 ‘국가 소유’로 압류한 것으로 되어 있다. 공 전 교육감 소유의 예금 1억3천2백여 만원(2009년 3월 기준)의 압류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현재 공 전 교육감 명의로 된 재산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서류상으로는 ‘빈털터리’이다.

아버지는 빈털터리이지만 직계 가족은 아니다. 공 전 교육감의 장남 공 아무개씨(50)는 경기도 일산에 100억원대(토지와 건물 포함)가 넘는 병원을 소유하고 있다. <시사저널>이 2010년 3월에 처음으로 찾아냈다. 당시 장남 공씨의 재산 형성 과정에는 의혹이 많았다.

1998년 부인과 딸의 예금을 합쳐 2억원이 조금 넘었던 재산이 불과 10여 년 사이에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원까지 불어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재산 총액이 2억원에 불과하던 공씨가 100억원대의 재산을 형성하기까지는 아버지인 공정택 전 교육감의 ‘돈’과 관련이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을 제기했었다.

기자는 그 사이 병원의 소유주가 달라졌는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우선 병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으나 ‘공○○’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2년 전에는 경영진과 의료진의 이름과 사진 등이 게시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병원 현황을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여전히 병원의 소유자는 공씨였다.

공 전 교육감은 2014년 3월 형기가 만료되어 출소하게 된다. 그렇다고 길거리에 나앉을 것 같지는 않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보면 공정택 전 교육감의 미래상이 보인다. 전 전 대통령은 추징금 2천2백5억원을 내지 않고 있다. 자기 수중에 ‘29만원밖에 없다’고 했으나 여전히 호화스럽게 살고 있다. 직계 가족들이 수백억 원이 넘는 재산가들이기 때문이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교육감 선거 당시 ‘투명성’ ‘공정성’ ‘개혁성’ 등을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며 경쟁 후보와 차별성을 부각했다. 하지만 교육감에 당선되고 나서는 말과 행동이 따로따로였다. 상대 후보 매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데다, 선거 비용마저 전혀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개인 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을 처분해서 일부라도 냈어야 한다는 비판도 그래서 나온다.

구멍 뚫린 ‘선거 비용 공영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2012년도 고위 공직자 정기 재산 변동 사항’을 보면 곽노현 전 교육감의 재산은 14억5천3백70만원이다. 전년에 비해 1억4천4백45만원이 줄어들었다. 재산 감소 원인은 이사를 했기 때문이다.

곽 전 교육감은 노부모를 모시기 위해 지난해 은평구 진관동 1백67.7㎡(50평) 아파트에서 강서구 화곡동 2백15.80㎡(65평) 아파트로 옮겼다고 한다. 평수를 늘리다 보니 소유 아파트 가격도 올랐다. 건물 재산 3억여 원이 늘어난 이유이다.

반대로 곽 전 교육감의 채무는 1억여 원이 증가했고, 예금은 4억여 원이나 감소했다. 서울 강서세무서가 곽 전 교육감에게 징수한 ‘1백95만2백30원’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현행 ‘선거 비용 공영제’ 곳곳에는 허점이 많다. 정치인들이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하다. 구멍이 숭숭 뚫렸다. 공정택·곽노현 전 교육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직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의 ‘먹튀 창구’로 변질될 수도 있다.

선관위에서 선거 보전 비용 반환을 정하는 시기는 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후이다. 만약 그 이전에 자신의 재산을 배우자나 자녀 등의 명의로 이전하는 등의 방식으로 빼돌리면 막을 방법이 없다. 재산을 처분하거나 예금을 사용해도 마찬가지다. 해당 후보자의 재산이 ‘0원’일 경우 사실상 징수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 체납자가 세금을 악의적으로 체납하거나 빼돌릴 경우 추적 조사를 한다. 개별 사안에 따라 혐의가 짙을 경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때 소송은 최후의 수단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송’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소송을 통해 체납한 세금을 받아낸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선거는 국민의 세금으로 치르고, 당선 무효가 될 경우 ‘먹튀’해도 막을 방법이 별로 없는 것이다. 국민의 혈세만 비리 공직자나 정치인들의 주머니를 통해 줄줄 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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