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인사 파일 ‘비밀의 상자’
  • 감명국·이승욱·조해수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12.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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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 모든 여론의 관심이 인수위 구성에 모아졌을 때이다. 박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ㄱ의원이 박당선인에게 ‘참고하시라’며 자료를 건넸다고 한다. 인수위 명단을 작성할 때 고려할 인물들을 정리한 자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당선인 같았으면 핵심 측근의 세심한 준비성을 높이 평가할 법도 했지만, 박당선인은 달랐다고 한다. 박당선인의 표정은 ‘이게 뭔가’라는 듯 그야말로 싸늘했다고 한다. ㄱ의원이 상당히 머쓱해졌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신의 지역구가 충청 지역인 새누리당 ㄴ의원이 대선 이후 박당선인과 통화를 했다. 여기서 ㄴ의원은 ‘대선에서 충청표가 민주당에 비해 확연히 우리 쪽에 쏠린 것이 이번 대선 승리의 원동력이었다’며 충청 지역 인사들을 중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 순간 통화가 끊겼다고 한다. ㄴ의원은 전화 연결이 잘못된 것으로 알고 이내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박당선인이 아닌 보좌진이 대신 전화를 받아 ‘지금 전화를 받기 어려우니 당분간 전화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정중히 요청했다고 한다.”

ⓒ 시사저널 이종현
새누리당 내부에서 은밀하게 전해진 에피소드이다.

이 두 가지 에피소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박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을 ‘깜짝 인사’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나 홀로 인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철통 보안’으로 통용되는 깜짝 인사는 언론 지상에서 예상되는 하마평을 모두 보기 좋게 뒤엎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인물이 발탁되는 경우이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전매특허이기도 했다. 그래서 박당선인 측근들 사이에서는 “누가 임명될지 예측하려면 언론에 거론이 안 된 사람들 중에서 찾으면 된다”라는 농담 섞인 얘기까지 나올 정도이다. 나 홀로 인사는 인사 대상 후보들을 대상으로 여러 참모들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박당선인 혼자서 최종적으로 낙점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둘 다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그 단적인 예로 드러난 것이 윤창중 수석대변인 인선이었다.

‘나 홀로·깜짝 인사’ 타의 추종 불허

박당선인의 최측근 인사들은 그의 인사 스타일을 두 가지 특징으로 압축해 표현한다. 하나는 단기간에 급부상된 인물은 좀체 발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는 박당선인 나름의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 자료가 책상 서랍 속에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의 인사 파일’ 자료가 따로 있다는 뜻이다. 물론 그 자료를 보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추정할 뿐이다. 그만큼 박당선인의 ‘나 홀로·깜짝’ 스타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박근혜 당선인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며 핵심 친박계로 통하는 ㄷ의원은 “박당선인은 당 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직 등을 수행하고 여러 차례 선거를 거치면서 풍부한 인사 프로필을 확보하고 그것을 D/B(데이터베이스)화했다”라고 말했다.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 때에도 나름으로 상당한 양의 각 분야별 전문가 인사 파일을 축적했을 것이라는 게 주변 측근들의 전언이다.

TK 출신의 친박계 중진인 ㄹ의원도 “박당선인이 정치 행보를 하면서 만났던 많은 인사와의 교류를 통해 전문가와 정치인 등 상당한 인물들의 정보를 구축해온 것이 사실이다. 박당선인은 평상시에도 정치와 경제, 복지 등 각 분야별로 국회의원이나 전문가 등을 통해 분야별 전문가들을 추천받는데 그 인사 자료가 상당한 양에 이를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박당선인은 인선할 경우가 생기면 그동안 축적해두었던 인사 자료를 펼쳐놓고 그중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을 선택한다. 결국 최종 판단은 박당선인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2월27일 새누리당사에서 인수위 1차 인선 결과가 담겨 있는 서류 봉투를 들고 있는 윤창중 수석대변인(가운데). ⓒ 시사저널 박은숙

“이춘상 보좌관, 윤창중 칼럼 보고”

실제 윤창중 수석대변인이 외부에는 크게 드러나지 않은 인물로 알려지고 있지만, 박당선인과 과거부터 오랜 시간 교감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논란을 빚은 윤대변인도 박당선인이 지난 몇 년간 구축해온 인사 파일에 포함된 인물 중 한 명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윤대변인이 2011년 10월31일자로 작성한 칼럼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이 칼럼에서 “박근혜가 MB와 반목의 절정에 이르렀던 2009년 어느 날, 난 박근혜와 커피숍에서 1시간 40분 정도 단둘이 만났다. ‘박대표께선 MB에 협력할 건 협력하고, 비판할 건 비판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지, 이렇게 신비주의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라며 박당선인과 오래전부터 교류해왔음을 시사했다.

윤대변인 인선과 관련해서 고(故) 이춘상 전 보좌관의 역할이 컸을 것이라는 얘기도 당 내부에서 들려온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전 보좌관이 평소 윤대변인의 칼럼을 스크랩해 박당선인에게 보고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전 보좌관이 전달한 칼럼을 보고 박당선인이 윤대변인에 대해 평소 후한 평가를 해왔고, 이것이 결국 대변인 인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윤대변인의 사례를 통해서 박근혜 인사 스타일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즉, 주변 관계자의 추천이나 직접적인 만남으로 박당선인이 특정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경우, 그 인물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면 실무 보좌진이 그 자료를 만들어 보고하고, 박당선인이 이런 자료들의 지속적인 검토와 축적을 통해서 나름의 인사 파일을 만들고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는 셈이다.

한 번 썼던 사람을 ‘오래’ 기용하는 박당선인의 또 다른 인사 스타일도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뢰의 원칙이 인사에서도 적용되는 모양새이다. 박당선인은 특정 인사를 추천받을 때 가장 먼저 “믿을 만한가”라고 묻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성도 전문성이지만, 품성이나 인격 등을 우선적으로 살핀다는 것이 주변 측근들의 중론이다. 박당선인의 선거 공약을 책임진 국민행복추진위원회(행추위) 소속 전문가 그룹이 대거 인수위에 합류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배경이다. 인수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진영 정책위의장도 “행추위에서 그동안 당선인과 쭉 함께 정책을 논의했던 분들이 인수위에 참여하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칫 이런 박근혜식 인사 스타일이 ‘불통’ 인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박당선인은 자신이 갖고 있는 인사 프로필을 펼쳐놓고 오로지 선택은 본인만이 한다. 인선은 보안이 생명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나 홀로’ 인사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정 인사 추천하면 “믿을 만한가”부터 물어

그는 또 “수석대변인 인사의 경우만 봐도, 어떤 인물을 뽑았는지는 굳이 밝히지 않더라도 왜 수석대변인 자리가 추가로 필요한지 정도는 설명이 필요했다”라면서 “깜짝 인사나 철통 인사는 검증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좀 더 넓은 시각을 갖고 사람을 써야 하는 대통령으로서도 적절치 않은 인사 스타일이다”라고 말했다. 친박계 3선의 한 의원 역시 “윤창중 수석대변인 임명은 분명 잘못되었는데도 아무도 나서지 못한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친정 체제가 강화되면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줄 사람이 없게 된다. 박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48%의 국민이 엄연히 지켜보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사실 박당선인의 평소 스타일로 볼 때 가장 불안한 것이 인사이다”라고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한 사정 당국 관계자,
인수위 인선 발표 전 <시사저널>에 인사 내용 귀띔

지난 12월2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기자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측 윤창중 수석대변인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1차 인선 발표를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의 시선이 그가 쥐고 있던 노란색 서류 봉투에 자연스럽게 쏠렸다. 단상에 오른 윤대변인은 스카치테이프로 꼼꼼히 밀봉된 서류 봉투 윗부분을 뜯어냈다. 봉투 속에는 A4 용지 종이 3장이 담겨 있었다. 박당선인 인사의 트레이드마크인 ‘철통 보안’을 강조하는 상징적 행위였다.

실제 윤대변인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취재기자들은 물론 새누리당 관계자들과 측근들도 정확한 인선 내용을 알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인선 발표가 오후 2시에 있을 예정이라는 것도 오전 11시경에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과연 이번 인수위 주요 인사 명단도 철통 보안이 지켜졌을까?

결과적으로 이번에는 달랐다. <시사저널>은 이날 오후 2시 인수위 인선 발표가 있기 3~4시간 전, 한 사정기관 관계자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수위원장은 김용준(전 헌법재판소장)이고, 부위원장은 진영(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라고 한다”라고 밝혔다. 이 말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기자가 그 관계자에게 정보 입수 경로를 묻자 “(12월27일) 오전에 정보 부서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라며 괜한 오해를 우려했음인지, “그냥 예측이 맞은 것 아니겠느냐”라고 얼버무렸다. 이미 발표가 있기 훨씬 전부터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박당선인측이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철통 보안’이 어디선가 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대목이다.


 
 

청년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된 김상민 의원(오른쪽).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2월27일 내놓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인선안은 대체적으로 “무난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수위 인사 대다수가 기존 선대위 인물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년특별위원회(청년특위)에는 깜짝 인물들이 등용되었다. 그중에서도 현직 기자인 이종식 채널A 기자의 발탁에 대해서는 뒷말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이기자는 한국경제TV를 통해 언론계에 입문한 후 동아일보로 자리를 옮겨 주로 법조계에서 활동해왔다. 그러다 채널A 정치부로 옮겨 대선 기간 동안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마크맨’ 역할을 수행했다. 대선 후보의 전담 기자가 당선 후 인수위에 들어간 것을 두고 ‘보은 인사’라는 비판도 일고 있지만, 이기자가 발탁된 것은 청년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과의 끈끈한 인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둘 사이의 인연은 교회에서 시작되었다. 김의원과 이기자는 2007년 ‘연세중앙교회’의 ‘새벽나무기도회’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이기자는 김의원이 2009년 6월께 설립한 대학생 자원봉사단체 ‘V원정대’에도 함께했다. V원정대의 성공으로 김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다. 국회를 출입하고 있는 한 언론사 기자는 “김의원과 이기자는 이른바 ‘아삼륙’이었다. 둘이 어울리는 것을 종종 봤다. 김의원이 이기자를 인수위로 끌어온 것이 틀림없다”라고 말했다.

이기자는 정몽준 의원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자가 한국경제TV에서 일하던 시절 현대중공업을 출입하면서 안면을 텄고, 정의원 역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에 급속도로 가까워졌다고 한다.

그 밖에 청년특위에 발탁된 정현호 전 전국대학총학생모임 집행의장은 최근까지 김의원 의원실에서 비서로 일해왔었다. 이를 미루어볼 때, 청년특위에 김의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당선인과 인수위원 인선과 관련해 사전에 의견을 나눈 적은 없었지만,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수행하는 데 가장 적절한 인사였다”면서도 “인선은 인사권자의 고유한 권한인 만큼 더 이상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다”라면서 더 이상의 답은 피했다.

한편 청년특위의 에코맘코리아 대표 하지원 위원은 지난 2008년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소속 서울시의원(비례대표)으로, 시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당시 김귀환 서울시의장 후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벌금 80만원에 추징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위원은 이같은 1심 판결 후 항소를 포기해 형량이 확정되었다. 또 다른 청년특위 위원인 윤상규 네오위즈게임즈 대표는 하도급 대금을 법정 지급 기일을 넘겨 지급하면서 공정위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다. 박당선인의 인사 검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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